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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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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조사'로 끝난 성추행 조사단…검찰 내부서도 비판 목소리

법조계 "자정 능력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

2018-04-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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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안태근 전 검사장 성추행·인사보복 의혹을 폭로한 사건을 계기로 출범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 공소유지를 위한 업무만 남기고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는 가운데 '셀프조사'의 한계를 드러낸 반쪽짜리 조사였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조사단은 현재까지 총 80명의 관계자를 조사해 안 전 검사장 등 전·현직 검사 4명과 수사관 3명을 기소했으나, 가해자만 처벌했을 뿐 조직 내부의 성추행 은폐 의혹은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의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해서도 직접 조사를 하지 못했다. 검찰은 당시 법무부 감찰국장이었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도 서면조사 하는 데 그쳤다. 조사단 관계자는 "보고라인을 통해 최교일에 보고돼 그가 당시 상황에 일정 정도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최교일이 소환을 거부했고 여러 차례 서면조사를 했으나, '잘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후배 검사 2명을 성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직 검사 진모씨가 사건 당시 대검찰청 감찰을 받았으나 아무런 징계나 처벌을 받지 않고 사직한 것과 관련한 '제 식구 감싸기' 의혹에 대한 규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친고죄가 폐지된 상태인데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직무를 유기했다는 지적에 대해서 "당시 대검 성희롱·성폭력지침은 피해자가 협조를 안 하면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 "검찰이 수사기관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입건 여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도록 대검에 건의했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서 검사 사건과 관련해 검찰 인사 관련 자료 등을 반출·누출한 인사 담당 출신 검사 2명에 대해 사법처리를 하지 않고 대검에 징계 건의했다. 미투운동 당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또 다른 부장검사에 대해서 서 검사는 2차 피해를 주장했으나, 원문이 삭제돼 증거 불충분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 대해서는 내부게시판이라는 공간의 특수성과 구체적 사실적시가 없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서울북부지검 임은정 검사는 검찰 내부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려 사건 전반에 대해 조사단의 진상규명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 내부의 자정능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면서, 검찰의 비위는 결국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로 해결될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서울지역의 한 검사도 조사단 결과 발표에 대해 "'셀프조사'의 한계를 전혀 넘지 못했으며, 검찰이 자정 능력이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사건이 은폐된 과정까지 조사해야 진정한 의미가 있는데, 결국 가해자 몇 명의 지엽적인 성폭력 사건으로 치부하면서 개인적 일탈로 국한한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조사단의 활동 경과나 결과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면서 "조사단은 기소 내용을 보완하고 재판에서 다툴 쟁점에 대한 철저한 준비로 수사 미진을 만회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사단이 불구속 기소한 안 전 검사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도 유죄 입증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검사는 "관련자가 인정하지 않고, 인사에 관여한 사람의 직접적인 증언이 없는 한 유죄 판단을 받기 힘들 것"이라며 "감찰제도의 문제점을 짚고, 검찰의 인사 원칙을 객관화·투명화하는 본질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회도 검찰 인사 문제 개선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개혁위 관계자는 "검찰 인사 시스템 개선을 위해 현재 다면평가 도입 권고에 대해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조 지검장은 이날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끈 사건인 만큼 앞으로 공소유지에 힘쓰겠다"며 "법정에 가서 보면 저희가 무엇 때문에 힘들어했는지 알 것"이라고 했다.
 
성추행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을 위한 진상 조사단장 조희진 검사장이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검찰 내 성추행 및 인사불이익 의혹과 관련된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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