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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ckkim@etomato.com@etomato.com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재테크에서 필요한 욕망은 통제되고 합리적인 욕망이어야

야반도주 계주엄마 때문에 헤어진, 친구야 보고싶다

2018-05-01 11:23

조회수 : 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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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온갖 투자처가 있고 거기에는 각각의 기대수익과 투자위험이 함께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기대할 수 있는 이익보다 떠안아야 하는 투자위험의 크기가 더 큰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로또 같은 것. 기대이익의 크기는 엄청나지만 거의 돈을 버리는 수준의 확률이므로 투자위험이 훨씬 더 큽니다. 안하는 게 맞죠. 물론 로또를 구입하는 순간부터 당첨번호 추첨하는 날까지 꿈을 꾸게 해주는 일종의 사은품이 달려 있습니다. 그 맛에 사는 분들도 많겠죠.

로또는 눈에 빤히 보이지만 우리 옆에 실재하는 위험은 ‘연 15% 확정이자’ 같은 것들입니다. 제주도 등지에서 유행했던 분양형호텔이 최근 문제로 떠올랐습니다.(사실 최근의 일만은 아닙니다) 호텔은 계속 늘어나고 관광객은 한정돼 있는데 무슨 재주로 객실을 다 채워 그 돈을 돌려주겠다는 것인지, 시쳇말로 ‘각이 안 나오는’ 투자처인데, 고수익에 혹한 많은 분들이 돈을 넣었다가 큰 피해를 입게 됐습니다.
 
충북 청주시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밸류호텔 세종시티를 분양 받은 사람들로 구성된 밸류호텔 월드와이드 세종시티 관리단이 3월6일 청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적으로 확산한 분양형 호텔의 문제점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고 수분양자들의 실소유권을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단계 금융사기도 그렇게 파고 듭니다. “투자하는 즉시 월 3%씩 이자를 줍니다” 같은 문구죠. 어릴 적, 그러니까 동네사람들끼리 정이라는 것이 남아 있던 시절에 동네 아주머니들끼리 “3부 쳐줄게 돈 좀 빌려줘” 이런 말하는 모습, 많이들 보셨죠? 3부란 월 3%의 이자를 말합니다. 연리 36%짜리 고리 대출이죠. 동네마다 돈놀이 하는 분들이 한둘씩 꼭 있더라구요. 이런 분들이 돈을 놀려 돈으로 돈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그걸 못 갚아 야반도주하는 집도 있었습니다.

뿐이겠습니까? 계도 있죠. 매달 돈을 모아 순번을 정해 모은 돈을 몰아줍니다. 뒤로 갈수록 원금에 붙는 이자가 많아지죠. 중간에 계가 깨질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한 덕분입니다만, 아시는 것처럼 계주가 도망가는 일도 흔했습니다. 없이 살던 사람이나 강남 사모님들이나 계를 깨고 도망간 계주를 찾는 풍경은 똑같더군요.

빚을 못 갚아, 계주 엄마를 둔 죄로, 야반도주하는 부모 손에 이끌려 억지로 동네를 떠나야 했던 꼬맹이와, 영문도 모르고 하루아침에 그 친구를 잃은 동네아이들도 여럿 있었죠.

고릿적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고, 이제는 많이 진화했습니다. 요즘은 ‘OO인베스트’ 같은 이름을 달고 투자전문가라는 사람을 내세워 ‘투자수익률 200%’ 이런 거 보여주면서 사모펀드 어쩌구 하면서 투자금을 모집합니다. 수익금을 배당한 내용도 보여줍니다.

예나 지금이나, 계나 사모펀드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꾐에 빠지기 쉽겠지만 거꾸로 생각해 봅시다. 그렇게 좋은 고수익 투자를 왜 자기가, 가족이, 지인에게 알려서 하지 않고 남에게 기회를 돌리겠습니까? 일단 수익률이 10% 넘어가면 은행 대출 ‘풀로 땡겨서’ 본인이 해야죠. 하기만 하면 남는 장사인데.

‘OO인베스트’ 명함을 받거든,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회사인지 아닌지부터 조회해 보시기 바랍니다.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

협회 정회원으로 올라 있는 ‘자산운용사’는 그 이름을 ‘꾼’들도 함부로 갖다 쓰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문’이라는 단어에서 헷갈릴 수 있습니다. ‘투자자문사’는 금융투자협회의 준회원으로 올라 있는 공인된 투자회사입니다. 한가람투자자문, VIP투자자문 같은 훌륭한 자문사들이 있죠.

그런데 투자자문사라고 되어 있지 않고 ‘투자자문’ ‘투자회사’ ‘인베스트’ 이런 식으로 이름이 달려 있으면 일단 의심하고 봐야 합니다. 금융감독원 민원실 같은 데 전화해서 이 회사 멀쩡한 데냐고 물어보세요. 금감원이 부담되면 회원수 몇 만명 쯤 되는 재테크 커뮤니티 같은 곳 게시판에 글을 올려 물어봐도 됩니다.

재테크에 있어 욕망은 필수불가결한 것입니다. 하지만 투기가 아닌, 욕망으로 활활 타올라 재만 남게 되지 않길 원한다면, 욕망은 통제된 욕망이어야 합니다. 합리적인 욕망이어야 하죠. 그래야 재테크를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쓰다 보니 좋게 말하면 칼럼, 나쁘게 말하면 꼰대 잔소리 같은 글이 됐군요. 아무렴 어떻겠습니까? 그래서 글 메뉴도 일부러 ‘주절주절’로 붙였더랬습니다. 제가 좀 주절주절 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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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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