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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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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의 관문, 베트남을 가다)신 기회의 땅…고속성장의 열차를 타라

지리적 환경·인적자원 '우수'…글로벌 기업 투자 '러시'

2018-05-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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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호치민(베트남)=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건설 도시."
 
베트남에서 3년째 활동 중인 한 사업가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이같이 묘사했다. 실제로 하노이 곳곳에서는 타워크레인이 서 있는 대규모 공사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40층 이상 고층 건물도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늘었다. 남부 도시 호치민에서는 수년째 지하철 공사가 진행 중이다. 거리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수 만큼이나 베트남은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베트남 경제가 고속성장의 궤도에 올라섰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발돋움한 중국의 확장판이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4%. 지난해 1분기의 5.1%보다 2%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으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무역협회 호치민지부는 "올 초에 집중된 베트남 정부의 시의적절한 경제정책과 정책 이행을 위한 정부의 과감한 리더십이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기대를 웃도는 성장률에 6.5~6.7%의 연간 목표치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6.8%에 이어 5년 연속 6%대 성장이 확실시된다.
 
베트남의 경제 성장은 지리적 여건, 젊은 인구구조, 해외 기업의 활발한 투자 등 3박자가 고루 어우러진 결과다. 인도차이나 반도 동쪽 해안선을 따라 길게 뻗어있는 베트남은 아세안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필수 관문이다. 남북간 거리는 1700km에 달해 칠레 다음으로 긴 영토를 자랑하지만 동서간 거리는 50km가 채 되지 않는 곳도 있을 만큼 짧다. 북쪽으로는 중국과 맞닿아있고 서쪽으로는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와 국경을 마주한다. 임충현 대한상공회의소 베트남사무소장은 "양 옆으로는 짧지만 상하로 긴 영토는 어디든지 진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6억 이상의 인구를 자랑하는 아세안 진출 교두보로 베트남만한 곳이 없다는 얘기다.  
 
우수하고 젊은 인적 자원은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유인하는 최우선 요소다. 약 9200만명(2015년 기준)의 인구 중 절반가량이 30대 미만이다. 1970년대 중반까지 전쟁이 지속된 탓이다. 젊은 인구구조는 풍부한 노동력 공급을 가능케 한다. 이른 시일 내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가능성도 그만큼 낮다. 1분기 기준 15세 이상 경제활동 인구는 540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만명이 늘었다. 실업률은 수년째 2%대를 유지 중이다. 문맹률은 1%대로 매우 낮은 편이고 교육열도 굉장히 높다. 더욱이 베트남은 한국과 역사적, 종교적 특징이 유사해 한국 기업에 더 쉽게 동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장점에 해외 기업들의 투자도 줄을 잇는다. 베트남 투자청(FIA) 등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에 대한 대외직접투자(FDI)는 356억달러로, 전년 대비 44.4% 증가했다. 2009년 이후 최고치다. 115개 국가 및 지역이 베트남에 투자를 진행 중이지만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이 3분의 2가량을 기여한다. 특히 일본은 전체의 25.4%에 해당하는 91억1000만달러를 투자해 한국을 제치고 최대 투자국에 올랐다. 두 개의 BOT(Build-Operate-Transfer) 발전소 수주의 공이 컸다. 한국은 84억9000만달러(23.7%)를, 싱가포르는 53억달러(14.8%)를 투자했다. 10위권에 머물렀던 중국은 21억7000만달러로 4위 투자국으로 급부상했다.
 
투자는 수도 하노이와 남부 경제도시 호치민에 집중되고 있다. 발전은 호치민에서 먼저 시작됐다. 베트남 전쟁 이전 미국과 친밀했던 영향도 적지 않지만 항구가 있는 도시 특성상 선천적으로 외부 문물에 개방적이다. 맥도날드가 베트남에 첫 매장을 연 곳도 호치민이었다. 메콩강이 흐르고 4모작이 가능할 만큼 땅도 비옥하다. 기후도 좋은 편이다. 사람들의 성격도 쾌활하고 밝다. 일찌감치 경제가 발전한 덕에 소비 시장도 활성화됐다. 베트남 전체의 1인당 GDP는 2700달러 수준이지만 호치민은 5000달러를 상회한다. "하노이 사람들은 10을 벌면 1을 쓰고, 호치민 사람들은 10을 벌면 11을 쓴다"는 현지 속담에 걸맞게 소비 성향이 매우 강하다. 애플과 삼성 등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역시 크다. 호치민을 중심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현재 동나이(태광·효성·락앤락 등), 바리아 붕따우(포스코), 빈증(금호타이어·오리온 등) 등지에 산업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하노이는 베트남 정부의 남북균형발전 계획에 따라 최근 급격히 발전했다. 하노이 인근 박닌에 삼성전자가 대규모 휴대폰 공장을 건설한 것과도 시기적으로 겹친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이 대규모 산업단지를 건설한 하이퐁 역시 북부지역 경제의 주축으로 꼽힌다. 이들 기업의 진출 이후 남부와 북부의 한국 기업 수는 얼추 비슷해졌다. 정부 주도의 개발에 걸맞게 전세계의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금융, 인프라 등 정부 기간사업은 하노이에서 주로 발주되고 소호 사무실, 호텔 등 대형 건물이 매일같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다만 사람들의 성향이 다소 무뚝뚝하고 야박해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한 편이다. 진짜 부자는 하노이에 있다고 하지만 전반적인 소비 수준이 호치민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하노이·호치민=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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