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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6.13지방선거 현장24시)②대전시장, 자유한국당 박성효 후보

"세종시 개발, 대전 위협 아닌 혜택으로"

2018-05-1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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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박성효 시장이 잘 할 거란 믿음은 있죠. 근데 한국당에 너무 실망해서…”
 
자유한국당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의 14일 일정을 취재하기 위해 새벽 6시30분 KTX에서 내려 대전역에서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가는 택시에서 들은 말이다. 기자가 이날 처음 만난 대전 시민은 여전히 박 후보를 ‘시장’이라 부르면서도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이후 한국당 정치행보가 19대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을 찍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달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미투’ 여파와 견줄 수 없는 한국당에 대한 실망감이 아직 지역에 남아있다고 본다며 박 후보의 재도전에 선뜻 표를 주기 어려운 데에는 그런 까닭이 있다고 했다.
 
대전과 충청은 특정 강세 정당이 있기보다는 인물 중심 투표를 하는 지역이다. 2006~2010년 박 후보가 시장 임기를 마친 후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출마한 염홍철 전 시장이 당선됐고, 이후엔 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새정치민주연합 권선택 전 시장이 뒤를 이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민주당 후보로 허태정 전 유성구청장이 확정된 뒤 후유증으로 인해 경선 경쟁자였던 박영순 전 청와대 행정관과 이상민 의원 측 지역 핵심 참모 일부가 박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당을 초월한 ‘원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사람이 당보다 아름다워!’ 이게 제 소신입니다. 일은 당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거죠.” 농수산물시장 인사 도중 한 상인이 “빨간(한국당 상징색) 사람이 왜 왔냐”며 무안 주자 박 후보는 이렇게 말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1955년 대전 출생, 대전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79년 행정고시 합격, 94년 대전 서구 구청장 역임 이후 줄곧 대전 행정에 전념해온 지역 토박이 행정전문가로서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는 대전시청에서도 경제국장, 기획관리실장, 정무부시장을 거치며 탄탄한 경력을 쌓은 뒤 민선 4기 시장에 당선됐다.
 
박성효후보가 14일 노은농수산물시장 청과류 코너에서 상인과 대화하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박 후보는 “지방행정은 무엇 하나 따로 생각할 수 없는 복잡한 도시복합행정”이라며 염 전 시장과 권 전 시장의 지난 8년 시정에 그런 고려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권 전 시장 당선 후 3년 내내 재판으로 유성복합터미널과 지하철2호선 등 개발사업이 진척되지 못 한 점을 아쉬워했다. 박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대전시를 북서부에서 남동부로 가로지르는 지하철1호선은 박 후보가 대전시청 근무 시절부터 꼼꼼하게 챙겨온 사업으로, 시장 재임 당시 개통했다. 뒤이어 추진한 순환 2호선과 민자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은 이후 시장이 바뀐 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법적·행정 절차적 문제점이 발생해 아직까지 시행되지 못했다.
 
박 후보는 노은시장 청과물과 수산물 상점을 일일이 돌며 상인들과 인사했다. 한 상인이 배추를 다듬다 손이 더러워 악수하기 미안하다고 하자 “정직한 손인데요” 하며 덥석 손을 잡는 그다. 노은농수산물시장의 하루는 새벽 4시30분부터 준비하는 일부 과일 품목만 제외하면 대부분 자정에 시작한다. 오전 7시30분은 한창 일하는 바쁜 시간이었지만 대부분의 상인들은 박 후보를 반갑게 맞았다. “명함 안 줘도 알아요, 시장님”하며 악수를 청하는 이도 있었다. 박 후보는 백발에 허리를 굽히고 일하는 고령 할머니를 보며 작업대 설치를 제안했고, 바닥 한가득 양파를 널어놓고 초여름 날씨에 땀 흘리며 발개진 얼굴로 양파를 다듬는 중년 남성을 보고 잔업에 자동화 기계 도입이 시급하다고 했다.
 
박성효 후보가 14일 노은농수산물시장 수산물 코너에서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시장에는 10개 상점 중 한 두 곳 꼴로 청년 상인들이 있었다. 박 후보는 이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부모를 돕는 2030을 칭찬하고, 창업에 도전한 3040엔 성공을 기원했다. 대학 재학 중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청과도매를 20년째 해왔다는 유승찬(45세·남성)씨는 ‘주5일 근무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씨는 “청년들은 자정부터 오전 11시까지 이어지는 노동을 꺼리는 데다 서울과 달리 외국인 근로자 고용도 금지돼 구인난을 겪는다”면서 “주5일 근무나 격주근무로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 상인들은 하루 10~12시간씩 주6일을 꼬박 일한다.
 
박 후보는 세종시장과 협의해 대전 지하철 1호선을 세종시까지 연장하는 안도 구상중이라고 소개했다. 세종시 개발이 대전 시민에게 위협이 아닌 혜택이 되는 일종의 ‘상생안’이다. 지하철 2호선의 경우 구도심엔 저심도(지하 5m정도 깊이만 굴착해 철도차량이 지나다니도록 하는 도심철도 공법), 신도심엔 기존 시정부의 고가철도를 연결해 도시를 순환하고 추가로 트램노선을 조합해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재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날 오후 선거캠프에서는 장애인부모연대 정책 협약식도 있었다.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박 후보는 주말마다 아들과 함께 연탄 배달 등 장애 가정을 돕는 봉사활동을 한다. 그는 시혜성 정책보단 장애아전문 어린이집과 장애인 오케스트라 및 직업재활시설 등 장애를 가진 시민이 사회에 적응하고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정책을 선호한다. 아들이 자폐증을 앓고 있어 장애인과 그 가족의 실질적인 어려움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장애인 아동권리를 주장하며 삭발한 흔적이 있는 참석자들의 짧게 기르다만 머리를 지긋이 바라보기도 했다.
 
박성효 후보가 14일 오후 4시30분 캠프에서 열린 대전시 장애인 권리보장 정책 협약식에서 장애인 부모연대 회원들과 장애인 정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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