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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사태 한 달…출구가 안 보인다

한 장짜리 사과문이 전부…"조현민 사퇴도 조양호 회장이 거부"

2018-05-1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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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구태우·신상윤 기자] 물벼락 갑질로 촉발된 대한항공 사태가 한 달을 넘겼다. 갑질은 애교였다. 밀수에 조세 포탈 등의 범죄 혐의로 비화되면서 조양호 회장 일가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 사정기관들이 총동원돼 압수수색 등 혐의 입증에 나섰으며, 직원들은 언론 제보에 촛불까지 들며 총수 일가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 반면 조 회장은 단 한번의 사과를 제외하고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고개 숙인 조양호 한진 회장 일가. 사진/뉴시스 
 
14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이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임직원과 국민들의 비판은 들끓고 있다. 이날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진과 대한항공 관련 청원은 30여건. 조 회장 일가의 사퇴와 조세 포탈 등 위법행위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게 청원의 주된 내용이다.
 
내부의 외침은 들불이 됐다. 대한항공직원연대는 두 차례의 촛불집회를 성공리에 마쳤다. 12일 있었던 2차 집회는 빗 속에서도 시민들의 응원이 더해졌다. 이들은 계속해서 조 회장 일가의 비위를 수집하는 한편 언론 제보 등을 통해 여론전에 나선다. 촛불도 계속해서 든다. 조직화를 통한 장기전 채비도 마쳤다. 목적은 '조 회장 일가의 전면 퇴진' 하나다.
 
조 회장 일가를 향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언론의 경쟁 속에 묻혔던 과거 갑질들도 하나하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대한항공을 이용한 명품 밀반입에 조 회장의 상속세 탈루, 필리핀 출신의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등 의혹은 끝이 없다. 다음 차례는 '비자금 조성 혐의'라는 얘기도 있다. 이에 대한항공 내부에서조차 "언제 끝날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사정당국의 칼날은 조현아·현민 자매에서 조 회장으로 옮겨가는 흐름이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의 소환도 목전이다.
 
그럼에도 조 회장은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달 22일 한 장짜리 사과문을 낸 게 전부였다. 이조차 여론과 사정당국의 압박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게 대한항공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실제 조 회장은 막내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논란 직후 그를 사퇴시키고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내부 조언들을 무시했다. 조 회장은 이사회의 제언에도 "현민이는 일마저 없으면 죽을 아이"라고 감쌌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법적 대응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명희씨를 향한 갖은 의혹에도 무책임한 해명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동영상을 통해 확인된 폭행 혐의를 제외하고 17가지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이 역시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묵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그룹 내에서 화약고로 불렸던 인물로, "조 회장조차 그를 말리지 못했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은 전했다.
 
사태가 도무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한진그룹과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조 회장이 결단할 시점이라는 의견들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조 회장이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명예회장으로 퇴진하는 게 그나마 (아들)조원태 사장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역시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모(이명희씨)가 재단 이사장에서조차 물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조 회장의 이선 퇴진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구태우·신상윤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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