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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금융당국, 저축은행 가계대출 총량규제 2개월째 지연

서민금융 활성화 발표로 중금리대출 제외·증가폭 수준 등 내용 확정 못해

2018-05-2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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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금융당국이 지난 3월 발표하기로 한 저축은행 가계대출 총량규제안을 여전히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발표한 중금리대출 확대 방안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리인상 기조에 가장 우려되는 저소득 저신용자들의 가계대출이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금융위원회는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대한 세부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는 당초 올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7% 초반으로 제한하려 했다. 하지만 서민금융 활성화와 중금리대출 확대 방안 등을 발표하면서 사잇돌2, 햇살론 등 정책금융 외에 각 저축은행의 자체 중금리대출 상품을 가계총량규제에서 제외할 지 또는 증가율 제한 폭을 키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13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처음 마련됐다. 시중은행들의 대출을 억제하면서 이들 수요가 저축은행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 5.1%, 하반기 5.4%로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제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3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저축은행에 대한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발표할 예정이었다"면서도 "증가율 제한 폭과 포함시킬 세부 항목 등에서 논의가 확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규제 세부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데는 기존 대책과의 연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칫 저축은행의 대출을 옥죌 경우 중금리대출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 1월 서민의 금리절벽 해소를 위해 중금리대출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라 중금리 관련 정책금융 상품의 공급 규모를 지난해보다 1조원 확대한다. 다만,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민간 금융사와 중금리대출 공급 규모 확대를 추진키로 했다. 민간 금융사들에게 중금리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시행되면 사실상 중금리대출 확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자체 중금리상품이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포함될 경우 적극적인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 확대를 위해 민간 금융사에 중금리대출을 늘리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중금리대출을 포함시킬 경우 어떤 저축은행이 적극적으로 중금리대출을 취급하겠냐"며 "이는 금융당국이 일관성이 없는 여론몰이 용 대책을 내놓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지난해 3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중금리대출을 포함시키면서 자체 중금리상품의 대출 취급액은 월 평균 1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이는 가게대출 총량규제 전보다 30~40% 감소한 수치"라고 덧붙였다.
 
저축은행의 대출을 옥죌 경우 자칫 대부업과 불법 사금융 확대라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저축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당할 경우 이보다 금리가 높은 대부업과 불법 사금융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실시하자 대부업의 대출규모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대부이용 민원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의 대출잔액은 1년 전보다 13% 이상 늘어난 1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0%였던 전년보다도 확대된 증가율이다. 관련 민원도 크게 늘어났다. 금감원에 접수된 관련 민원도 지난 2016년 1900건에서 지난해 3005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불법 사금융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1조원이던 불법 사금융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2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불법사채 이용자수는 43만명으로 전년도(33만명)에 비해 무려 30.3%나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저축은행의 대출 전체를 억제하는 것은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에 불과하다"며 "전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서민들에게 실제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교하게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2개월째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종로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중금리대출 확대 등 서민금융 활성화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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