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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CVID 고수·북 체제안전 보장…트럼프식 비핵화 모델은?

과거 비핵화 사례 접목한 새로운 방식 부상…"북 핵능력 고도화, 비핵화 과정도 복잡"

2018-05-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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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내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리비아식 핵포기에 반발하는 가운데 미 백악관이 밝힌 ‘트럼프식 모델’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원칙을 고수하면서 북한이 요구할 체제안전 보장·경제지원이 어느 선에서 합의될 지가 관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비핵화 방법을 놓고 “리비아 모델은 북한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을 공언했다.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의 입을 통해 리비아 모델 적용 가능성이 제기되고 북한이 반발하자 직접 수습에 나선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을 놓고 미 정부는 “정해진 틀은 없다”(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튼 보좌관이 언급한 리비아 모델은 비핵화 협상 결과에 대한 합의문 없이 리비아의 무조건적인 핵포기 선언에 기초한다. 2003년 12월19일 리비아 당국은 핵무기를 비롯해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 폐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즉각적 사찰을 허용하는 등의 핵포기 결정을 발표했다. 리비아는 이듬해부터 2005년 10월까지 핵·미사일 관련 시설·장비·연구자료 등을 모두 미국에 넘겨 핵 폐기를 완료했지만, 이후 미국의 지원을 받은 반군에 의해 정권이 붕괴되는 결과를 낳았다. 김계관 북 외무성 1부상이 나서 “대국들에게 나라를 통째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이라크의 운명을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불순한 기도”라고 반발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북핵문제를 풀 수 있는 대안으로 카자흐스탄 방식을 꼽는다. 1991년 구 소련 붕괴 당시 갑작스럽게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카자흐스탄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압박이 이어지자 1992년부터 핵무기 1000여기와 전략폭격기 등을 러시아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카자흐스탄은 미국의 ‘넌-루가 프로그램’에 기반한 핵 해체비용, 핵 과학자들의 전직 지원을 포함해 서방세계 경제지원과 체제안전 보장을 받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볼튼 보좌관과 회동 중 카자흐스탄 방식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카자흐스탄이 폐기한 핵무기는 자체 개발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북한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식 모델의 경우 2015년 7월 체결된 이란 핵협정에 따라 비핵화 단계별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축소하는 것이 골자다. 이 과정에서 이란이 2025년까지 우라늄 농축시설 신설을 중단하고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1만9000여개 등을 단계적으로 폐기하는 내용이다. 핵 동결·불능화·폐기 등 비핵화 단계별로 제재를 축소하는 이란식 해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상 최악의 합의”라고 비판했으며 이달 초 파기 선언을 했다.
 
이같은 외국의 비핵화 사례를 북한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인 만큼, 과거 사례들을 참조해 새로운 모델이 제시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진무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북한은 이전 국가들보다 핵개발 능력·수준이 훨씬 고도화되는 등의 차이가 있어 비핵화 과정도 그만큼 복잡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리비아·우크라이나 등은 핵포기를 결심할 당시 체제 위협이 해소됐거나 해소되는 중이었으나, 북한은 아직까지 핵을 정권 안전보장을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등의 차이도 있다.
 
이런 가운데 6자회담 등 과거 협상에서 경험한 비핵화-평화정착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한국형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포괄적인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보인만큼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괄 타결을 시도하고 추후 재개될 다자회담에서 단계적 이행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역할분담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조정자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비핵화 관련 포괄적인 의견과 입장을 미국에 전달한 상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우리 정부는 막판까지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이견을 조율하고 간극을 좁히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 핵심 의제도 비핵화 방법론과 대북 경제제재 해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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