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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언론고시생)Immigration

2018-05-21 19:49

조회수 : 1,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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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3. 2. 1. 발사
 
초거대 우주 왕복선 이미그레이션호가 엔진에 불을 붙였다. 휴스턴 우주센터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역사적인 장관에 환호성을 질렀다. 성공적으로 발사된 왕복선은 서서히 가속하여 대기권에 접어들었다. 일반 우주 왕복선보다 3배가 더 큰 까닭인지 유난히 기체의 머리가 흔들리는 듯 했다. 대기권 진입 후 3초가 지났다. 이미그레이션호는 커다란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300명의 사람들이 하늘에 흩뿌려졌다.
 
심각한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에 지속적인 멸망의 길을 향하고 있던 인류는 초국가적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러시아와 미국의 주도아래 목성 이민 계획 ‘EXIT’를 실행하게 된다. 휴스턴 우주센터를 기지로 삼고 300명 수용이 가능한 초거대 우주 왕복선 이미그레이션호를 만들게 된다. 하지만 2020년 9월 7일 발사 당일. 대기권에 진입한 우주선이 300명의 탑승객과 함께 폭발해버리는 비극이 일어났다. 프로젝트 담당자 철수는 인류의 꿈이 날아가 버린 비극의 원인을 직접 찾기로 했다.
 
프로그램적 문제와 기계적 문제를 점검하던 철수는 감시카메라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우주선의 머리 부분에는 모두 10g의 빨간색 나사를 쓰도록 되어있는데 민수라는 사람이 9g의 녹색 나사를 하나 조립한 것이다. 민수를 찾아간 철수는 그가 조립 전날 술을 심하게 마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EXIT’에 참여한 모든 조립부문 관련자들은 우주선 완성까지 금주를 하겠다는 서약을 한 바가 있었다. 철수는 금주 서약을 어기고 술에 취한 채 잘못된 나사를 조립한 민수에게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민수는 다른 사람들도 몰래 술을 마시고 있으니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오히려 화를 냈다. 그리고는 조립한 자신보다 자재담당 영철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했다. 평소 자재를 뒤바꿔 운송하는 일이 잦은 영철이 자신의 자리에 잘못된 나사를 갖다 놓았다고 했다. 당당한 영철은 NASA우주센터장과 같은 MIT공대출신이었다. 하는 수 없이 철수는 영철을 찾아갔다.
 
빨간색 나사 두개를 앞에 둔 영철은 조금씩 떨고 있었다. ‘녹색 나사를 집어봐요’ 철수의 지시에 영철은 앞에 있던 빨간색 나사 하나를 집어 들다. 그는 색약이었다. 그의 신상기록부에는 색약이란 단어가 없었다. 진하게 밑줄 쳐진 곳에는 미국 유명 상원의원의 추천 서명이 있었다. 철수는 발걸음을 돌렸다.
 
며칠 뒤. NASA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자체 조사 결과, 이미그레이션호의 폭발 원인은 나사를 공급한 중소기업의 잘못으로 판명됐다. 30년간 NASA에 나사를 납품해오던 중소기업은 전 인류의 비난과 함께 파산했다. NASA는 그간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와 위로를 표하며 큰 상여금을 내렸다. 특히 원인을 찾아낸 조립파트의 민수와 자재파트의 영철은 특별 진급했다. 1개월간의 휴가기간 후. NASA는 이미그레이션2호 제작에 들어갔다.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EXIT’의 책임자 철수가 NASA를 떠났다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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