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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시론)재산, 자식에게 절대 물려주지 마라

2018-05-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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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본무 회장이 갑작스레 사망한 뒤 들려오는 미담에 사람들 마음이 훈훈해지고 있다. 대기업 총수라고 보기에는 소박하게 고인이 평소 냉면을 좋아했다든지, 개인적 용무를 볼때에는 기사를 돌려보내고 택시를 이용했다든지,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 지킴이였던 오스트리아 수녀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최저 생계비를 받으며 산다는 소식을 듣고 해마다 소정의 생활비를 보조해줬다는 등의 일화다.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세간의 관심은 구 회장의 재산을 물려받는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얼마의 상속세를 낼 것인가에 쏠려 있다. 원칙적으로,구 회장의 재산은 배우자와 직계 비속에게 상속되는데 현재 ㈜LG의 최대주주는 구 회장으로 지분율은 11.28%다. 구 상무는 6.24%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2대 주주인 구본준 부회장의 지분은 7.72%이다.
 
구 상무가 얼마의 상속세를 낼 것인가의 문제, 바꿔 말하면 구 상무가 얼마나 상속받을 것인지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LG그룹이 2003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주회사인 ㈜LG의 최대주주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LG는 지난 17일 이사회에서 구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오는 29일 처리하기로 했다.
 
주식에 대한 상속세는 망인의 사망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 주가의 평균 금액을 기준으로 삼고, 최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의 지분을 상속할 때는 ‘할증’ 세율이 적용되는데, ㈜LG 가는 20%의 할증률을 적용받게 된다. 즉, 8만원짜리 주식이 9만6000원짜리 주식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구 회장의 보유한 지분 11.28%(1946만주)의 가치를 약 1조87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고 상속 규모가 30억 원 이상일 경우 50% 과세율이 적용되므로, 구 회장의 지분을 전부 상속받는다면 구 상무가 내야 할 상속세는 9000억 원을 넘을 수 있다. 역대 상속세 납부 1위는 신용호 교보그룹 명예회장의 유족으로, 이들은 1830억 원대의 상속세를 냈고, 함영준 오뚜기 회장 일가는 1500억 원 가량을 냈다.
 
반면,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면 상속세로 구설이 끊이지 않는 재벌가도 없지 않다. 2002년 11월에 개시된 조중훈 전 회장의 상속과 관련해 대한항공 일가는 50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탈루한 혐의로 16년이 지난 현재 검찰 수사를 받으며 곤혹을 치르고 있다.
 
특히, 재계 1위인 삼성가는 유독 편법 증여 논란이 끊이지를 않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1995년 아들 이재용에게 60억 8000만원을 증여한 사건이 있다. 이때 이 회장은 이 부회장에게 에스원 주식 12만여 주를 23억 원에,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47만주를 19억원에 매입하게 한 후 두 회사를 상장시켜 50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게 한 뒤 16억원의 증여세만 내게했다. 뿐만 아니다. 1996년 삼성 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낮은 가격에 주주 우선으로 발행한 이후 기존 주주들이 인수를 포기해 결과적으로 이재용에게 헐값에 배당한 사건도 있다. 최근에는 박근혜 국정 농단 사건에서 계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삼성 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수상한 합병 절차와 관련된 논란까지 휩싸였다. 이런 불편하고 복잡한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돈이란 무엇인가, 자식에게 부를 상속한다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가지는 가치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100억을 가진 부자나, 1000억을 가진 부자나 사는 건 다 똑같다고 한다.
 
부동산 전문이자 가사 전문 변호사인 필자는, 수도 없이 많은 가족들이 ‘돈’ 때문에 서로 원수가 되고, 부모는 ‘돈’을 무기로, 자식은 ‘효’를 무기로 상대방을 조종하려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참으로 불행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서양처럼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현실에서 믿을 건 자식 밖에 없고, 기댈 건 내 재산 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모두 돈이라는 쇠사슬에 목이 묶인 채로 노예처럼 쳇바퀴 도는 삶을 살게 될 뿐이다.
 
“재산, 자식에게 절대 물려줄 생각 말고”, 현재의 내 삶을 가치 있고 명예롭게 만드는데 열중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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