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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홍종학 장관 "납품단가 인하 위한 경영정보 요구, 분명한 범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대책 발표…불공정행위 근절 강경발언

2018-05-2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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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홍종학 중기벤처기업부 장관이 납품단가 인하관행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정부가 나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홍종학 장관은 2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중회의실에서 이날 오전 당정협의를 거쳐 나온 '대·중소기업간 견고한 신뢰기반의 상생협력 생태계 구축 방안'의 세부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상생협력 대책은 저성장과 양극화 추세에 대한 전환 기회를 모색하고자 수립됐다. 최종안은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과의 부처협의, 동반성장위원회 등과 협업 및 전문가 간담회 등을 거쳐 마련됐다.
 
이날 홍 장관은 "납품단가를 깎기 위해 각종 경영정보를 부당하게 요구하는 것은 분명한 범죄행위"라며 "상생법에 이러한 원칙을 분명히 반영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납품단가 인하관행을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납품단가 인하관행은 중소기업들의 기술개발 동인을 잃게 하고, 결과적으로 대기업의 경쟁력도 떨어뜨려 한국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며 "중소기업이 문서를 통해서 대기업과 합의하는 예외적인 경우만 용인하겠다. 납품단가 관련 정보 공유를 합의하더라도 비밀유지협약이 전제되도록 유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책에는 중소기업이 가장 불공정한 분야로 지목하고 있는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행위에 대한 제재수단이 일부 반영됐다. 우선, 대기업이 협력사에 단 한차례라도 부당한 대금결정, 감액행위, 원가정보 요구를 하다 시정조치를 받으면 공공입찰 자격이 제한되도록 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도입된다. 두 차례 과징금을 부과받아도 입찰 자격이 정지되는 등 강도 높은 규제안이 시행된다. 또한 시정요구 및 과징금에 따른 3년 누산벌점 5.0점 초과 시 공공분야 입찰 참여가 아예 불가능해진다. 홍 장관은 "부당한 대금결정이나 감액행위, 원가정보 요구행위로 인해 정부가 시정명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벌점을 조정해 공공분야 입찰에 원천적으로 들어올 수 없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 같은 납품단가 불공정행위의 수시 기획조사를 강화하기 위해 중기부, 공정위, 중소기업중앙회 등 기관으로 구성된 '납품단가조사 TF'를 상설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 자율 감시를 위해 상생협력임원을 기업별로 선임하도록 유도하는 안도 나왔다. 현행 29개에 달하는 불공정거래신고센터도 2019년 69개로 확대된다.
 
2007년 국내 도입됐지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성과공유제는 현금공유 중심으로 개편된다. 중소기업에 실질적 혁신유인이 될 수 있도록 성과공유 인정 유형을 현금배분, 물량매출 확대 등 현금공유 중심으로 개편해 실효성이 높이겠다는 의도다. 제품판매 등으로 발생한 협력 네트워크의 재무적 성과를 나누는 협력이익공유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협력이익공유의 기준·유형·인센티브·확인제 운영방안·상생협력법 개정안을 담은 '협력이익공유제 도입·확산 계획'이 6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성과공유제가 주로 납품 전 원가절감 등 협력사 차원에서 달성한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라면, 협력이익공유제는 제품판매 등으로 발생한 협력 네트워크의 재무적 성과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성과공유제와 협력이익공유제 모두 강제성은 없지만 대기업은 공유 수준에 따라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를 차등 지원받게 된다. 홍 장관은 "성과공유제는 과거 양적으로 확산했던 정책을 지양하고 절적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현금이나 물량증대와 같은 현금성으로 공유되는 경우만 인정하겠다. 또 수평적인 네트워크 형태로 진일보시키고 개방형 혁신을 지양하는 모델로서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협력이익공유제와 관련, 원가절감에 대한 성과 공유가 아니라 대·중소기업이 협력활동을 통해서 달성하는 이익을 협력사 기여정도에 따라 공유하는 제도인 만큼 대기업이 원가정보 공개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고 홍 장관은 설명했다.
 
이밖에도 1차 기업이 상생결제로 납품대금을 지급받은 경우 그 비율만큼 2차 이하 기업에 현금 또는 상생결제로 지급하는 게 의무화된다. 상생결제란 기업 간 거래에서 결제일 이전에 구매기업이 지급한 외상매출채권을 이용해 결제대금을 은행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정부는 임금체불의 사전예방을 위해 발주자가 임금, 하도급대금 등을 직접 지급할 수 있도록 상생결제 기능 개편 및 공공기관 도입을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또 스마트공장, 생산성 제고, R&D 등 혁신분야에 집중하는 '상생협력기금 2.0'도 실시할 예정이다. 현행 상생협력기금의 경우 대기업이 특정기업을 지정해 지원하는 방식인 반면, 상생협력기금 2.0은 2~3차 협력사의 혁신을 유도하고 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공동협력 모델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홍 장관은 "대기업이 혁신자원을 개방·공유하면 정부가 각종 정책자금을 매칭 지원해 시너지를 높일 것"이라며 "상생협력의 지평과 범위가 개방형혁신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이번 정부대책만으로 이익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국내 산업구조를 바꿔놓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2017년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기준으로 수탁중소기업 비율은 41.9%, 위탁기업 매출 의존도는 81.4%에 달하고 있다. 특히 납품단가 문제는 대·중소기업간 가장 불공정한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그간 불공정거래 개선방안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지난 2016년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40%가 현 불공정 근절 대책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번 대책 역시 납품단가 부당인하시 공공입찰을 제한한다는 내용 외에는 사실상 강제성 없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생태계 구축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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