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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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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3년 5개월 만에 포토라인 선 조현아

2018-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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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으로 고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4일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모친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함께 필리핀인들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가장해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로 고용한 혐의다. 조 전 부사장은 ‘불법 고용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라고 했다. 이어지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이 없다가 ‘땅콩회항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포토라인에 섰는데 국민들께 한 말씀 부탁한다’는 말에 다시 “죄송하다”라고 답하고 고개를 숙인 채 조사실로 향했다.
 
‘땅콩회항’ 이후 3년 5개월 만에 포토라인에 선 조 전 부사장의 모습에 기시감을 느꼈다. 2014년 12월 조 전 부사장은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인 채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최근 ‘물벼락 갑질’로 경찰 소환 조사를 받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모습과도 닮았다. 둘째 딸 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사과문의 내용은 첫째 딸 때와 마찬가지로 ‘복사+붙여넣기’ 수준이었다. 조 회장은 2014년 ‘땅콩회항’사태 때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겠다고 했으나 조 전 부사장은 지난 3월 29일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속임수이자 진정성 없는 조치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이 같은 갑질을 넘어 밀수·탈세 등 중범죄로까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에서 고가의 명품 등을 구입해 세관을 거치지 않고 대량 밀반입하고,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 직원들이 동원됐다는 제보가 나왔다. 총수 일가의 물품은 특수화물로 분류돼 ‘KIP(Korean air VIP)’ 코드로 관리됐다고 한다. 미국 국적의 조 전무는 외국인은 국적 항공사의 등기이사가 될 수 없다는 항공사업법을 위반하면서 2010~2016년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 등기이사를 지냈다.
 
대한항공 직원들의 집단 제보와 시민의 공분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조 회장은 경영권 승계 문제와 더불어 자질 미달의 재벌 3세가 중책을 맡는 후진적인 경영 행태 전반을 뼈를 깎는 노력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는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빚고도 반성하기는커녕 ‘갑질’과 불법행위를 계속해온 총수 일가를 철저히 조사해 엄단해야 한다. 대한항공과 국토교통부·관세청 등 정부 기관 사이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외신까지 대기업 오너의 갑질과 불법행위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더는 총수 일가의 “죄송하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홍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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