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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연

의사협회 "원안위 과실로 국민 건강 침해…라돈 피해, 정부가 입증해야"

원안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체계적 진료계획 시스템 갖춰야"

2018-05-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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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불거진 라돈 침대 사건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의 관리 소홀로 상당수 국민들이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라돈에 노출된 만큼 역학조사를 통해 피해 정도를 파악하는 한편 장기간에 걸친 건강 관리 창구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상황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날 오후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강정민 위원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하고 정부의 신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로 했다.
 
25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루 중 가장 오래 머무는 침대에서 폐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라돈이 다량 검출된 것은 방사성 물질을 관리하고 위험을 미리 차단해야 할 원안위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사태 발생 이후에도 원안위는 라돈 침대 2차조사에서 1차조사 결과를 뒤집으며 불신을 키웠고, 이후 대응도 미흡했다"고 말했다.
 
의협은 원안위가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생방법)상 방사선 원료물질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생방법 9조에 따르면 원료물질이나 공정부산물 수출입·판매업체, 공정부산물 처리·처분·재활용하는 업체가 원안위에 등록하도록 돼 있다"며 "법상 등록은 관리 의무를 포함하는데 원안위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의미다. 원안위는 관리 물질인 모나자이트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었는지 파악하지 않고 있었고, 그 결과 생활용품 전반에 걸쳐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정부가 나서 피해자를 위한 체계적인 진료 계획을 세우는 등 건강 관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역학 조사도 하루 빨리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고농도 라돈 노출 피해자에 대한 명확한 진료 지침이 없기 때문에 피해자 개인별로 라돈에 얼마나 노출됐는지와 나이, 성별 등 인구학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일정 기간동안 추적 관찰하기 위한 진료 계획을 세우고 특히 호흡기 관련 질병에 대해서는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현재 피해자 진료는 원자력의학원을 통한 상담이 전무한데, 전국적으로 주요 거점 병원을 지정해 호흡기전문의에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돈이 폐암의 직접적인 원인물질이라는 사실이 의학계에서 충분히 검증된 만큼 피해자들에게 입증 책임을 지워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현택 의협 수석기획이사는 "라돈 노출로 급성 폐암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수십년에 걸친 유전자 손상으로 피해가 장기간 지속될 우려가 더욱 크다"며 "정부 책임으로 위험에 노출된 피해 국민들에게 선제적으로 보상문제를 포함한 법적·의학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 피해자들에게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호흡기 질환 외의 질병 가능성에 대해서는 연구가 미흡한 만큼 판단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라돈을 전체 폐암 발생의 최대 24% 원인으로 지목하는 연구 등 폐질환에 대해서는 이미 검증이 됐지만 갑상선암을 비롯한 다른 질병은 확실한 근거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일반적으로 라돈은 반감기가 짧아 흡입했을 때 호흡기관에 영향을 미치지만 혈액을 통해 다른 조직으로 이동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더 많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밝혀진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의협은 침대에서 라돈이 검출된 데 따른 피해가 심각하다고 보고 다음주 중에 대책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가 문제된 모나자이트 공급업체를 공개하지 않는 등 여전히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국민들 피해를 키우는 만큼 협회 차원에서 적극 나서겠다는 취지다. 임현택 이사는 "3년 전 메르스 사태 때 정부가 환자가 거쳐갔던 병원을 숨기는데 급급하다가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뒤늦게 병원을 공개한 바 있다"며 "수많은 국민이 희생되는 사태를 겪었지만 여전히 정부는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의협은 각계 전문가들을 모아 '라돈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국민보호특별위원회'(가칭)를 구성해 피해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전문가 의견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정부는 라돈 검출 침대 대응을 위한 관계 차관회의를 개최하고 라돈 검출 침대에 대한 추가 조사 결과 14종의 매트리스가 안전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돼 수거 및 폐기 행정조치를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형욱 국무조정실 2차장은 브리핑에서 "추가조사 결과 17종 중 14종이 안전기준을 초과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25일 대한의사협회가 라돈 침대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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