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김형석

(피플)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저축은행, 양질의 IT 서비스 제공해야"

19년 만에 차세대 전산시스템 교체…비대면 서비스 확대 추진

2018-05-28 08:00

조회수 : 4,788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법조인이 꿈이던 법대생. 우연히 본 상업은행 채용공고에 이끌려 금융업에 첫발을 내딘 이순우(사진)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40여년간 금융인으로 다양한 발자취를 남겼다. 우리은행장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거쳐 현재는 서민금융을 책임지는 국내 79개 저축은행을 대변하는 저축은행중앙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겸손과 배려, 성실 등 세가지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심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어야만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축은행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서도 금융에 취약한 서민들과 호흡하며 이웃처럼 친근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기를 6개월여 남긴 이순우 회장에게 저축은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봤다.
 
-금융권에서만 40년이상 있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좌우명은 무엇인가.
 
사진/저축은행중앙회
1977년 상업은행에 입행한 이후 지금까지 가장 중요하고 생각하는 덕목은 세가지 자세와 한가지 정신이다. 세가지 자세는 바로 겸손과 배려와 성실, 한가지 정신은 바로 열정이다.
 
겸손은 은행에 적응하지 못 하던 직장생활 초기선배에게 배웠다. 한 선배가 제게 "많이 웃고, 조금은 바보스러운 사람이 되라"는 조언을 해 주었는데, 이후 그 말은 직장내외 대인관계와 영업과정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청나라 8대 기인(奇人) 중 한 사람인 정판교의 말 중에 '난득호도(難得糊塗)'라는 말이 있다. 이는 ‘똑똑해 보이거나 바보처럼 보이는 것도 어렵지만, 총명하면서도 바보처럼 보이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다.
 
배려는 사회 유지의 근간이 되는 필수덕목이다. 공자가 인(仁)의 실천으로서 강조한 '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 즉 '본인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마라'는 단순한 진리는 바로 배려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특히, 부유한 고객 주변에는 계산에 밝고 이익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진심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람은 자연스레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고객의 신뢰가 있어야 성장할 수 있는 우리 금융인들에게 더욱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성실한 자세는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일의 성패를 좌우하는 기본 요소다. 정현이나 김연아 같은 스포츠 스타, 발레리나 강수지 등 천부적인 재능을 갖춘 사람도 성실하지 않았다면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의 발을 보면 그들의 수고를 알 수 있다. 하물며 천부적인 재능을 갖추지 못한 직장인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3가지 자세도 그 사람의 '열정'과 결합되지 않으면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 아무리 겸손하고, 배려 잘하고, 성실해도, 열정이 없다면 자그마한 도전에도 무너지거나 추진력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지난 2월, 19년 만에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교체했다. 이유와 향후 예상되는 변화는 무엇인가.
 
금융회사의 기반은 인재와 IT시스템이다. 그런데 저축은행의 기존 IT시스템은 지난 1999년에 도입됐다. 저축은행의 주요 영업기반 한 축이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금융은 이미 인터넷, 모바일 등 비대면 거래는 물론 인공지능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데, 저축은행은 19년 된 시스템에 갇혀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었다. 누더기에 가까워진 저축은행의 옷을 새 옷으로 바꿔 입고 고객들에게 더욱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바로 그것이 바로 차세대시스템을 새로 구축하게 된 이유다.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올해 중 비대면 채널 통합작업까지 완료되면, 저축은행에서는 고객의 필요를 더 이해하게 되고, 필요한 상품을 쉽게 만들 수 있으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다른 금융업권에서 이미 일부 제공하기도 하고 있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저희는 플랫폼을 통해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계속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지역 저축은행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가장 보람있던 일은 무엇인가.
 
저축은행중앙회장으로서 가장 보람 있던 일을 꼽으라면, 회원사와의 소통 노력을 통해 중앙회와 회원사가 이전에 비해 더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임기 초, 대표이사들과 처음 회의를 하면서 어렴풋이 알고 있던 회원사와 중앙회의 간극을 직접 확인하고 솔직히 많이 놀랐다. 좋은 해법이 보이면 힘들지 않았을 텐데, 뾰족한 해법이 없었다. 회원사들의 자산규모나 주력 영업분야 등에 따라 이해관계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이후 임기 동안 68개 저축은행을 직접 방문해 영업현장에서 대표이사, 임원뿐 아니라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개별 회원사와 중앙회 사이에 얼마나 큰 괴리가 있는지 알 수 있기도 했고, 임직원들과 저녁도 먹고 사적인 대화도 나누며 서로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는 가운데 그 괴리를 많이 좁힐 수도 있었다.
 
-저축은행이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저축은행은 오랜 동안 지역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조금 더 높은 예·적금 금리로 서민들의 목돈마련을 앞당겨 주고, 메마른 대지의 단비처럼 서민들에게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IT발전에 따른 금융환경 변화로 인해 금융업권간의 경계뿐만 아니라 금융업 자체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어 지금과 같은 영업형태로는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앙회는 지난해 비대면 계좌개설 앱 ‘SB톡톡’을 출시하고, 올해 2월 중앙회 전산을 차세대시스템으로 교체했다. 이를 기반으로 올 하반기에는 인터넷·모바일뱅킹 시스템을 통합 구축해 저축은행의 스마트뱅킹 플랫폼을 단계적으로 갖춰나갈 예정이다.
 
비대면 플랫폼을 활용해 서민을 위한 중금리대출과 체크카드 서비스도 제공하고, 온라인 햇살론 등을 포함한 대출상품몰도 구축하여 비대면 거래를 더 선호하는 젊은 고객들의 유입을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한다. 디지털기술 중심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은 기존 영업점을 활용해 고객과 직접 대면하고, 금융에 취약한 서민들과 호흡하며 이웃처럼 친근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아날로그식 영업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저축은행은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사람과 저축은행 직원의 관계를 기반으로 서민들에게 따뜻한 배려를 할 수 있는 사람 중심의 금융회사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서민과 함께 성장해온 저축은행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정하고 풀어야 할 과제가 산재하다.저축은행의 포트폴리오는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갖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에는 어려움도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는 것 역시 중앙회와 저축은행의 소통에 있다고 생각한다. 회원사와 중앙회가 머리를 맞대고 더 소통해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현 금융환경 변화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간다면 서민금융이라는 역할에 충실한 신뢰받는 금융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 김형석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