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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유가·원화 동반 강세…산업계 위기감 고조

2018-05-2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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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유가와 원화의 동반 강세로 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090원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국제유가도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며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영업이익은 2~3%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한다. 유가 상승은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기업의 생산비를 높이기 때문에 통상 완제품이나 중간재를 생산·판매하는 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6원 내린 1078원을 기록했다. 주요 기업들이 올해 사업계획에 반영한 1090원 내외보다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1090원은 손익분기점을 의미해, 환율이 이보다 낮을 경우 적자 위험도 커진다. 전망도 좋지 않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올해 말 1040원, 내년 1분기 103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도 배럴당 70달러선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조정을 거치고 있으나, 흐름은 우상향이다. 환율과 유가가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통상 변동이 있은지 3개월 후다. 지난해 말부터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 올 상반기에는 수출은 늘어도 환차손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절대적 공급부족에 있는 반도체를 제외한 전 업종이 사실상 위기에 처했다. 전차군단이 원화 강세로 가격경쟁력이 퇴색됐고, 이는 수출전선의 먹구름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1분기 실적에서 이상신호를 보인 가운데 유일하게 질주 중인 반도체마저 전강후약의 전망이 나온다.
 
1분기 원화강세와 정제마진 약세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빠진 정유업계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정유업계는 평소 통화선도계약 등으로 환율 변동 위험에 대응하고 있다. 원유 역시 도입선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유가 상승과 환율 하락에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를 보인다. 석유화학업계도 석유에서 뽑아낸 나프타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어 원가 상승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업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재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제품가격에 원가 인상분 반영을 추진 중이다.
 
항공·해운업계도 경계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두 업종은 유류비가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 부과로 대응하고 있으나 최근 호조세를 보이는 여객·화물 수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해운업 역시 유류비 상승분을 운임에 반영할 수 있다. 하지만 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공급과잉이 여전한 상태이기 때문에 화주들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연료비가 싼 곳으로 급유지를 바꾸거나 저속운항을 통해 연료 소모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은 올 초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할 경우 우리나라 총 수출이 0.51%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산업별로는 기계(-0.75%), IT(-0.57%), 자동차(-0.4%), 석유화학(-0.37%), 철강(-0.35%), 선박(-0.18%) 순이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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