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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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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널뛰는 남북경협주와 '투자에 대한 생각'

주도주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2018-05-29 12:37

조회수 : 4,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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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타클했던 지난 주말, 제 SNS에서 공통적으로 목격된 문장은 "기자질 못해먹겠다"였습니다. SNS 친구 중에 기자들이 많다 보니^^;;;

기사 마감 다 끝냈는데 전격 회동, 더구나 평균적으로 10년에 한번 있을까말까한 남북 정상회담이 한달 새 두 차례나 치러질 지 누군들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트황상'의 북미회담 취소 발언부터 2차 정상회담, 북미대화 추진 재개 등등 초대형 뉴스가 줄지어 쏟아졌으니 정치부 기자들은 죽을 맛이었겠죠. 

그나마 일간지 기자는 사정이 나은 걸 수도 있습니다. 주간지라면 금요일에 마감 다 끝내고 인쇄소에 넘겼을 텐데, 이걸 토요일에 다 갈아엎어야 했을 테니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으으~~

기자질 얘길 하자는 건 아니구요^^;
증시도 높으신 분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느라 정신없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아니지, 증시엔 남북대화를 바라는 섹터와 망가지길 바라는 섹터가 섞여 있기 때문에 뭔가 뉴스가 나올 때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어제의 상한가가 오늘의 폭락주가 되고 내일은 또 다르고, 막 그랬습니다. 
주말 사이에 전해진 반가운 소식에 어제 반짝 떴던 남북경협주들이 오늘은 또 올상인데, 여기에도 뭔 이유가 있겠죠? 



아무튼 하루가 다르게 온탕과 (온탕보다는 열탕이 어울리겠군요) 냉탕을 오가다 보니 투자자들은 정신이 혼미할 지경입니다. 그래서 요즘 심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주식투자자들이 많이 늘었어요. 세상이 남북경협주와 바이오주 둘로 쪼개져서 이쪽으로 쏠렸다가 저쪽으로 쏠렸다가 하는 것 같다고. 나머지 주식을 들고 있으려니 죽을 맛이라고...

그 마음 너무 잘 압니다. 역시나 죽을 쑤는 제 계좌를 보면 저도 그런 마음이 들고요. 하지만 투자경험이라는 게 이럴 때 진가가 발휘되는 것이겠죠. 

증권사 HTS 기능 중에 섹터별로 종목군을 몰아서 볼 수 있는 화면이 있어요. 바이오섹터도 바이오시밀러와 줄기세포로 나눠서 볼 수 있을 정도로 디테일하죠. 그런데 옛날(또 꼰대 티내는군 -_-;; ) HTS에는 이런 화면이 없었어요. 그래서 일일이 주요 섹터를 구분해 리포트나 뉴스를 찾아가며 그 섹터에 속하는 관련주들을 찾아 관심종목에 등록해놓고 스크린하고는 했죠. 제가 그랬어요;;; 그런 것까지 증권사에서 다 알아서 해주는 요즘은 투자하기에 참 좋다는...(좋은 것 같지만 예전에는 그런 관련종목들을 일부 투자자만 안다는 그 자체로 투자기회가 생기기도 했던 걸 생각하면 좋은 게 아닌 거 같기도 하고....쩝)

그런데,
HTS가 보여주는 섹터를 보면 백 개까지는 안 돼도 수십 개 섹터로 나뉘어 있거든요. 이것들은 전부 지금의 남북경협주처럼 증시의 관심을 온몸으로 받은 적이 있었던 종목군이기도 합니다. 한때 잘나갔었기 때문에 관련 종목군을 찾는 투자자들이 많아 증권사도 따로 섹터를 만들어 보여준 거라고 이해하면 돼요.

아마도 1년에 2~3개 핫한 섹터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돌고 돌아 또 핫해지고, 관심받고, 주가 오르고, 버블 생기고, 터지고, 내려오고, 소외되고... 주인공만 바뀔 뿐 매번 반복이죠.  주식투자를 시작한 초보들은 남북경협주 또는 바이오주에 소외감을 느끼겠지만 길게 보면 핫한 섹터 안에서는 버블이 터지면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결과적으로는 핫하지 않은 눈밖의 종목 중에서 좋은 성과를 낸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


2015년에 제가 어느 투자카페에 올린 글에 인용한 부분인데 여기에도 옮겨볼까 합니다.

"많은 경우 자산의 가격이 너무 비싸지면서 자산의 가치가 계속 오르든가, 반대로 가격이 너무 싸지면서 그 상태를 유지한다. 결국 이런 추세는 투자자들의 심리, 확신, 결의를 좀먹는 결과를 낳는다. 당신이 등을 돌린 주식이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벌어다 주고, 당신이 고른 주식은 하루하루 지날수록 가격이 떨어지며, 위험하다거나 어리석다는 이유로 당신이 등을 돌린 개념들(인기 있는 신주들,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고가의 테크주, 레버리지가 큰 모기지 파생상품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약속한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매일 뉴스에 소개된다.
지나치게 고가인 주식이 더 비싸지거나, 너무 저가인 주식의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옳은 일을 하기는 더 쉬워질 것이다. 즉 전자는 팔고, 후자는 사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는 말처럼 쉽지 않다. 자신감 부족이 다른 사람들의 성공 소식과 합쳐져 투자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행동을 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만들고, 이런 추세가 오래 유지될수록 추가적인 동력을 얻는다. 이는 저항해야 할 또 하나의 영향력이다. 
더 많이 바라는 욕망, 좋은 기회를 놓치는 데 대한 두려움,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경향, 대중의 영향, 확실한 것에 대한 바람. 이런 요소들은 어디에나 있다. 이런 요소들은 한데 합쳐져 대부분의 투자자들과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로 인해 실수가 발생하고, 그런 실수는 자주, 널리, 반복해서 일어난다."

워렌 버핏만큼 일반인들에게까지 알려진 이름은 아니지만 가치투자자들에게는 존경받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탈매지니먼트 회장이 쓴 <투자에 대한 생각>(The Most Important Thing)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주식시장은 언제나 그래왔습니다. "이번엔 다르다"는 말도 번번이 빗나갔구요. 조울증 걸린 듯 널을 뛰는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원칙을 묵묵히 지켜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힘든 일이기도 하죠.

그나저나 이 책, 한때 절판돼서 중고가가 치솟기도 했었는데 출판사가 다시 찍었는지 인터넷서점에서 정가에 판매하고 있네요. 수요와 공급의 원칙은 어디에나 작동하니까요. 2년 전쯤에 책장에 있던 투자서적을 60~70권 팔아치웠는데, 그때 살아남은 책들이 20권쯤 있습니다. 제게 영향을 준 책들이죠. 물론 <투자에 대한 생각>도 그대로 꽂혀 있구요. 주식투자하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합니다. 


*갖고 있으면서, 생각난 김에 한권 더 주문했습니다. 필요한 분께 선물할 일이 생길 것 같아서요. (또 절판되면 재테크로 진화?ㅋㅋ)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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