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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현장에서)김정은의 '아이컨택'과 외면 사이

2018-05-2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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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정치부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진행된 2차 남북 정상회담 후 헤어지기 전 포옹을 나눴다. 지난달 27일 1차 회담에서도 양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후 웃으며 포옹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적극적인 ‘스킨십’은 사실 낯설다. 1차 남북 정상회담 환송공연 후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일렬로 도열한 양측 배석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이 때 문 대통령은 남북을 가리지 않고 웃으며 악수를 나눴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달랐다. 우리 측 인사들과는 그나마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악수했지만 북측 관계자들과는 대부분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건성으로 악수하는 듯 보였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만이 아닌, 역대 북한 최고지도자들의 특징으로 보인다. 탈북 외교관인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책 ‘평양 25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악수 방식을 소개한다. “김정일이 방으로 들어서면 나이 많은 정치국 위원들까지도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그는 알았다는 듯 고개만 약간 끄덕이고 좌중을 훑어보는데 그 시선에 기가 죽어버린다. 그리고 인사를 하는 사람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적도 없었고 악수를 할 때도 싸늘한 표정으로 손에는 힘도 주지 않고 건성건성 악수를 한다. 마치 앞에 있는 사람들이 인간이 아닌 것처럼 대한다.” 김정일·김정은 모두에게 악수 또한 휘하 참모와 주민들을 다루는 통치술의 일환인 것이다.
 
자국 인민들을 대상으로 한 김정은 위원장의 ‘외면 악수’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향후 한반도 정세가 답을 내놓을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시대의 핵심키워드는 ‘인민대중제일주의’”라고 설명한다. 2016년 7차 당 대회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개발 5개년 전략을 내놓고 ‘인민경제 전반의 활성화와 나라 경제를 지속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5개년 전략의 ‘꺾이는 해’인 올해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주민들을 설득할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곧이 곧대로 믿지 못한다 치더라도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향후 8·9차 당 대회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인민생활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 북측이 연이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이유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력 포기와 과감한 개혁·개방에 나설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높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인민들에게 약속한 청사진이 현실화될 경우,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들의 참모·인민들의 눈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악수할 수 있지 않을까. 근거없는 상상을 해봤다.
 
최한영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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