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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CPA에세이)카세트 테이프는 죽지 않는다

2018-06-12 16:49

조회수 :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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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에 밀려 세상에 죽음을 고한 카세트 테이프.
어린시절 음악을 들을때 카세트 테이프는 항상 함께였다. CD도 이내 MP3의 등장과 함께 죽음을 고하고 이제는 파일따위 보다는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다. 

카세트 테이프는 필름으로 만들어져 있다. 놀랍게도 80년대에는 카세트 테이프로 전자오락을 하기도 했다. 대우 IQ2000이라는 놀랄정도로 구린 기종의 컴퓨터가 당시 200만원 가까이 팔리던 시대다. 테이프는 비디오 테이프도 있다. 아마 지금 어린 아이들은 박물관에서나 비디오, 카세트 테이프를 볼 것이다. 

카세트 테이프를 발견하기도 참 힘든 세상이다. 나도 근래 10여년 동안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이거 아는 사람 있냐. BASIC 프로그램으로 캐네디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필름 테이프는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보지 못할 뿐 모든 기업의 백업센터에는 바로 이 테이프가 활용되기 때문이다. 수많은 정보를 수십년동안 저장하고 보관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테이프가 적격이다. 값이 아주 싸고 부피가 적으며 영구보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드디스크나 이동식 저장장치로는 이 테이프를 대체할 수 없다. 물론 1차적으로 하드디스크에 백업을 해놓지만 마지막 보루는 항상 테이프에다 2차로 저장을 해둔다. 

모든 DB나 저장장치가 파괴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릴 방식의 이 테이프는 불타 없어지지 않는한 전자기장이나 전류에 훼손되지 않기 때문에 하드디스크나 USB, SSD같은 이동저장장치보다 더 우수한 점이 있다. 

한편 한국은 IT강국인데 한국의 컴퓨터 교육과 관련해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 지적을 하겠다. 

컴퓨터의 역사를 가르칠때 항상 등장하는 애니악. 자동차만한 크기의 애니악은 컴퓨터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 혁명이 일어나게 된 것은 바로 storage, 하드디스크의 탄생부터다. 

큰 덩치의 애니악을 IBM이 지금의 데스크탑 수준으로 크기를 대폭 줄이고 여기에 하드디스크라는 작은 저장장치를 발명하면서 산업의 일대 혁명이 일어난다. 

바로 '재고관리'를 컴퓨터 하드디스크로 기록하고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2차대전 이후 현대산업은 빛의 속도로 발전하게 된다. 창고에 얼마만큼의 자재가 남아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경영학의 혁신이 일어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가 계산을 할 수 있는 기계라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아리스토 텔레스나 장영실때도 사람은 비슷한 생각과 비슷한 기계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치면서 경제는 급속도로 팽창하게 되었다. 

인류역사를 바꾼 세기의 IT 발명품은 트랜지스터 다음으로 애니악이 아니라 IBM의 하드디스크다. 

<게임을 할때 '팩'을 꽂는다. 무려 이 컴퓨터는 286도 아니고 SD, XD도 아니다. 그 이전 버전이다. 심지어 이것보다 더 구린 버전의 최초 IBM 컴퓨터가 산업혁명에 가까운 발전을 불러일으켰다. 이때 만들어진 재고자산 관리기법이 지금의 현대경영학과 큰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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