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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CPA에세이)아직도 돈을 더 받고 있는 박정희

2018-06-14 09:31

조회수 :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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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을 욕하려고 쓰는 글은 아니다. 단지 우리사회의 약속에 대한 한가지 지적을 위해서.
경부고속도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희생속에서 만들어진 도로다. TV조선의 이야기가 있는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여행기자는 경부고속도로에 담긴 애환과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소개했다. 경부고속도로를 빨리 완공하기 위해 수십명의 근로자가 사망을 했고 부상을 당했으며 터널속에서 묻혔다.
그들을 위한 위령비가 경부고속도로의 길 어딘가에 세워져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해야 한다며 위령비를 세울 것을 명했다. 갓 지어진 따끈따끈한 경부고속도로 위에 와인을 뿌리던 박 전 대통령의 영상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경제성장을 위해 불가능을 가능케 했던 경부고속도로 건설한 박정희. 경부선에는 한국경제의 맥을 뛰게 하기 위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땀이 배겨있다. 

미안했을까? 아니면 고속도로를 완공하고 나면 당연한 절차였을까? 국가기간 인프라였기 때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부고속도로 통행요금을 20년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20년 후에는 아마 국민의 세금으로 보수유지 및 직원들 월급을 주는 것이다. 경부선은 돈벌려고 만든 민자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치 한강대교를 건널때 통행료를 안내는 것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된 지점에 항상 와인을 뿌렸다. 경부선을 무리하게 만들다가 죽은 노동자들이 셀수없이 많다. 그들을 위한 위령비가 경부선 어딘가에 있다고 한다. 위령비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세울것을 명했다>

경부선이 완공된지 20년이 지나고도 한참이 더 지났지만 통행료 얘기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 잘 걷어지는 세금 굳이 내지 말라고 하는 게 정부입장에서는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경부고속도로를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니 '20년 무료 박정희' 얘기는 하나도 없고 경부선을 지화하한다는 먼나라 얘기만 간혹 보인다. 

경부고속도로 통행요금을 내야하는 것일까? 내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독재자가 만들어놓은 정치와 이념, 교육에는 혈안이 되있는데 막상 우리 생활에 와닿아있는 돈 문제는 별 관심이 없어보인다. 1만3000원 통행료 정도는 너무 푼돈이라 그런가. 나라에서 내라면 보통 우리는 당연한 줄 알고 내고 있다. 오래된 습관때문인 것 같다. 경부고속도로 통행료는 안내도 되는 돈이다.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나서 일정기간 동안 일정수익을 얻는 기준을 회계컨설팅에서는 내부수익률(IRR)이라고 부른다. 즉 100억을 투자했으면 본전을 뽑고 내가 원하는 수익률을 건져야 하는데 한 120억 정도 되야 이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0억을 4%이자 은행에 1년 묵혀뒀을때 104억을 번다고 했을때 건설프로젝트 120억 수익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히 올바른 투자법이다. 100억을 투자했을때 120억을 정말 얻을 수 있는지는 회계사들이 IRR을 정밀하게 계산한다. 이 IRR 공식에 따라 과연 몇년동안 통행료를 받을 것인지 얼마를 받을 것인지 그리고 통행량을 고려해서 4차선으로 해야 할지 6차선으로 해야 할지 등이 정해지게 된다. 

그런 측면을 따진다면 국가기간 인프라인 경부고속도로는 무한으로 계속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황금알을 낳는 오리다. 한국도로공사장의 어깨에 뽕이 가득 들어갈만 하다. 

<인천공항고속도로 막힌다는 사람 본적없다. 시원시원하다. 이유는 너무 넓게 지었기 때문이다. 공항고속도로 요금 비싼 이유다. 한국은 필요없는 도로나 전철을 자주 만든다. 정치인들이 무작위로 공약으로 내세우기 때문이다. 뱉은 말 주워담기 어려우니 적자나면서도 무대뽀로 진행된다>

반면 인천공항고속도로는 현대에 들어 건설했음에도 형편없다. 회계사가 IRR 컨설팅을 잘못했다는 전형적인 사례다.
4차선으로 만들어야 할 도로를 6차선으로 하는 바람에 투자비만 잔득 들어가고 통행량은 형편없이 적다. 6차선으로 쫙 까느라 쏟아부은 투자비를 환수하기에는 통행량이 너무 적다. 인천공항 통행료를 자꾸 올리려고 하는게 바로 이런 이유다. 본전을 못뽑게 생겼기 때문이다. 

정부가 통행량과 IRR을 잘못 계산해놓고 찔찔 짜는 형국이다. 돈 버리고 운전자 열받고 나라의 회계가 약하면 이런일이 가끔 발생한다. 

인천공항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활주로처럼 드넓다며 기분 좋아하면 안된다. 출국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그대가 달리는 공항고속도로에는 회계컨설팅의 실패라는 아픔도 같이 묻혀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막히지 않아 비행시간 맞추기에는 편할지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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