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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CPA에세이)오라클 너 옥상으로 올라와

2018-06-19 11:11

조회수 : 1,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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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IT선진국이 아니다. 정확히는 IT인프라 설비 선진국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우리가 IT강국이라고 지표를 삼는 것은 모두 하드웨어에서 나온다. 수출해서 돈을 버는 품목도 반도체를 기반으로 대부분 하드웨어고 사서 소비하는 품목도 대부분 하드웨어다. 

정부기관에서 보급하고 교체하는 컴퓨터와 주변기기만 해도 엄청난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IT강국라고 주장하는 지표에 담긴다. 

반면 소프트웨어와 관련해서는 벌어들이는 돈이 0원이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미국으로부터 사온다. 특히 OS는 개발해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걸음마도 못 뗀 것은 정부의 잘못이다. 아무런 간섭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도 국회에 불려다니는 IT업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이런 와중에도 가뭄에 콩 나듯 놀라운 발전을 독자적으로 해온 회사가 있다. 바로 티맥스소프트라는 회사다. 우리는 보통 IT하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생각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컴과 스마트폰은 중국에 추월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티맥스소프트가 놀라운 발전을 한 것은 사실 한국은 잘 모른다. 오히려 미국이 충격을 받았다. 티맥스소프트가 만드는 것은 WAS라고 하는 앱 애플리케이션 서버와 DBMS라는 클라우드 서버다. 난 IT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둘다 프로그램을 빠르고 정확하게 운영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이와 관련한 서버장치를 의미한다. 

<티맥스의 티베로라고 하는 제품. 이 제품이 대박 사고를 쳤다. 오라클의 반응은 대체 한국이라는 나라는 뭐하는 곳이길래 이런 걸 만들었지라고 반응했다>

서버하나 만드는게 그렇게 어렵나? 어렵다. 너무 어렵다. 실제 이런 서버와 프로그램을 만드는 곳은 IBM과 오라클말고는 없다. IT산업의 핵심이자 황금알을 낳는 핵심기술인 WAS와 DBMS는 IBM과 오라클이 전세계를 독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70%는 오라클 것이다. 

오라클 회사 그 어디에 전화를 해도 전화 받는 사람은 없다. WAS, DBMS 이것을 사고 싶으면 오라클에 직접 찾아가던지 아니면 고생끝에 수소문해서 영업직원을 찾아내야 겨우 구매할 수 있다. 오라클 말고는 판매하는 곳도 없기 때문이다. 손님이 영업사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시장에서 티맥스소프트가 오라클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제3세계에서 그것도 예상치 못한 작은 나라 한국에서. 이름도 모르는 회사가 이것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독점시장을 위협받은 오라클은 티맥스를 소송했다. 배꼈다는 것이 이유다. 오라클의 독점기술을 자체 개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오라클은 패소했다. 판사가 배낀 것인지 아닌지를 알려면 프로그램 소스를 까봐야 안다고 했기 때문이다. 티맥스는 프로그램 소스를 까겠다고 했지만 오라클은 까지 못했다. 

<서버란 서버는 오라클이 전세계를 독점하고 있다. 수십년, 수백년 후 오라클이 미래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상상조차도 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심지어 메트릭스 영화의 핵심인물 이름도 오라클이다. 미래사회에서는 IT와 AI로 대동단결하게 된다. 그 중심에는 오라클이 있다. 티맥스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오라클을 열받게 만든 회사다>

프로그램 소스를 까는 순간 오라클의 모든 프로그램 기술은 노출되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혼자 씩씩 거리면서 독점체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티맥스소프트라는 이름도 없었던 회사가 골리앗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티맥스는 점점 성장하고 있다. 

유례없는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의 눈부신 성장이다. 가뭄에 콩나듯, 개천에서 용나듯.

한국처럼 소프트웨어 산업에 정부가 간섭하고 못살게 구는 나라에서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뿌듯하다. 혹시나 티맥스가 더 크면 국회로 불려다니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가만히 내비두면 성장하는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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