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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yong@etomato.com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당국레이다)"시장자율? 신줏단지 아니다"

2018-06-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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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핵심은 국민들의 금리나 금융수수료 부담을 낮추겠다는 겁니다. 금융검찰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복심을 잘 안다고 자평하는 간부로부터 새삼 새로우면서 서슬이 퍼런 말을 들었습니다. 본인 스스로 잘 안다고 했으니 윤 원장의 뜻이라고 믿어봅니다.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얼마전까지만 해도 금리나 수수료 등 가격 책정을 시장 자율에 맡긴다는 것은 건드릴 수 없는 대전제였다. 하지만 시장 자율이 더는 신줏단지가 아니다. 시대가 바뀌었다. 금융사와 소비자간의 '정보 비대칭'이 심각한 상황에서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격 책정은 금융사가 계속 하겠지만,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야하는 게 당국 역할이다." 

정보의 비대칭은, 금융시장에서 이뤄지는 거래에서 거래 당사자들이 보유한 정보에 차이가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가진 쪽이 더 많은 이득을 취한다는 얘기겠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반년 전에 기준금리를 한차례 올렸는데, 대출금리는 가산금리를 더해 대폭 오른 반면 예·적금 금리는 대출금리 인상폭의 3분의 1 수준만 올랐습니다. 이런 증가폭 차이가 나는 이유를 소비자들이 알 수 없습니다. 은행들은 원가를 공개할 수 없으나,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만 설명합니다. 금융당국은 여기서 정보의 비대칭이 있으며, 금융사들이 '장난질'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출금리 옥죄기가 현금인출기(ATM) 수수료 인하 2탄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이명박정부 때(2011년) 은행수수료 합리화 방안으로 ATM 인출과 송금 수수료를 절반으로 낮췄습니다. 그때도 정보 비대칭성이라는 명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박근혜정부 때(2015년) 수수료를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는 방침으로 바꿨습니다. 은행들은 다시 '수수료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줄줄이 인상했습니다.

대출금리나 수수료 인하 압박이 새로운 정책은 아닙니다. 정권 초기나 선거 때마다 서민정책의 일환으로 3~4년마다 뒤집고 엎고 다시 뒤집었습니다. 금리인상기인 요즘에 필요성이 더 부각됐습니다. '시대가 바뀌었다'는 말에 반감이 생긴 저는 간부에게 '정권이 바뀌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정권 교체도 시대상이 반영된 것'이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결론은, 밀어붙이겠다는 얘기입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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