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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CPA에세이)요건 몰랐지 분식회계

2018-06-20 18:11

조회수 :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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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와 세무 관련해서는 비즈니스 워치라고 하는 매체에서 전문적으로 다루는 것 같다. 유익하고 많은 정보가 있다. 뺏고 싶은 언론사다. 

분식회계라는 말은 누구나 다 안다. 보통 '분'자를 나눌 분으로 알고 있다. 한자로는 가루 粉자다. 왜 가루일까? 바로 화장품 파우더의 가루를 의미한다. 

회계장부를 마치 화장하듯이 예쁘게 꾸민다는 뜻이다. 회계에서 더하기 빼기 한다고 장부금액을 빼고 더하는 개념이 아니라 안예쁜 회계장부의 숫자를 예쁘게 꾸미는 것이다. 이 말의 의미는 분식회계는 '조작'이 아니라 법적인 범위안에서 '조정'한다고 하는게 더 맞겠다. 즉 분식회계가 불법은 아닌셈이다. 

분식회계는 단순하게 보면 아주 간단하다. 내년치 보험료를 올해 미리 냈다면 그냥 그대로 내년 비용으로 인식해버리는 것이다. 내년치를 미리 냈으니 당연히 지갑에는 10억이 비어있는데 내년치 비용이니 내년에 냈다고 치면 올해 지갑에는 없던 10억이 생기는 셈이다. 

결국 쓴돈을 올해것으로 할지 내년것으로 할지, 번돈을 올해 번돈으로 할지 내년 번돈으로 할지 정해주면 이익과 손해가 바뀌는 것이다. 

<드라마 김과장은 분식회계와 조작에 관해 파헤친 몇안되는 회계드라마다. 분식회계는 없는 것을 있다고 하거나 있는 것을 없다고 하지 않는 한 불법은 아니다. 하나의 회계기법이다. CEO가 받을 돈(Bad debt expense) 안떼이고 나중에 꼭 받아내겠다는데 어쩌겠는가>

공장기계가 닳아없어지는 정도인 감가상각비도 열심히 일해서 더 빨리 닳아졌다고 우기면 되고 튼튼해서 덜 닳아졌다고 우기면 이 또한 수익과 비용을 조정할 수 있다. 

예를 하나 들면 대우전자가 망한 이유는 정치적인 것도 있겠지만 한물간 CRT 모니터가 창고에 상상도 못할만큼 쌓여있었다. 그건 못버는 돈임에도 벌 수 있는 돈으로 우기면 부자로 보이는 셈이다. 

분식회계란 이렇게 쓴돈을 안쓴 것처럼, 못파는 물건을 팔 수 있는 것처럼. 떼일 돈을 안떼일 것 처럼, 줘야 할 돈을 나중에 줘도 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작업이다. 회계는 보수적으로 측정해야 하는데 너무 진보적으로 측정하면 그것이 분식회계가 되는 것이다. 

분식회계로 회계사나 회계법인은 대부분 처벌받지 않는다. 분식회계도 엄연히 허용되는 회계원칙 하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용인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이익과 손해를 조정하면 그것은 무죄다. 이에 따른 책임은 경영자가 지는 것이다. 

<말이 회계감사지 감사대상은 사실 고객이다. 고객의 장부가 불합격이라고 말하는 것은 회계감사자로써 매우 부담스러운 것이다. 마치 취재기자가 팩트를 쓰겠다며 기업홍보실장과 저녁을 먹으러 만나는 것과 다를게 있을까.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깔건 까야하는 부담스러운 동침의 관계다>

그래서 회계감사를 할 경우 회계사는 "이렇게 장부를 작성해서 공시하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투자자들에게는 부적절한 정보를 보여줄수도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은 당 회사가 진다. 그래도 이렇게 할 것이냐"를 반드시 물어본다. 

경영자가 YES라고 하면 회계감사에는 문제가 없다. 회계감사는 이 회사 투자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이 회사가 문제가 있지만 경영자가 충분히 이를 극복하고 잘해나갈 수 있다는 장담을 했고 이에 따라 회계장부는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에서 합리적인 가정하에 작성된 것. 그리고 모든 책임은 경영자의 것"이라는 결론만 내린다. 

실제 망하기 직전의 회사도 회생자구책을 공표할 경우 회계감사에는 'no problem'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분식회계는 일종의 메이크업이다. 소개팅 나가는데 안예뻐서 예쁘게 꾸미는 것은 죄가 아니다. 다만 성형수술(불법 회계조작)을 하면 문제가 될 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화장을 한 것일까 수술을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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