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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소, 투자자 보안·해킹 관련 보상책 '미흡'

해킹·디도스 공격엔 면책조항 명시…정부 규제 없이 한계 존재

2018-06-21 17:13

조회수 : 6,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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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잇달아 해킹이 발생했지만, 투자자에 대한 보상책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소가 가입한 대부분 보험의 경우 정보유출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고객 피해 보상에 한계가 존재하는 데다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규범도 없어서다. 여기에 해킹이나 시스템 장애 등 이용 과정에서의 문제에 대해선 책임면제를 명시한 거래소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빗썸 해킹 사태가 발생한 20일 거래소 시세를 시민들이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21일 업비트·빗썸·코빗 등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이용 약관에 따르면 해킹을 당했을 때 손해배상 등 책임을 지겠다고 명시한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비트의 경우 제23조 책임제한 조항을 통해 ▲디도스(DDoS) 공격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장애 ▲기간통신사업자의 회선 장애 등으로 발생하는 회원의 손해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또 제3자에 의한 불법적인 회사 서버 접속행위나 기타 서버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 회원 정보의 무단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회원의 손해에 대해서도 책임을 면제한다고 밝혔다. 해킹 등의 사태가 일어났을 경우 투자자들의 예치금이나 암호화폐를 돌려주지 않는 것이다.
 
약 350억원 규모의 해킹을 당한 빗썸 또한 손해배상 및 면책 조항에서 디도스(DDos) 공격, IDC장애, 서비스 접속의 폭등으로 인한 서버다운 등과 관련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고지하고 있다.
 
코빗은 전산장애 또는 순간적인 홈페이지 접속 증가, 일부 종목의 주문 폭주 등으로 인해 서버 장애가 발생한 경우엔 면책을 부여하고 있으며 해킹 등의 사안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최근 1년 여간 유빗(172억원), 코인레일(400억원), 빗썸(350억원) 등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약 1000억원 규모의 해킹 피해가 발생해지만 여전히 투자에 대한 손실은 고객의 몫으로 남겨진 셈이다.
 
통상 업계에서는 피해 보상에 대한 법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사이버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거나 자체적으로 투자자 보호 펀드 조성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인터넷에서 분리된 외부 저장장치 ‘콜드 월렛(cold wallet)’ 비중도 상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열악한 모습이다. 특히 보험의 경우, 재산 담보보장에 대한 피해를 보전 받는 과정이 복잡하다. 아직 암호화폐에 대한 개념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빗썸과 업비트, 코인원, 유빗 등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수십억원 규모의 보험에 가입한 상태지만 손실을 충당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실제 올해 초 해킹을 당한 유빗의 경우 DB손해보험과 고지 의무와 보험금 지급을 놓고 여전히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빗썸의 경우 현대해상의 ‘뉴시큐리티 사이버종합보험’과 흥국화재의 ‘개인정보 유출 배상책임보험’에 각각 30억원 규모로 가입했지만 ‘재산(property) 담보 보장’은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 유출 등과 관련한 피해가 주 보상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전액 보존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빗썸 관계자는 “아직 보험 청구 문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고객 피해가 없도록 시스템 정상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차원에서 거래소의 표준약관과 상장 가상화폐에 대한 기준 등 백서와 블록체인 산업 육성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자율적인 규범이라는 면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한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와 달리 암호화폐 거래소는 여전히 제도권 밖에서 존재한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인태 가톨릭대 금융수학센터장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설립 규범이나 인증제도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정부에서 먼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 수준의 보안을 구축하도록 하는 논의가 활발히 일어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후오비 코리아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 선택 시 안정성과 투명성도 중요하지만 피해 보상 펀드 또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거래소 다른 관계자는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사이버 보험 등 보험사와의 계약 체결 과정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오히려 시장 안정을 위해선 정부가 소비자보호법 등 구체적인 방침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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