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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안 하느니만 못했다"…검·경 내부, 모두 불만

"권력통제 실패" vs "국민만 피해"…법조계 '우려' vs 시민단체 "환영"

2018-06-21 19:21

조회수 : 9,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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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최영지 기자]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나왔지만 검찰과 경찰 모두 불만을 나타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한 고위 간부는 21일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삭제했다고 했지만 보완수사 지시를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검찰의 사건 개입은 계속 될 것”이라면서 “보완수사 지시를 인정하는 한 수사권 조정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간부는 또 “수사종결권도 무늬만 갖고 있다”면서 “조정안 대로 한다면 수사기록 등에 대한 원본만 경찰이 보관할 뿐 기존과 바뀌는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무늬만 수사종결권"
 
경찰청의 한 중간 간부는 특수수사에 대한 우선권을 검찰에게 준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 권력의 견제는 곧 특수수사권에 대한 견제여야 한다”면서 “경찰과 검찰이 동일한 특수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을 경우 조정안에 따르면, 검찰이 우선권을 가지기 때문에 지금보다 오히려 후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검찰대로 볼멘소리를 했다. 대검찰청의 한 중견 간부는 “수사범위를 줄이는 것은 직제로 조절을 해야지 죄명으로 조절하는 것은 맞지 않다. 가까운 예로 드루킹 사건만 보더라도 혐의가 ‘업무방해’이다. 이 죄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추후 동일한 사안에서는 검찰이 수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같은 논리로 이제는 유사 사건에 대해서는 특별검사가 아니라 특별경찰을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월호·드루킹 사건 수사 못해"
 
세월호 참사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사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만 보더라도 혐의 자체를 따지면 검찰은 직접수사권이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대형 인명피해 사건을 수사하는, 즉 과거 세월호 참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꾸려질 합동수사팀에 검찰은 들어갈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여러 검사들은 “직접수사범위를 너무 축소시켰기 때문에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단, 특수수사 대상 사건이 아닌 고소·고발 사건은 검찰이 접수할 수 없게 되고, 이것이 국민들로서는 가장 혼란스러운 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검·경이 일치하는 지적도 있었다. 수사권 조정은 개헌이 선행돼야 하는데 그 절차를 마무리 짓지 못한 만큼 이번 수사권 조정이 결국 미봉책으로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인권가 맞닿아 있는 문제인 만큼 개헌부터 뿌리를 잡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의 한 간부도 "검사의 영장청구 독점 조항 삭제 등 개헌 절차 없이는 진정한 수사권 조정은 어렵다"고 말했다. 
 
법조계·시민단체 "우려 반 기대 반"
 
이번 수사권 조정 합의에 대해 법조계는 우려를, 시민단체는 환영의 입장을 보여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현)은 논평을 통해 자치경찰제를 즉시 도입해야만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변협은 “경찰이 부실수사를 하는 경우 종결 전까지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며 “고소인이 없는 중요 국가적, 사회적 법익 침해범죄의 경우 이의제기권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정부가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한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경찰권의 비대화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권력의 분산에 대한 후속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치경찰제 성공이 변수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데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안 소장은 “경찰이 검찰보다 시민들을 더 가까이서 봐 왔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접해왔다”며 “경찰에게 수사권한과 판단이 생기면 국민상식과 열망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13만 경찰의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번 기회에 보완하고 인권 침해 문제를 반드시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면서 “”자치경찰제를 통한 경찰 내부 민주화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태명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대통령 공약으로 발단됐지만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이 두 권력기관이 협의해서 결정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검찰 권력 자체를 축소하는 게 아니고 경찰에 수사 자율권을 부여해 서로 견제하는 중간적인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검찰의 수사권 남용이 문제가 되는 부분에 있어서 경찰에 수사권을 분담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경찰도 자치경찰제도 확립 등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기철·최영지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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