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박민호

(CPA에세이)史官은 누구인가

2018-06-25 17:04

조회수 : 1,068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오후에 너무 더웠다. 잠깐 나갔다 왔는데 땀이 주르륵 흘렀다. 이렇게 더운 계절에는 안나가는게 제일이다. 이렇게 힘든 계절에 노동을 하고 계신분들도 많다. 회사옆 호텔 공사장에는 얼굴이 까맣고 땀이 범벅이 된 나이가 제법 드신 분들이 많다. 나보고 그 일을 하라면 아마 도망을 칠 것이다. 

가치라고 하는 것은 사실 노동자가 다 만드는 것인데 대접은 왜 이렇게 푸대접인지 모르겠다. 능력을 가질 수록, 능력이 없더라도 가장 깊숙한 곳에 숨어 호위호식하려는게 인간의 본능이라. 정의와 사회를 위해 희생하련다며 여의도에서 살이쪄 목에 힘주는 머슴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히 노자의 '성악설'이 맞는게 아닌가 싶다. 

존 로크 선생은 인간은 태어날때 도화지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어떻게 교육을 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셨는데. 일부는 틀리신 것 아닌가 싶다.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해 일을 하라고 가르치는데 실제 그렇게 사는 사람은 없으니.

인간은 참 심오한 존재다. 컨택트라는 조디포스터와 러셀크로우가 나오는 우주영화가 있다. 

조디 포스터가 어떤 연유로 조물주를 만났는데 조물주가 하는 말 "니네 인간은 참 오묘한 존재다. 악함과 선함을 다 가지고 있다". 그말의 뜻은 나도 너희를 도저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아닐까. 

<왕으로 사는 것도 참 피곤할터. 왕의 하루 스케줄은 거의 초죽음이다. 왕이 왕인 이유는 아버지가 왕이기 때문이다. 그 피곤한 왕을 당신은 왜 하려고 하는가>

앞은 주저리고 내가 하고픈말은.

난 함양박씨라고 알고 있어 뜬금없이 족보가 인터넷에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고려 예종판서 박선이라는 중시조를 찾고 그러다가 왠걸 사관이라고 하는 직책까지 검색하게 되었다. 

사관이 궁금했다. 사관은 말 그대로 왕 옆에 앉아서 입밖으로 나오는 말만 적는 것이다. 자기의 의견이 안들어간다. 그렇다고 우의정의 의견을 사초에 기록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왕과 신하가 회의할때 입밖에 나오는 말만 다 적고 임무끝이다. 한 선배는 간혹 사관이 임금의 침대방에 구멍을 뚫고 뭔 소리를 하나 취재를 했다고 하는데 그건 농담으로 하신 얘기 같다. 

<사관은 의견을 담아야 하는 것인가 의견을 모아야 하는 것인가. 팩트만 쓰고 딱 퇴근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언제나 중립을 지키는 언론사는 있을까? 당신은 JTBC라고 생각하는가?>

예전의 사관은 지금 속기사 정도가 하는 것 같다. 속기사가 국회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청와대에서도 근무하는 것을 방금 검색을 통해 알았다. 그럼 당연히 사법부에도 있을 것이다. 권력이 하는 말을 있는 그대로 다 적어내고 퇴근하는 속기사가 아마 연산군이나 선조 옆에서 간담이 서늘하면서도 결국은 적을건 다적고 퇴근했던 사관과 비슷한 일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면 지금의 언론이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보통 사관의 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지만 엄연히 다르다. 말그대로 언론은 궁 밖에서 정보를 모아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의견을 형성하는 기구나 집단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 자료를 찾아보니 고려, 조선의 언론과 현대시대의 언론이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조보'라고 하는 것이 있었다. 이것이 세계최초의 민간신문이네 어쩌네 하는 말들이 많다. 사간원이 일종의 정부홍보기관 또는 정부언론기관, 지금으로치면 공보역할을 한다. 일부 양반이나 중인이 여기서 나오는 얘기 혹은 사간원에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취재를 해서 종이로 신문을 만들어 일반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시장에 붙였던 것이 '조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사간원은 정부의 홍보실이고 사간원이 뿌리거나 하는 말이 보도자료가 되며 이를 통해 종이로 인쇄해 시장에 '보'를 붙이면 이것이 신문이 되었다는 것이다. 

한 예로 과거시험일자가 사간원으로부터 유출돼 시장에 퍼지자 왕이 이를 색출해 두들겨 팼다는 얘기도 있다. 수능시험날짜가 기자에 유출돼 대서특필되면서 교육부장관이 경질됐다고 보면 되겠다.

연산군은 특히 자기가 한말이 사관에 기록되고 이 기록물이 궁안에서 궁밖으로 퍼져 저자거리에 '보'가 되어 퍼지자 언론탄압을 한 사례도 많다. 차마 사관은 못건드리고 사간원 사람이나 '보'를 붙이고 다니는 사람을 색출해 쪼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언론의 역할과 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하지만 의미는 조선시대와 많이 달라졌다. 조선은 왕의 나라고 현대는 공화국이기 때문이다. 일명 저널리즘이으로 진보했다. 

사관이 하던 역할도 속기사보다는 언론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허나 책임은 많이 가벼워졌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어느 일이든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어지면 조직이든 사회든 와르르 무너진다. Accountability라고 한다. responsibility가 아니다.  

responsibility는 국방의 의무(개인적)할때 그 책임이고 Accountability는 내가 맡은 직무, 업무에 관한 도덕적(사회적) 책임을 의미한다. 

우리는 응당 가오에 어울리는 책임을 지는 사관인가?
  • 박민호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