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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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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중드 사마의 후기 : 살인범을 찾아라

2018-06-27 18:09

조회수 :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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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의 : 최후의 승자> 스틸컷. 사진/티빙 <사마의2 최후의 승자> 사이트



며칠 전에 완결된 이 중국 사극은 정말 밀도 있는 드라마였다.

어딘지 모르게 모자랐던 사마의라는 인물을 발굴해 멋들어지게 그려내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소설 '삼국지연의' 등 창작물과 역사에서 위나라의 사마의는 촉나라의 제갈량보다 뒤떨어지는 인물로 나온다. 제갈량과 정면으로 맞붙으면 승산이 없어서, 전쟁을 할 때마다 지구전에 들어가는 싱거운 방법으로 겨우겨우 승리를 챙긴다.(실제 역사도 그랬다고 한다.)

촉한의 창업군주 유비가 죽고 나서 제갈량은 황제에 이어 명실상부한 2인자, 사실상은 황제는 가만히 있고 자신이 모든 것을 다하는 절대 위치에 올랐다. 그에 반해 사마의는 높은 벼슬을 받은 황족들에게 눌려 겨우겨우 살아가는 신세가 된다.

사마의는 끝내 정변을 일으켜 황제를 손에 틀어쥐고 절대 2인자(1인자)가 되지만, 정변을 일으켰다는 점은 내내 정통성의 흠으로 남는다. 그에 반해 제갈량은 만고의 충신으로 역사에 남아서 대대로 회자되고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사마의라는 소재가 끌리지 않았지만, 평가가 좋은 거 같아 봤더니 잘 만들었다.

말하자면 삼국지연의를 재료로 해서 다시 소설을 써야 했다고 해야 하나. 벼슬길에 처음 오르는 순간부터 절대 권력을 쥐기까지, 살아남기 위해서, 가족과 가문을 위해서, 혹은 천하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헤쳐나가는 모습을 처절하게, 또는 인간적으로 그렸다.

드라마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에서는 그 숱한 전쟁이 거의 내레이션·대사 처리되면서 숨막히는 정치극으로 극을 이끌어나간다. 2부에서는 전쟁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역시 전쟁 그 자체보다는 전쟁을 둘러싼 흑막과 머리싸움이 동등하거나 더 주된 요소로 나온다.

(이제 밑에서부터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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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막판에 추리를 하게 만든다.

사마의의 둘째 아들 사마소는 형수 하후휘, 형수의 오빠 하후현, 아버지 첩실 백령균의 몸종 소원을 차례로 죽인다.

이 중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마소의 단독 행동이고, 어느 부분이 사마의의 뜻인가가 추리 대상이 되는 듯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3명 모두가 사마의의 직접적인 지시거나, 최소한 사마의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사마소는 소원을 죽인 날 밤에 아버지 사마의와 스쳐지나가면서 서로 음산한 기운을 주고 받는다. 그리고 다음날 사마의에게 불려가 그동안의 살인 여부를 추궁받는다. 스쳐지나가는 씬을 시청자에게 보여준 것 자체가 암시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


1) 하후휘는 사마의의 사병 양성을 알게 돼 죽는다. 평소에 하후휘를 좋아하던 사마소는 하후휘에게 눈물을 흘리며 "나랑 도망갈래, 죽을래"라고 말했지만 거절 당하고 나서 죽여버린다.

이 장면이 사마소를 꽤나 비호감으로 만들고, 그래서 사마소의 단독 행동처럼 보이는 측면도 있지만 결국은 사마의의 뜻이 있었을 것이라 본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범행 동기인데, 사마의는 동기가 충분했다. 사병 양성은 역적질이라는 데 할 말 다했다. 그리고 설사 사마의의 직간접 지시가 없었다고 해도 그게 큰 의미가 있을까.

사마씨가 볼 때 하후씨는 시집왔다고 해도 부분적으로 외부인 취급할 수 있는 존재다. 하후씨는 사마 가문을 옥죄고 있는 조씨 황족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위기가 닥치면 내부에서 갈라치기가 일어나고, 적을 만들어서 뭉치는 법. 이 드라마에서 사마의와 가족들이 '사마가(家)'를 주구장창 외치는 한, 어짜피 하후휘는 죽을 운명이었다. 어쩌면 사마소의 눈물은 가문의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2) 하후현의 죽음은 진범을 알아내기 더 쉽다. 몰래 죽은 것도 아니고 국법 타령을 가장한 권력 다툼으로 인해 공개적으로 사형당했으니 말이다. 사마소가 사마사를 꼬드겨 죽인 걸로 나오지만, 결국 권력의 정점에 오른 사마의의 묵인이 있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3) 소원이 죽은 것도 단독 행동이 아닌듯하다. 소원은 백령균의 아들인 사마륜이 하후휘의 죽음에 관여했음을 대충 눈치채고 있었다. 소원이 죽은 시점은, 사마의의 충직한 종 후길이 소원과 결혼하고 싶다고 사마의에게 이야기한 뒤다.

소원을 죽일 동기도 있으려면 있어보인다. 소원이 사마륜에 대해서 후길에게 말하면, 집안으로 퍼질 수도 있는 일이다. 첩실의 아들은 큰 문제가 안되도, 사마소까지 엮어나오면 큰일이 일어날수도 있다.

물론 이상해보이는 점은 있다. 사마의는 후길의 말을 들어서 소원에게 결혼 의사를 묻는 수고까지 했다. 소원을 죽이려면 결혼하지 말라고 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후 장면을 보면 결혼과 살인은 공존할 수 있다. 후길은 사마의가 사마소를 죽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잔뜩 성을 낸 후에 사후 결혼의 진행을 맡아달라고 하고, 사마의는 이를 들어주었다. 사후 결혼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전근대에서는 흔하디흔한 풍습이었다. 사마의는 '아직' 살아있는 소원에게 결혼 의사를 물어봐 마지막 할 도리는 다한 셈이고, 거기다 덤으로 소원은 죽기 직전에 후길에게 결혼하고 싶다고 했으니 조건이 성립한 셈이다.


이 3가지 죽음은 결국 이런 것 같다. 사마소가 살인 이전에 아버지의 의사를 물어봤든, 물어보지 않았든 그것은 상관없을 것 같다. 사마의는 아들과 가문을 위해서라면 저런 것들을 거절하기보다는 추진하는 방향으로 기울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가족과 가문을 위한다는 사마의의 자세가 아름다워보였지만, 극 후반으로 갈수록 그 자세는 점점 추악하고 쓸쓸해보인다. 어떻게 보면 늘상 있는 일 아닌가. 자식을 위하는 부성애와 모성애는 아름답지만, 그게 정유라처럼 각종 특혜로 이어지면 그것만큼 추한 게 없다.
  • 신태현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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