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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이런저런)반토막 난 무료영화 혜택과 주 52시간 근무제

2018-06-29 11:58

조회수 : 3,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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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사 이래 줄곧 유플러스를 통신사로 사용하고 있다. 

지극히 주관적 입장에서 통신3사 가운데 유플러스의 장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타사 이용자들이 '오오~'라고 할만한 혜택은 역시나 월 2회 무료영화 예매 혜택이었다. 점유율 1위 통신사의 VIP 등급 이용자 조차 연 6회에 불과했으니, 연 24회를 주는 유플러스의 혜택은 단연 돋보일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써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이라는 식의 내 귀차니즘은 월 2회 꼬박꼬박 영화를 챙겨보는 걸 허락치 않았고, 월 1회나 혹은 아예 보지 않는 달도 잦았다. 

그런데 최근 기대작들의 개봉이 이어지면서 영화를 볼일이 잦아졌고, 나는 그제서야 올해부터 무료 영화 혜택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걸 알게됐다. 무언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배신감과 상실감. 온전히 사용치도 않으면서 내것이었어야 할 무언가를 빼앗긴 기분에 괜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괜한 시무룩함을 잠시 느끼던 나는 잠시 후, '그래 뭐 어차피 한달에 한번 정도만 보는데 좀 더 의미있게, 보고싶은 거만 보면 되지'란 정신승리를 택했다. 사람의 마음이란 이 얼마나 간사한가. 

한주동안 80시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업무에 매달리는 직원이 80시간을 온전히 일에 사용하기란 어렵다. 적당히 농땡이도 치고 때론 멍도 때린다. 그러면서도 어찌됐든 회사에 묶여있는 시간 탓에 스스로의 워라밸을 평가절하하며 회사를 원망한다.

주 52시간을 일해도 회사 입장에서 나머지 시간을 잃는 게 아니다. 직원들의 인력을 좀 더 의미있게 쓸 수 있는 고민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마치 넘쳐나 버리는 일이 더 잦았던 나의 무료영화 혜택처럼.

아 물론, 이건 내가 고용주가 아니라 하는 속편한 소리다.

시무룩해 할 것 없다, 그 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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