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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htengilsh@etomato.com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한 장애인 자유한국당 시의원 낙선자에 대한 소회

2018-07-12 17:36

조회수 : 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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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기간 즈음에 기사를 한번 쓴 적이 있다. 날 때부터 소아마비인 고만규 서울시의원 후보(노원4선거구)에 대해서였다. 사람들의 편견을 딛고 힘들게 선거 운동하고 장애인 인식 개선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노원구 기사 쓰려고 돌아다니다 휠체어에 앉은 채로 길거리에서 명함 돌리는 모습을 보고 명함을 교환한 바 있다. 이후 고 후보가 자신을 비롯한 장애인 후보를 기사로 쓰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얼마 뒤 실제로 기사화한 것이다.

인터뷰 등 취재를 하고 나서 고 후보는 선거 후에 밥을 같이 먹자며 자신이 연락을 주겠다는 식으로 약속했다.

애초에 하던 일이 구청장 후보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이후 고 후보가 어떻게 됐는지 생각을 거의 못했다. 생각을 해도 더 자세히 들여다볼 겨를이 별로 없었다.

이제야 뒤늦게 선관위 들어가봤는데 세상에나





물론 노원구가 애초에 민주 진보세가 강한 편이고, 선거 분위기가 그랬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당사자는 어떻게 느꼈을까

기사에는 고 후보가 노원4선거구를 택한 배경에 후보가 장애인이라는 점이 작용했다고 썼지만

사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원래는 고 후보 자신이 선거 운동하기 좋은 평지, 장애인이 많은 지역을 원한다고 해서 당이 다 들어준다는 보장이 없어야 맞다. 거대 정당은 거대한 조직이고, 고 후보는 조그만 지역의 시의원 후보일 뿐이다.

그렇다. 출마자가 아무도 없어서 본인이 마음대로 지역구를 옮기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인터뷰 당시 고 후보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저 결과를 보니 과연 이런 것들이 배경의 전부일까 하는 의문이 또 생긴다.

노원4선거구의 민주당 후보 득표율은 노원구 중 제일 높다. 두 정당만 나왔으니 제일 높을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한국당 고 후보의 득표율은 3개 정당이 출마한 2선거구의 한국당 후보 득표율보다 낮다.

결과적으로 한국당에게 제일 험지인 곳에 출마한 셈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한국당 출마자가 아무도 없다"는 말을 본인이 말해주긴 했지만, 출마자가 모자란 건 전국이 거진 다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저 데이터를 설명하기에는 좀 부족하다. 두 정당 빼고 출마자가 없는 것으로 보아 정치권에서는 저 곳이 유독 엄청난 민주당 강세라는 점을 다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고 후보가 그걸 몰랐을까?

그리고 원래 고 후보가 구의원 때부터 활동하던 곳은 노원3선거구에 해당한다. 한국당에게는 아주 조금이나마 더 나았다.

고 후보가 판단을 미스했을수도 있고, 아니면 더 장기적인 포석을 까는 것일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당 내지 다른 사람들의 부탁 내지는 압박이 작용("험지에서 희생해주세요"라든가)했을 수 있다는 소설도 머릿속에 그려진다.

언젠가 다시 만나면 어떻게 된 건지 꼭 묻고 싶어진다.
  • 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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