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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여검사, 넌 남자검사의 0.5야"(종합)

법무부 성범죄대책위, 전수조사 발표…여검사 85% "근무평정·업무배치 차별"

2018-07-1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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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홍연 기자]"넌 남자 검사의 0.5야". "여자니까 너는 성폭력 사건이나 담당해".
 
여성 검사 80% 이상이 조직문화가 성평등하지 않고, 근무평정·업무배치·부서배치에서 여성이 불리하다고 답해 검찰 내 성차별 문화의 폐해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위원장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는 15일 지난 5개월 동안 법무·검찰 내 여성 구성원들에 대한 성희롱·성범죄 등 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성평등정책관 신설, 인사제도 개선 등 성평등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제도를 신속히 마련하도록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이번 전수조사에는 법무부와 검찰 내 여성구성원의 90.4%(8,194명 중 7,407명)가 참여했다.
 
여검사, 육아휴직 뒤 인사상 불이익
 
대책위 조사에 따르면 특히 검찰의 경우 여성 검사 82.3%가 조직문화가 성평등 하지 않다고 답변하고, 85%가 근무평정, 업무배치, 부서배치에서 여성이 불리하다고 답했다. 상급자 남성 검사가 "남자검사의 0.5"라거나 "여자니까 너는 성폭력 사건이나 담당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할 정도로 여성에 대한 비하와 편견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여성에게는 주요 부서 및 핵심 보직으로의 이동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지지 않는 등 성차별적인 업무 배치와 육아휴직 후에 인사상 불이익 사례 등이 다수 확인됐다.
 
간부급 여검사 7.98%에 불과
 
올해 4월30일 기준 전체 검사 2158명 중 여성검사는 650명(30.12%)이지만, 대검 검사급 이상은 검사장급 1명, 차장검사 2명, 지청장 1명, 부장검사(급)25명, 부부장검사(급) 23명 등으로 여성 간부는 7.98%에 불과했다. 검찰 내 주요부서로 인식되는 법무부에 근무하는 검사 65명 중 여성 검사는 8명(12.3%), 대검찰청은 4명(5.79%), 서울중앙지검은 50명(20.1%)에 불과해 전체 여성검사 비율인 30% 비해서 현저하게 낮았다.
 
"업무평가, 남성에게 유리"
 
아울러 대책위 조사에서 여성 검사를 포함한 54.8%의 법무부·검찰 여성 구성원들이 '조직문화가 성평등적이지 않다'라고 답했다. 주된 이유로는 ▲남성에게 유리한 업무 특성과 평가 방식(34.7%) ▲일·가정 양립이 불가능한 조직 운영 시스템(30.7%) ▲남성 위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분위기(24.3%) 등이꼽혔다. 응답자의 50.9%가 '근무평정, 업무배치, 부서배치에서 여성이 불리하다'고 답했으며 ▲상급자가 남성을 선호하기 때문(39.5%) ▲여성의 출산·육아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39.0%)이 이유로 꼽혔다.
 
여성 위한 정부정책 활용 매우 저조
 
정부가 시행 중인 '일·가정 양립 정책' 면에서 볼 때에도 여검사들의 근무상황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책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시행되는 유연 혹은 탄력근무제, (남성)육아휴직제, 자녀돌봄 연가사용 등은 실제 활용이 매우 저조하고, 직장어린이집이나 보육시설의 설립도 열악한 상태로 확인됐다. 법무·검찰 내 직장어린이집 설치 현황은 전체 소속기관 261개 중 검찰 6개(전체 기관 65개 중), 교정 6개(전체 기관 56개 중) 등 합계 12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법무부 본부, 보호관찰 영역(전체 기관 64개), 소년보호영역(전체기관 26개), 출입국 영역(전체 기관 46개) 등은 전무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가장 문제가 되는 법무·검찰내 성희롱·성범죄와 관련해서는 '고충처리 시스템'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 것이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다.
 
"현행 고충처리절차 유명무실"
 
대책위는 "법무·검찰내 성희롱·성범죄 등 성적 침해행위의 발생율이 61.6%(임용 후 3년 이하 직원의 경우에도 42.5%)로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임에도 대다수의 여성들은 현재 마련되어 있는 고충처리절차를 이용하는데 매우 소극적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책위에 따르면, 법무·검찰 내 259개 기관에 설치된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의 2011~2017 기간내 회의 실적은 전체를 통틀어 3회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성희롱 고충사건 처리 건수도 18건에 그쳤다.
 
"신고해도 달라질 것 없어"
 
신고절차가 이처럼 무용지물화 된 이유로는 “신고시 내부 결재라인을 따르는 보고체계가 복잡하고 담당자의 전문성 결여”, “신고해도 은폐되는 구조와 감찰에 대한 불신”,“제대로 처리가 된 전례가 없었음” 등의 답변이 나왔다. 대책위 전수조사에서도 “달라질 것이 없어서(31.3%)”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24.8%)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 같아서” (22.5%), 남에게 알려질까 두려워서 “(18.2%) 순으로 응답되었다.
 
전수조사 결과 실제로 성희롱 등 피해를 입었을 당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참고 넘어갔다는 응답이 검찰 66.6%, 기타 법무부본부 및 산하기관 63.2%으로 절반을 넘었다.
 
법무부내 성평등위 설립 권고
 
대책위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 장관 직속의 성평등위원회와 법무부내 성평등정책관 신설을 권고했다. 성평등 정책 수립과 집행을 담당할 성평등위원회는 성평등 추진전략 및 시행계획 수립과 이행을 점검하는 등의 임무를 부여받는다. 법무부 기획조정실 내 '국장급'의 '성평등정책관'도 신설해 그 아래에 성평등정책담당관, 성희롱 등 고충처리담당관 등을 배치토록 했다.
 
또한 성평등위원회에서는 성평등한 인사기준 마련, 일·돌봄·쉼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정책의 수립, 성평등 교육·훈련 총괄, 성평등한 조직문화 구축과 확산 체계 수립, 성차별 해소 법제도 개선, 성별 영향평가와 성인지 예산 총괄 등의 업무를 과감하게 추진함으로써 진정한 법무·검찰 개혁을 달성하도록 했다. 성평등위원회는 성인지감수성을 가진 외부전문가가 70% 이상 참여하고 특정 성별이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고충처리 내부결재 시스템 폐지
 
대책위는 성희롱·성범죄 등 고층처리 시스템도 일원화할 것을 권고했다. 고충처리담당관이 처리를 일원화하고 산하 기관별 내부결재를 폐지하도록 했다. 성희롱 등 고충처리담당관이 접수한 사건은 성평등위원회에서 성희롱 등 여부와 판단과 행위자에 대한 수사의뢰, 징계요구, 소속기관에 대한 재발방지대책 수립 권고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아울러 대책위는 다양한 성평등 인사 및 근무환경과 관련한 내용을 권고했다. 대책위는 ▲성별 편견 배제한 평등한 순환 보직 체계 ▲대표성 제고 위해 소속기관별 주요 보직에 여성 우선 배치 ▲법무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여성검사 비율 30% 달성 ▲적절한 업무분담 방안 마련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시스템 정립을 강조했다.
 
대책위는 "향후 활동을 마무리한 뒤 그동안의 세부적인 활동 내용을 체계적인 보고서로 정리해 각 행정부처, 공공기관 등에서 성평등 정책 수립에 참고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최기철·홍연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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