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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북한, '구구절'에 문 대통령 초청했나…끝내 회담날짜 합의못해

리선권 "제기한 문제 해결되지 않으면 문제 탄생하고 난항 겪을 수도"

2018-08-1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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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13일 고위급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3차 남북 정상회담 ‘9월 평양’ 개최에 원론적으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회담 날짜에 대해선 끝내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날짜도 다 됐다”라고 자신하는 북측과 달리 남측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북측이 북한 정권 수립일인 이른바 ‘구구절’(9월9일) 행사기간 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은 이날 오전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고위급회담을 열고 제3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판문점선언 이행 상황 등을 논의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회담은 전체회의 1회, 수석대표 접촉 1회, 대표접촉 2회 등을 거쳐 오후 2시도 안 돼 속전속결로 끝났다.
 
양측은 공동보도문을 통해 “쌍방은 판문점선언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협의했다”며 “회담에서는 또한 일정에 올라 있는 남북정상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가지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이날 구체적인 정상회담 날짜 등이 잡힐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바로 전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남북 사이에 이미 여러 공식·비공식적 채널이 많이 있다. 내일 회담도 같이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일 회담에서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그리고 방북단 규모 등이 합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회담 남측 대표단장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번 가을 정상회담은 지난번 판문점선언에서 합의된 대로 북측지역 평양에 가서 하는 것인 만큼 초청하는 북측의 입장이 어떤가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북측의 일정 상황들을 감안할 때 9월 안에 평양에서 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날짜는 여러 가지 좀 더 상황을 보면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북측 대표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9월 안에 진행된다. 날짜도 다 돼 있다”고 자신있는 모습을 보였다.
 
남북 간의 이런 상이한 태도는 결국 ‘구구절’이 문제가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과 구구절을 민족적 경사로 지목하고 “민족적 대사들을 성대히 치루고 민족의 존엄과 기상을 내외에 떨쳐야 한다”며 평창 올림픽과 구구절을 동급에 놓았다. 특히 올해는 70주년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 가능성도 제기된다.
 
즉 북측이 ‘지난 2월 평창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우리가 도왔으니 이번엔 남측이 도울 차례’라며 정상회담을 겸한 문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할 개연성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 선전장인 구구절 행사에 참석할 경우 국내외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역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김의겸 대변인도 회담결과가 나온 직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실적인 여건들을 (감안했을 때) 9월 초까지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며 “9월 초는 9월10일까지”라고 단언했다. 그는 ‘현실적인 여건’이 무엇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분이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말을 아꼈다. 즉 청와대가 원하는 날짜는 9월 중순이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경우 북한의 반발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리선권 위원장은 이날 고위급회담을 마무리 하면서 “중요한 것은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를 진척시키는 데 있어서 쌍방 당국이 제 할 바를 옳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 위원장은 “북남 사이 미해결되고 있는 문제, 북남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책임적으로 신속히 해결하는 것이 앞으로 북남관계를 일정대로 발전시키고,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를 실행해나가는 데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 ▲금강산 남북 이산가족상봉 ▲철도·도로·산림 등 각종 경제교류 들을 언급하고 “다시 언급하지만 북남회담과 개별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또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또 리 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쌍방 당국이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면서 “9월 예정된 평양수뇌(정상)상봉과 회담 때 각자 책임을 다하고 떳떳한 마음으로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며 거듭 압박했다. 그러나 조명균 장관은 “리 위원장이 말한 것은 새롭게 제기했다기보다 남북관계에서 늘 여러 가지 제기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 것에 대한 일반적인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라고만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월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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