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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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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놀람] "용산·여의도 마스터플랜 재추진 시점은 기자님이 판단할 문제"

2018-08-27 17:35

조회수 : 1,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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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이자 지난 일요일(26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은 아주 진풍경이었다.

일요일 브리핑룸은 매우 한산하다. 단 한번의 예외도 없이 혼자서만 앉아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브리핑룸 불도 꺼져있어서 키고 자리에 간다.

너무 일찍 가면 전력이 아직 안 들어오는 부분이 많아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충전이 되지 않을 정도다.

기자실도 사정은 거의 마찬가지다. 기자실에 있는 인력이 몇 명 정도된다.


이날은 달랐다. 오후 2시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여의도 마스터플랜을 보류하겠다는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전에 공보 담당 공무원이 들어오더니 마이크 시스템을 체크했다. 그는 계속 휴대폰을 붙들었다. 주말에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아마 휴대폰 건너편의 공무원도 심경이 참 그랬을 것이다.

오전에 한두명 브리핑룸을 채운 것을 시작으로 점심 시간대에는 점점 기자들이 몰려들어 브리핑룸을 가득 메웠다. 짜증의 공기도 느껴졌다.


이윽고 박 시장의 발표가 있고 나서 질의응답이 있었다. 너무도 당연히 왜 하필 일요일인지 질문이 쏟아졌다.

그 외에도 재추진 시점이 언제인지도 관심 대상이었다. 주택 시장이 안정화될때가지 보류한다는데 과연 안정화의 기준은 무엇인지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재추진 시점이 언제고, 안정화 기준이 뭔지에 대해 답변을 계속 피했다. 재추진 이야기 나온 질답 양상을 요약하자면 대충 이렇다.

Q : 왜 보류했고 재추진 시점은 언제인가. 일요일에 발표한 이유는?
A : 여의도, 용산 구상이 재개발로 알려져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 도시 미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주택 안정화 역시 시장의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스터플랜 보류 결단했다. 문재인 정부와 적극 협력해 부동산 시장을 최대한 안정화하겠다.

Q : 재추진 시점은 언제인가. 보류한다는 이야기는 철도 지하화 등 국토부와의 협의도 중단한다는 의미인가?
A : 여의도 마스터플랜은 이미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올라가 있지만, 본래 예상치 않았던 부동산 과열 일어나면서 지금처럼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가격 안정화돼야 다시 추진할 수 있다. 국토부나 여러 기관과 협력해서 추진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Q : 부동산 안정화를 사람들이 애매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구체적인 기준점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하는데, 서울시가 의도적으로 공급 정책을 언급하지 않는 것인가?
A : 오늘은 마스터플랜 추진을 보류하는 데 방점을 뒀고, 공급도 아까 좀 언급했다. 서울시만이 아니라 정부 부처와 노력해야 하고, 빈집을 이용한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정부 기금을 활용하면 훨씬 더 많이 시행할 수 있다. 마스터플랜 말고도 가격 인상 요인이 있으며, 그런 요인은 서울시보다는 정부와 같이 안정화를 추진해야 한다. 서울시와 국토부의 노력 합쳐져서 안정화에 기여하지 않을까 한다.


결국 여기서 건질 수 있는 것은, 서울시의 마스터플랜 재추진 시점은 일정 부분 국토부에 달렸다는 것이다.

박 시장이 가고 나서 공무원들에게 물어도 대략 마찬가지였다. A공무원도 국토부와의 협의를 언급했다.

개인적으로 놀라운 순간은 B공무원의 답변이었다.

B공무원에게 질문하자 "기자님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뜻밖의 답변에 깜짝 놀라서 "이번 발표는 박원순 시장님이 판단해서 한 것 아니냐"고 되묻자 그는 다시 나름대로 답변했다.

"2015년 2016년에도 서울 부동산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그 때는 과열이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과열 우려가 본격적으로 나온 건 작년이다. 그렇다면 안정화 역시 상식 수준에서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말이었다. 결국 여론을 의식하겠다는 뜻이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고, 개인적으로 할 수만 있다면 행동경제학을 익히고 싶기도 하다. 여론이 중요하기는 하겠다. 그래도 만약 여론만 보겠다고 했으면 조금 무책임하게 들렸을 것이다.

국토부와의 접촉을 그나마 메인으로 내세우고, 여론도 더하는 방식이어서 그나마 낫다.

하지만 '그나마' 나아보이는 것뿐이지 여전히 애매해보이기는 매한가지다. 그리고 과연 안정화가 되기는 할지, 된다면 그건 바람직한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 신태현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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