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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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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스포)영화 <공작>을 관람한 후 뒤늦은 후기

2018-08-30 17:07

조회수 :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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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 홍보물. 사진/네이버 영화


이 영화는 될 수 있으면 사전정보 없이 보려고 했다.

총풍을 소재로 한다는 점, 북파 스파이가 '흑금성'이라고 불린다는 정보 말고 아무것도 모른 채로 영화관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원래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보는 게 재미를 위한 습관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원래 사람에 따라서는 사전 정보 없이 봐야 재미를 더 느낄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선택을 잘한 듯하다.

영화는 재미있었다. 주변 관객들 반응도 볼만했다.

후반에 영화가 감정적이라는 감상들도 있지만, 그럭저럭 볼만했다.


(이제부터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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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영화 내 개연성 측면에서 가장 논란이 될만한 장면은 정무택(주지훈 분) 국가안전보위부 과장이 흑금성(황정민 분)을 살려주는 장면일 것이다.

흑금성을 진작부터 의심하고 탐탁치 않게 여기던 정무택은, 김정일과의 면담을 앞둔 흑금성에게 약을 주사한 뒤 정신이 헤롱헤롱한 상태에서 진술을 받아내고 녹취한다.

흑금성은 자신이 남한의 안기부 소속이고 무슨 팀인지 말했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거짓 모습인 사업가로 돌아가 능글맞게 진술한다.

정무택은 정신이 나간 상태의 진술을 흑금성에게 들려주고 총을 겨누지만, 흑금성이 살려달라고 하든가 여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자, 사업가로서 진술한 부분도 들려주고는 "장난치지 말라"라는 식의 경고성 발언을 한다.

이 장면이 의아하게 보이는 이유는, 보위부의 정무택이 대외경제위원회의 리명운(이성민 분) 처장과 대립 구도이기 때문이다.

북한 내에도 강경파와 온건파가 있다는 말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이 영화를 볼 정도면 강경파와 온건파의 구도를 머릿속에 그리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안보를 지키기 위해 흑금성을 경계하는 정무택, 경제를 살리기 위해 흑금성을 끌어들이려는 리명운.

그러니까 정무택은 애초에 강경파에 속해있는 듯이 보이고, 경제에는 관심 없어하고, 처음부터 틱틱대면서 경계하다가 급기야는 안기부 소속이라는 진술까지 얻어냈는데, 그 뒤에 단지 급히 사업가 행세를 한다고 해서 놔줄 이유가 무엇일까?


이 영화가 내적 논리나 개연성을 잘 구성하지 못했을수도 있겠지만, 잘 구성했다고 가정한다면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할 것도 같다.

전혀 다르고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보위부 정무택과 대외경제위 리명운이 사실은 결이 비슷한 사람들인 것이다.

1) 정무택은 흑금성이 김정일과 만나기 전에 막아섰지만, 리명운은 흑금성이 김정일을 만난 후에 무서워진다. 리명운은 흑금성에게 신뢰의 징표인 배지를 주고, 마음껏 활보하게 했지만, 마치 그 배지에 도청장치라도 있는 것처럼 흑금성과 김명수(김홍파 분) 대외경제위 부장의 대화를 엿듣는다. 김씨 부자를 비판한 김명수는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

또 리명운은 연회에 자신의 가족을 데리고 나왔지만, 흑금성에게 마치 정무택과 비슷한 경고성 발언을 한다. "누구의 사주를 받고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위험한 장난이라는 점만 알아두시오." 배지나 가족이나 외피일 뿐이고, 그 역시 흑금성을 경계하는 것이다.

2) 적대 관계라는 남한 정권과 북한 수뇌부가 결탁해 남한 선거에 개입하는 모순이 벌어지자, 정무택이나 리명운이나 반항한다. 정무택은 김정일에게 전달될 50만달러를 삥땅치고, 리명운은 스파이로 드러난 흑금성을 북한에서 탈출시킨다.


결국 정무택과 리명운은 작게는 북한 수뇌부의 모순, 크게는 한반도의 모순이 낳았다는 점에서 결이 비슷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단지 자신의 직위에 따라 달라보였을 뿐이다. 그래서 결국 흑금성에게 대하는 태도가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게 수렴한 게 아닐까 한다.

 
  • 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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