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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록

가해자 직접 심판 정당한가 - '자경단' 편

2018-09-19 08:59

조회수 : 2,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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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포함한 공적 기관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자, 일반 국민들이 손수 나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통쾌함을 넘어 일종의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하는데요.

일부 사례를 통해 이와 관련된 자경단(自警團, Vigilante)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자경단이란 법에 의거하지 않고, 스스로의 정의로 사적 제재를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1. 인천 송도 불법주차 사태&양평 음주운전 역주행 사태로 바라본 여론 재판


지난달 29일 오전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H아파트 인도에 방치된 50대 여성 입주민 차량에 주민들이 쓴 붙임쪽지(포스트잇)가 부착돼 있다. 이 여성은 같은 달 27일 오후 5시께 이 아파트 정문 지하주차장 통로 입구에 차량을 주차하고 사라졌다. 사진/뉴시스 

'아파트 주차 갈등 3일째' 점입가경…주민들 '공분'
(뉴시스 기사 읽어보기)

지난달 30일 오후 9시께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H아파트 인도에 방치된 50대 여성의 차량이 나흘 만에 모처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파트 입구 막은 50대 여성 "진심 사과 드린다"
(뉴시스 기사 읽어보기)

지난달 30일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천 송도 불법주차 사태가 해당 입주민이 고개를 숙이면서 마무리 됐습니다.

지난 8월27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H아파트 정문 지하주차장 통로 입구에 주차된 차를 견인해 달라는 주민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지만, 경찰과 관할구청은 해당 아파트 내 도로가 일반도로가 아닌 사유지에 해당돼 차량을 견인 조치하지 못했습니다.

아파트의 한 입주민이 관리사무소가 부착한 주차위반 경고문 스티커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인데요.

아파트 주민들이 주차장을 이용하는데 불편이 지속되자 주민 20여 명이 같은 날 오후 11시께 도로에 기름을 뿌리고, 차량을 밀어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인도로 차량을 옮겼습니다.

이후 주민들은 해당 입주민이 사과할 때까지 차량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차량 주변에 경계석과 주차금지 표지판, 화분을 놓아 둘러쌓았고, 붙임쪽지와 펜을 함께 갖다놔 주민들의 공분을 쏟아내게 했습니다.

결국 차량 주인인 입주민은 수기 사과문을 전하며 백기를 들었고,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됐습니다.


사진/YTN뉴스 보도 화면

사진/YTN뉴스 보도 화면

'가해자 응징하겠다' 양평 역주행 사고 2년 후 재논란
(YTN뉴스 영상 보러가기)

이보다 앞선 올해 7월에는 2년 전인 2016년 5월 경기도 양평에서 일어난 음주운전 역주행 사고의 피해자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가해자가 반성의 기미가 없이 잘 살고 있다', '가해자 측이 운영하는 식당을 이용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글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는데요.

글을 읽고 분노한 일부 누리꾼들은 가해자 측이 운영하는 가게를 직접 찾아간 뒤 사진을 찍고 글을 올려 해당 가게가 가해자 측이 운영하는 가게라는 걸 암시했으며, 해당 가게의 건축물대장을 떼고, 광고물과 주차장 등 불법으로 의심되는 사안들을 집중적으로 당국에 신고하기도 했습니다.

2. 웹툰의 소재로 활용된 자경단

사진/네이버만화 '비질란테' 캡처 화면

일반 국민들이 직접 심판을 내리는 자경단의 모습은 오프라인에서만 그치지 않았는데요.

온라인에서는 자경단을 소재로 하는 국내 웹툰도 등장했습니다.

올해 4월27일부터 네이버만화에서 연재를 시작한 '비질란테'가 그 주인공입니다.

웹툰 내용을 살펴보면 실제 사건들을 연상케 하는 일화가 여럿 포함돼 있습니다.

독자들은 현실에서 심판받지 못한 가해자들이 만화에서나마 주인공으로부터 응징을 받자 통쾌해 함과 동시에 허술한 법망을 가열하게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3. '법' 통제 벗어난 자경단, 문제없나


관동대지진 시 자행된 조선인 학살을 보여주는 일본 사회주의 계열에서 발행한 잡지 '씨뿌리기 잡기' 제1책 1924년 1월호에 게재된 '학살된 한국인의 시체더미' 사진/뉴시스 

그러나 자경단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단순 폭력 집단이 자경단을 사칭해 발호한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이 그랬고, 최근에는 유럽 난민 테러가 그러합니다.


아래는 1923년 9월1일 일본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관련 기사의 일부입니다.

日,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입증자료 나왔는데 韓정부는 ‘요지부동’
(천지일보 기사 읽어보기)

일본 계엄사령부는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 '조선인이 방화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 등으로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계엄사령부는 언론에 거짓으로 흘려 일본 민심을 자극시키게 했고, 무전과 전단, 포스터 등을 이용해 유언비어를 유포시킴으로써 관동 일대의 조선인들이 숨을 곳이 없도록 했고, 형무소에 수감 중인 죄수들까지 다 내보내 자경단을 구성하도록 해 대학살을 자행하도록 부추겼다.


또 최근 벨기에 브뤼셀 시내에서는 6명의 극우세력 조직원들이 폴란드 출신 노숙자를 폭행하는 사건이 전해졌는데요.

벨기에 주요 도시서 난민범죄 예방 빌미로 극우 자경단 '활개'
(연합뉴스 기사 읽어보기)

벨기에는 지난 2016년 3월 브뤼셀 연쇄 폭탄테러 이후 벨기에 주요 도시에서 불법 체류 난민들의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극우세력들이 자경단을 조직해 시내를 순찰하는 등 활동을 벌이고 있어 또 다른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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