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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록

'두발 자유화' 찬반 논쟁 팽팽

2018-10-01 17:11

조회수 :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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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머리카락을 염색하거나 뽀글뽀글 파마를 한 학생들의 모습.
이르면 내년부터 학교 내에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이 학생들의 '완전 두발 자유화'를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인데요.
'두발 규제'가 일제 강점기와 독재정권의 잔재로 진작 사라졌어야 할 문화라는 입장과 사회 규범과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두발 자유화' 선언과 관련한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1. '학생 두발 자유화' 선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 학생 두발 자유화 선언과 편안한 교복 공론화 추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희연, '학생 두발 자유화' 선언…"염색·파마도 허용"
(JTBC뉴스 영상 보러가기)

최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염색과 파마까지 허용하는 '학생 두발 자유화'를 선언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서울시교육청은 복장, 두발 등 용모에 있어서 개성을 실현할 권리'(서울학생인권조례 제12조)를 구현하는 구체적 조치로, '서울학생 두발 자유화 선언 및 편안한 교복 공론화'를 발표했는데요.
선언에는 학생 두발 길이는 물론 염색, 파마 등 두발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에 교육청은 우선 내년 상반기까지 학교별 자체 공론화 과정을 거치도록 했습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 등 학교구성원이 토론, 설문조사 등 공론화 의견 수렴을 거쳐 자체적으로 최종 의사결정을 하라는 것인데요.
공론화가 이뤄지면 내년 1학기 내 학생생활규정(학칙)을 개정하고, 2학기부터는 새로운 두발 규정을 시행해야 합니다.


교육청이 공론화를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구체적인 반영비율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 민주적 효능감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학생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할 것을 시사했습니다.
학생들은 대체로 두발 자유화를 선호하는 만큼 학교별로 염색, 파마가 허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2. '두발 자유화' 찬반 논쟁

이번 '두발 자유화'를 두고 찬반 논쟁이 뜨거운데요.
서울 내 상당수 학교에서 두발 길이 제한을 없앤 ‘두발 자유화’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번 교육청의 발표에선 ‘염색·파마’까지 허용하고 있어서입니다.

학생들을 비롯해 일부 인사들은 확대된 두발 자유화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지만, 일부 학부모와 교사들은 학교 내 위화감 조성 등의 이유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사진/JTBC뉴스룸 '앵커브리핑' 방영 화면

불붙은 두발 자유화 논쟁…"자기결정권 인정해야" vs "학생 다워야"
(세계일보 기사 읽어보기)

두발자유화 논란에 손석희·김제동 일침 “일제, 독재 잔재”
(고발뉴스 기사 읽어보기)

서울시교총 "두발 자유화, 교육청 강제할 일 아니다"
(머니투데이 기사 읽어보기)

?방송인 김제동씨는 '학생들의 완전한 두발 자유화' 추진에 대해 "일제 강점기에서 시작된 두발 제한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교육청의 선언에 환영의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손석희 앵커 또한 JTBC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 ‘삼손의 머리카락’에 빗대어 두발 규제는 독재정권의 잔재라고 지적했는데요.
손 앵커는 “삼손의 괴력은 물리적인 것이었지만, 그것을 자유와 상상력, 또 창조적 힘과 치환해서 생각한다면,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강제로 깎아버리는 것은 바로 통제와 부자유, 억압과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의미를 해석했습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서울특별시교원단체총연합회(서울시교총)은 "학생 두발, 복장에 대한 개성을 실현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하는 것에는 공감하나, '두발 자유화' 선언은 서울시교육청의 일방적 선언이며 강제적 선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시교총은 이어 "어떠한 대책이나 방안은 없이 무조건적 자유만을 강조하는 것은 큰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학교 내 생활지도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학교 밖 생활지도는 거의 무방비 상태가 될 것이고, 학내 면학분위기 저해 및 학교 밖 탈선을 조장하는 단초가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1983년에 교복 자율화를 실시한 경우가 있었으나 학생 지도가 어려워지고, 학교 내 위화감이 조성되는 등 각종 부작용으로 3년 후 학교장 재량에 따라 교복과 자유복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수정한 선례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3. '두발 자유화', 新 등골브레이커 될까


사진/픽사베이

중·고교생 두발자유화 반대 청원 등장…“염색 파마 물가 아느냐…이런 건 보수적이어야”
(아주경제 기사 읽어보기)

두발자유화 찬성하지만.."나이키와 월드컵 비교했던 기억 떠올라"
(중앙일보 기사 읽어보기)

'두발 자유화'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입장 모두 경제적인 문제가 제도 정착에 걸림돌이 될 것임에는 공감했습니다.

조 교육감의 '학생 두발 자유화' 선언 발표 이후 한 여성 커뮤니티에는 '두발 자유화'에 대해 의견을 묻는 글들이 올라오며 수십 건의 찬반 댓글이 달리기도 했는데요.
한 여성 사용자가 "염색했다고 아이의 머리가 나빠지지도, 할 공부를 안 하지도 않는다"고 하자 다른 사용자는 "요즘 미용실 비용이 얼마인지 아느냐"며 "학생의 자유보다 부모의 경제가 더 큰 문제"라는 '현실론'을 꺼내들었습니다.

학생들의 파마와 염색 비용은 미용실과 동네에 따라 다르지만, 서울의 경우 성인보다 조금 저렴한 5~10만원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두발 자유화를 찬성하는 학부모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두발 자유화에 찬성하지만 파마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상처를 받는 학생이 생길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두발 자유화에 이어 교복 자율화가 시행됐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은 교복을 입었다"며 "리바이스 청바지는 선망의 대상이었고 나이키가 아닌 월드컵 브랜드 신발을 신은 학생들은 움츠려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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