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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록

'앉을 권리' 찾아 나선 노동자들

2018-10-02 17:11

조회수 :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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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들은 하루 12시간 이상을 학교에서, 학원에서 앉아서 보냅니다.
시험을 준비하거나, 취업을 위해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는 취준생들도 하루 내내 앉아서 시간을 보냅니다.
직장인들 또한 하루 8시간 이상은 앉아서 근무하는데요.
반대로 앉고 싶어도 앉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서 있기’를 강요당하는 서비스 노동자들의 실태와 관련 정책 등을 알아봤습니다.


1. '앉을 권리' 찾아 나선 노동자들


사진/SBS뉴스 보도 화면


지난 1일 오후 3시 매장 내에서 일제히 자리에 앉는 노동자들. 사진/SBS뉴스 보도 화면

[단독] 손님 없어도 '서 있어라'…'앉을 권리' 찾아 나선 노동자들
(SBS뉴스 영상 보러가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노동자들의 '앉을 권리'를 위해 지난 1일 연대 투쟁에 나섰습니다.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일하는 화장품 판매 노동자들이 참여한 이번 투쟁은 소리 없는 외침으로 시위가 이뤄졌는데요.
온종일 선 채로 일을 해야 하는 이들이 이날 오후 3시에 일제히 자리 앉으며, 자신들의 '앉을 권리'를 주장했습니다.


2. '서 있기'를 강요당하는 노동자들


사진/SBS뉴스 보도 화면


사진/SBS뉴스 보도 화면

'서 있기'를 강요당하는 노동자들의 실상은 어떨까요.
화장품 매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이유로 하루 7시간 넘게 선 채로 근무해야 합니다.
고객만족 평가 항목에도 대기 자세를 유지하고 3초 안에 고객을 응대했는지에 대한 평가도 들어 있을 정도입니다.


서비스 노동자들은 종일 서 있다 보니 발이 까지고, 물집이 생기는 건 물론 하지정맥류와 족저근막염 같은 혈액순환 장애나 염증성 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의 경우 임신에 어려움을 겪거나, 임신이 돼도 유산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3. 정책은 유명무실, 법안은 뒷전


사진/KBS뉴스 보도 화면


사진/KBS뉴스 보도 화면

‘앉을 권리법’ 10년간 방치…쟁점 법안만 관심있는 국회
(KBS뉴스 영상 보러가기)

“백화점·면세점 판매직에게 의자를”…고용부 ‘노동자 앉을 권리’ 챙긴다
(서울신문 기사 읽어보기)

'앉을 권리'를 위한 제도가 아예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08년 사업장에서 간이 의자를 두도록 산업안전규칙이 생겼는데요.
문제는 10년째 '권고 사항'에 그치면서 있어도 앉지 못하는 '투명 의자'만 늘었습니다.


법으로 명문화할 수는 없을까요?
이른바 '앉을 권리법'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다뤄야 하는데요.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먼저, 소수의 위원들로 구성된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심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관련 법안이 발의된 지 현재 300일 가까이 되도록 첫 관문도 넘지 못한 상태입니다.
올해 상반기에 환노위 소위원회는 11차례 열렸는데, 두 차례를 빼고는 쟁점법안인 최저임금법, 근로시간법 심사만 했기 때문입니다.
여야 간 입장 차가 별로 없는 비쟁점 법안이라는 이유로 후순위로 밀린 것입니다.

4. 해외에서도 '앉을 권리' 투쟁


사진/KBS뉴스 보도 화면

한인마켓도 캐시어들 ‘앉을 권리’ 보장 확산
(미주한국일보 기사 읽어보기)

인도 여성 ‘앉을 권리’ 8년 투쟁 결실
(경향신문 기사 읽어보기)

최근 미국 LA의 한인 마켓업계에서는 '노동자들의 앉을 권리' 시대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분위기입니다.
갤러리아 마켓이 최근 캐시어들의 '앉을 권리'를 인정하고 의자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는데요.

올해 7월 인도 여성 노동자들도 ‘앉을 권리’를 얻기 위해 투쟁한지 8년 만에 인도 케랄라 주정부가 '앉을 권리'를 법에 명문화하기로 했습니다. 
여성노조 ‘암투’는 8년 전부터 여성 노동자의 앉을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웠는데요.
한 판매점원이 손님이 사리를 고르는 동안 벽에 기대었다는 이유로 100루피(약 1600원)의 임금을 삭감당한 사건이 발단이 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노동자들의 ‘앉을 권리’를 법으로 명문화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지만, 고용주와 고객들의 의식이 먼저 깨어야 되겠습니다.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노동자들에게 ‘서 있기’를 강요하는 곳이 과연 좋은 브랜드라고 할 수 있을까요.
노동자들이 마음 편히 앉아서 일할 수 있는 곳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으로 이미지가 제고된다면 브랜드들이 먼저 ‘앉아서 근무하는 것’을 장려하게 되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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