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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록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 행위"

2018-10-05 17:32

조회수 :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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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의 살인 행위'라고 불리는 음주운전.
음주운전 재범률은 40%를 웃돌 정도로 심각하지만, 3차례 이상 상습 음주운전자의 실형 선고율은 20%에도 못 미치고 있어 피해자를 두 번 울리고 있는데요.
음주운전 사고 사례와 원인, 처벌 현황 등을 살펴봤습니다.


1. 끊이지 않는 '음주운전' 사고


사진/SBS뉴스 보도 화면


사진/SBS뉴스 보도 화면

만취운전이 부른 8중 추돌사고…1명 사망·5명 부상
(SBS뉴스 영상 보러가기)

'음주운전' 사망 사고 낸 황민 오늘 영장심사
(YTN뉴스 기사 읽어보기)

‘또’ 음주운전 사고입니다.

지난 3일 새벽 2시경 경인고속도로 서인천 나들목 부근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승용차가 앞 차를 들이받으면서 8중 추돌 사고가 났는데요.
사고를 낸 운전자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면허정지 수준인 0.093%가 나와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사고로 처음 들이받힌 승용차의 50대 운전자가 숨졌고, 사고를 낸 30대 운전자까지 모두 5명이 다쳤습니다.
 
앞서 8월 배우 박해미의 남편이자 뮤지컬 연출가 황민도 만취한 상태로 차를 몰다가 사고를 내 동승자 2명을 숨지게 했는데요.
황 씨는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로 차 사이를 빠르게 추월하는 이른바 '칼치기 운전'을 하다가 갓길에 세워진 트럭을 들이받았었습니다.

2. 음주운전 사고, 왜 계속될까?


지난 7월27일 오후 서울 중랑구 중랑캠핑숲 인근 도로에서 중랑경찰서 관계자들이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탈출! 음주사회②]술 때문에 하루 13명 사망...살인범 절반이 음주 범행
(뉴스1 기사 읽어보기)

'단속 예고에도' 고속도로 음주운전 무더기 적발
(노컷뉴스 기사 읽어보기)

음주운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식이 음주운전 사고를 키우고 있습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7년 음주운전 사고는 총 1만9517건에 이릅니다.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439명, 부상자는 3만3364명에 달했는데요.
하루에 5.4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해 1.2명이 목숨을 잃고, 91.4명이 다친 셈입니다.
음주운전 사망자 수는 10년 전인 2007년보다 54.7% 줄어드는 등 감소 추세에 있지만, 2005~2015년 음주운전으로 3번 이상 적발돼 운전면허가 취소된 운전자가 10만1769명(경찰청 통계)이나 돼 경각심은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를 방증하듯 올해 6월에는 경찰이 음주 단속을 예고했는데도 불구하고 고속도로에서 음주 운전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6월7일 오후 10~12시 2시간 동안 경부선 서울 톨게이트 등 관내 주요고속도로 진출입로 32개소에서 음주 운전자 60명을 적발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는데요.
적발된 60명 중 26명은 혈중알코올 농도 0.1% 이상(면허취소), 30명은 0.05% 이상(면허정지)으로 측정됐습니다.

3. 처벌은 솜방망이, 형량은 깃털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시스

‘세 번째 음주운전’ 김현우 누구? ‘하트시그널2’ 인기남→연이은 구설
(동아일보 기사 읽어보기)

김현우 세 번째 음주운전… “쓰리 아웃이라더니 ‘벌금형’”
(국제신문 기사 읽어보기)

판사는 치외법권?음주운전 뺑소니, 몰카범도 고작 감봉!
(여원뉴스 기사 읽어보기)

최근 채널A의 ‘하트시그널 시즌2’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김현우가 지난 4월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판결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었는데요.
문제는 이번이 음주운전 3번째 적발이었는데 불구하고 또 다시 벌금형에 그쳐 논란을 더했습니다.
김 씨는 올해 4월22일 오전 3시께 서울 중구 황학동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약 70m 운전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혈중알코올 농도는 0.238%로 면허취소 수치였습니다.
김 씨는 앞서 2012년 11월28일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돼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고, 다음해 4월30일 같은 죄로 벌금 800만원 형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3번째 음주운전 적발 시 벌금형에 그치지 않고, 재판에 넘겨지는 ‘삼진 아웃제’가 시행 중입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씨가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과 재발방지를 다짐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벌금형을 내렸다고 판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 씨가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을 받은 사실을 두고 ‘삼진 아웃제가 유명무실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또 이달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법관 징계 현황에 따르면 인천지법 A부장판사는 2016년 11월 고속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연쇄 추돌사고를 낸 뒤 뺑소니했는데요. 
당시 혈중알코올 농도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58%였지만 A부장판사는 벌금 800만원만을 선고받고, 법원으로부터 감봉 4개월의 처분만 내려졌습니다.
여기에 음주운전으로 2013년 벌금 300만원, 2014년 벌금 400만원을 각각 선고받은 판사 두 명에게도 견책(서면경고) 처분만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 처벌 강화 목소리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화면

“음주운전 사고는 살인”…처벌 강화 요구 봇물
(KBS뉴스 영상 보러가기)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친구 인생이 박살났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 바로가기)

계속되는 음주운전 사고 소식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9월25일 새벽 2시25분경, 부산 해운대구 미포 오거리에서 술에 만취한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인도에 서 있던 22살 현역 군인 윤 씨(휴가중)와 그 친구를 덮쳤는데요.
자신을 두 피해자의 친구라고 밝힌 사람이 '음주운전 사고 양형 기준을 높여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은 청원 이틀 만인 4일 현재(오후 3시25분 기준) 17만명의 누리꾼들이 동의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의석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음주운전 사고 같은 경우에 재범률도 높고, 습관적인 문제들도 있기 때문에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하고 처벌 기준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음주운전에 대한 선진국의 처벌 기준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엄격한데요.
호주에선 음주 운전자 이름을 공개하고, 미국 일부 주에선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면 살인 혐의를 적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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