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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록

외교관 '성 비위', 왜 뿌리뽑지 못할까?

2018-10-04 20:43

조회수 :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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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김문환 전 주에티오피아 대사의 성폭력 사건 이후 외교부는 '성 비위'를 근절하겠다며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는데요.
최근 고위 외교관들의 '성 비위' 문제가 또다시 불거져 체면을 구겼습니다.
외교관 '성 비위' 문제와 관련한 사례들과 배경, 외교부의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1. 끊임없는 외교관 '성 비위'


사진/JTBC뉴스 보도 화면

'직원 성추행' 외교관 2명 귀국조치…"징계 의결도 요구"
(JTBC뉴스 영상 보러가기)

끊임없는 외교부 성 비위…지난해 징계 12건 중 절반이 ‘성 문제’
(서울신문 기사 읽어보기)

해외 주재 외교관 2명이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적발이 돼서 최근 귀국조치 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주파키스탄 대사관에 근무하는 고위 외교관 A씨는 지난 7월 대사관 여직원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술을 권한 뒤 강제로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비슷한 시기 주인도 대사관에 파견 중이던 4급 공무원 B씨는 대사관 직원에게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에서 술을 마시자고 강요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반복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외교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외무공무원 징계 건수는 모두 12건인데 이 중 6건이 성희롱과 성폭력 문제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한 외무공무원은 커피숍 등에서 16차례나 여성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하다 적발돼 강등 처분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고위공무원은 총영사로 재직하면서 상습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하고, 직원들에게 사적 업무를 시키는 ‘갑질’을 일삼아 징계를 받았는데요. 
여성 감사반원 앞에서 성희롱 발언을 하거나, 부하직원과 불륜 관계를 맺은 외무공무원 사례도 있었습니다. 

2. 외교관 '성 비위',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사진/뉴시스

“무관용으로 엄벌”한다는데…외교관 성추행, 왜 이어지나
(중앙일보 기사 읽어보기)?

일각에서는 ‘폐쇄된 외교부의 조직 문화’가 외교관의 '성 비위' 문제를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외교관 출신인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교관들의 '성 문제'가 발생하면 (외교부 조직 내에서)밖으로 얘기하지 않으면서 한직으로 보내는 식으로 인사 처리를 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과거 외교조직의 처리 관행을 접한 사람들이 경각심이 부족한 상태에서 저지른 행위가 밖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외교관 '성 비위' 문제의 원인을 진단했습니다. 
  
또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명하복의 폐쇄적 공관 문화가 큰 요인이다. 공관이 교포·주민(현지인)과 융합되지 못하면 고립된 섬과 같다”고 분석했는데요. 고립된 섬에서 고위급 공무원들은 ‘절대 권력’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3. 외교관 '성 비위'에 대한 외교부의 입장


사진/뉴시스

강경화 “성비위는 문화적 문제…하루아침에 뿌리뽑힐일 아냐”
(데일리안 기사 읽어보기)

외교관 성 비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문화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긴 기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강경화 장관은 4일 내신 기자 브리핑에서 고위 외교관 성 비위 사건에 대한 대책 강화 계획을 묻는 질문에 “미투 운동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성 비위는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문화의 문제”라며 “제도를 마련했다고 하루아침에 뿌리 뽑힐 일이 아니라 보고 처음부터 불관용의 원칙에 따라서 (처벌) 제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는데요.

강 장관은 “최근에도 몇 건의 사건이 불거져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에 '성 비위' 문제가 조기에 적발 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앞으로도 성 비위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특히 본부의 감사가 미치지 않는 소인수의 공관에 있어서는 본부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더 확실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며 “근본적인 변화를 가지고 오기 위해서 교육을 좀 더 철저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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