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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이면 좋았을 '장기하와 얼굴들' 해체 소식

2018-10-18 16:01

조회수 :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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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결성 10년 만에 공식 해체합니다. 현재 정규 5집 작업 중인 멤버들은 앨범을 내고 올해 연말까지 콘서트로 팬들을 만나고, 2019년 첫날을 기점으로 6명 각자의 길을 가게 됩니다.
 
2008년 싱글 앨범 '싸구려 커피'로 데뷔한 밴드는 인디 시장을 메이저로 끌어올리면서 인디계의 '서태지와 아이들'이란 별칭으로 불려왔습니다. 예전 카우치 사건으로 인디 록밴드에 대한 이미지가 안좋았을 때를 1세대로 본다면 이들은 밴드 시장의 2세대를 열었다고 평가되기도 합니다.
 
70·80 포크가요를 떠올리게 하는 보컬 장기하 특유의 창법과 랩, 우리말의 특색을 살린 가사는 이들의 상징적인 표식이었습니다. 이들이 걸어온 10년간의 시간과 해체 발표에 대한 가요계의 반응, 향후 활동 방식 등에 관한 정보를 모아봤습니다.
 
1.충격적인 등장과 더 충격적인 해체
 
오늘은 여러분께서 조금 놀라실 만한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곧 발매될 5집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마지막 앨범이 될 겁니다. 앨범 발매 후에는 올해 말까지 콘서트 등 여러 경로로 부지런히 여러분을 만날 거예요. 그리고 2019년의 첫날을 기점으로, 저희 여섯 명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됩니다.
 
 
=밴드는 공식 알림으로 최근 준비하고 있는 5집 앨범이 지금까지의 최고 앨범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때문에 '장얼'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이며 가장 멋진 모습일 때 아름답게 마무리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합니다. 
 
2019년 1월1일부터 구성원 모두는 싱어송라이터, 연주자, 프로듀서, 디제이 등 각자 자신 만의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로 나아갈 예정이라고도 합니다. 
 
 
2. '장얼'이 걸어온 10년의 시간
 
밴드 멤버들과는 어떻게 만났나?
 
현재 내가 드러머로 활동하고 있는 또 다른 밴드 ‘눈뜨고코베인’이 1집앨범을 낼 때 인디 레이블 ‘비트볼 뮤직’에 속해 있었다. 거기에 1960년대 스타일의 팝을 추구하는 ‘더스마일즈’라는 밴드가 있었는데 정중엽이 그 밴드의 멤버였다. 이민기와 김현호는, 나와 눈뜨고코베인을 같이 한 멤버들과 학교 동아리 선후배 사이라 전부터 건너 알고 있었다.
 
장기하와의 '적당히 속이 쓰려오'는 인터뷰
 
='장얼'의 역사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밴드를 하던 친구들, 또 다른 건너 밴드의 친구들과 함께 결성된 이 정체모를 이들의 이합집산은 1집 '별일 없이 산다'를 계기로 하나로 뭉치게 됩니다.
 
처음에는 밴드 4인조와 선글라스를 끼고 요상한 춤을 추는 미미시스터즈 2명과 함께 활약을 했으나 이후 미미시스터즈가 탈퇴하고 두명의 멤버가 2013 정식 멤버로 합류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포크락'에 가까웠던 1집의 색깔을 벗고 '사이키델릭 록' 쪽으로 보다 밴드 스러운 결과물을 만들게 됩니다. 
 
'싸구려커피', '별일 없이 산다', '그렇고 그런 사이', 'ㅋ' 등의 음악은 한국에서 독보적인 '장얼'만의 사운드로 평가받았습니다. 또 인디씬과 메이저씬을 넘나드는 파격으로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총 6개의 상을 수상하는 기록도 세웁니다. 특히 무한도전 가요제에 출연한 것은 이들의 이름을 더욱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었죠.
 
유쾌한 가사와 그에 맞는 장기하 만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담긴 뮤비 등은 참신하다고 평가되며 이후로도 대중들의 폭발적 반응을 끌어냅니다.
 
 
장기하와 얼굴들. 사진/뉴시스
 
장기하와 얼굴들 - TV를 봤네
 
3. 대중을 위로하고 공감했던 '장얼'의 울림
 
(2015년 낸 정규 3집 앨범을 설명하는) 장기하 "한 곡당 누구나 가져봤을 법한 한 가지 마음씩이 들어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앨범에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곡도 있고 해서 제목(사람의 마음)을 그래서 붙였고, 보통 저는 제 경험, 생각을 갖고 만들었는데 그 곡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사연을 듣고 곡을 썼어요. 그래서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
 
[EBS 스페이스 공감] 장기하와 얼굴들 인터뷰
 
='자신들의 경험으로 본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던 이들은 3집부터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지칠 정도로 열심히 살고도 찜찜한 마음으로 귀가하는 이들의 사연을 하나 하나 읽고는 거기에 위로를 덧댑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어렵고도 어렵구나/하지만 오늘 밤엔 잠을 자자 푹 자자'
 
그들은 어느새 대중들과 음악으로 함께 호흡했습니다. 음악으로 힘든 세상을 버티고 있을 이들에게 '괜찮다'고 어깨를 툭 두드려줬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장기하와 얼굴들. 사진/뉴시스
 
4. 공식 해체 선언에 반응은 반반
 
선후배 뮤지션인 YB의 윤도현 역시 "나도 팬의 한 사람으로서 놀랐지만 모든 멤버들의 앞길에 희망과 축복을 바란다"고 밝혔고, 혁오의 오혁은 "그래도 장기하와 얼굴들은 장기하와 얼굴들", 카더가든은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등 댓글을 통해 아쉬움 섞인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장기하와 얼굴들 10년만 해체, 윤도현-오혁도 아쉬움 섞인 응원
(뉴스엔 읽어보기)
 
=이번 공식 해체 선언에 반응은 반반입니다. 우선 '장얼'의 음악을 좋아했던 팬들과 동료 뮤지션들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습니다.
 
"'장얼' 음악을 들으면서 밴드에 대한 선입견을 많이 고쳤는데 아쉽다"는 의견부터 "('달이 차오른다 가자' 가사를 비틀어)이제 달이 안 차오르냐"는 애정 어린 목소리도 나옵니다.
 
윤도현과 오혁, 카더가든 등 선후배 밴드 역시도 동료 밴드의 해체가 못내 아쉬운 모양이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다울 때 떠나는' 그들의 용기있는 모습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밴드들도 많습니다.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쉽게 서로를 떠날 수 없는 게 또 밴드의 운명이자 숙명인 경우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장기하와 얼굴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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