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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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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등기필증이 나왔습니다

2018-10-21 13:41

조회수 : 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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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등기필증이 나왔습니다. 
 
혹시 뉴스카페에 올리는 제 글을 계속 지켜봤던 분들이라면 기억할지도 모르겠는데요, 광명시로 이사했습니다. 8월20일에 올렸군요. ‘전세노마드의 다음 픽은...’이라는 제목으로. 그리고 그 전에 광명시 부동산 시장에 대해 자세하게 풀었던 글이 몇 개 있구요.
 
그 글을 올릴 당시 저는 ‘광명시로 다시 돌아가면 어떨까’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기사의 주된 내용이 동네 소개와 집값에 대한 것이었으니 겸사겸사 매물로 나온 집을 몇 곳 직접 확인하기도 했죠. 주로 광명시에서 그나마 교통이 좋은 철산동과 40년 살았던 옛동네 소하동의 아파트가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강남 말고 여기!> 시리즈의 광명시 편을 동별로 쪼개서 연재하던 중에, 집값이 뛰었던 거예요. 매 주말마다 철산동, 하안동, 소하동 현장을 돌아다니고 있었으니 그 흐름이 제 눈에 보였던 거죠. 그래서 가격 상승에 관한 이야기를 소하동 전편으로 급하게 따로 써서 올렸습니다. 그것이 아래 기사입니다. 
 
 
그리고 뒤이어, 광명시의 남쪽과 북쪽에서 강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면 다음 차례는 남은 한 곳, 중간에 소하동이겠다고 소하동 편에서 밝혔습니다. 
 
 
평소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쓰지 않습니다. 재테크 기사는 민감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루죠. 하지만 이 기사만큼은 톤이 조금 다르죠. 주식이 아닌 부동산임에도 급해 보여서 급한 티를 냈습니다. 
 
저도 소하동 편을 올리고 집을 수소문했습니다. 이사 와서 살 생각으로 알아보던 거라 2주 전쯤 두세 채 둘러보고 조건이 조금 안 맞는 것 같아 “어느 단지, 어느 어느 동에서 이 정도 층쯤에 이런 조건을 갖춘 매물이 나오면 전화를 달라”고 중개업소에 부탁만 해놓은 상태였어요. 그런데 2주 후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너무 따졌다가는 집값이 뛰어버려서 준비한 돈으로 이 동네에 오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사 후보지 중 한 곳이었던 철산동은 이미 급등해 물 건너간 상태였구요.  
 
그래서 기사를 올린 후 중개업소를 찾아 가격이 급등하기 직전의 가격으로 나온 매물을 겨우 한 채 볼 수 있었습니다. 운 좋게도 원래 부탁해놓은 중개업소가 아니라 포털 부동산매물 화면을 보고 우연히 문의전화를 걸었던 다른 중개업소에서 업소들 중개망에 공유하지 않은 매물을 하나 찾았어요. 부랴부랴 방문해서 집을 확인하고 가계약금을 걸고 며칠 후 계약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게 그 단지에서 급등 전 가격으로 나온 거의 마지막(제 뒤로 한 채 더 계약됐다는군요) 매물이었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죠. 광명메모리얼파크에 잠들어계신 부모님 덕분일까요.
 
하지만, 제겐 저 아파트에 곧장 들어갈 만한 돈이 없습니다. 부족하죠. 그래서 전세 주고 근처에 살면서 전세보증금을 내주고 들어가 살 수 있는 돈을 모아야 합니다. 목표가 있고 계획도 세웠으니 그에 맞춰 열심히 저축해야죠.
 
기사에서 예상했던 대로, 광명시 중개업소들의 휴가기간이 끝나고 며칠 후부터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주식 말고 부동산 투자를 했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이게 뭔가 좀 멍하더군요. 하지만 어제 중개업소에 등기필증 찾으러 가서 전해 들은 바로는, 가격 급등 이후에 이 단지에서 매매된 거래는 최근의 딱 한 건밖에 없었다는군요. 그러니까 가격이 올랐다고는 하는데 죄다 호가인 셈. (아, 물론 최근 잔금 내고 계약을 마쳤다는 그 딱 한 건이 급등한 가격이긴 합니다.)
 
아시는 것처럼, 그 얼마 후에 정부에서는 서울과 수도권에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광명시 하안동에 5400가구를 짓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여론이라는 게 참 야박한 것이, 집값 오를 때는 ‘왕창 더 지어라’, ‘집값 좀 잡아라’이다가, 막상 자기 동네에 대규모 신규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면 ‘결사반대’로 돌아섭니다. 혐오시설 건설마다 따라다니는 님비(NIMBY) 현상도 아니고. 부동산이 가계자산의 7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죠. 집값이 떨어질까봐... 물론 교통지옥, 자연환경 훼손 등 다른 이유도 있지만요.
 
 
필요하면 지어야 하는데 주민들이 ‘집값’으로 똘똘 뭉치는 경우엔 그걸 설득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이제 너도 하안동 바로 옆동네 아파트의 집주인인데 너는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찬성입니다. 필요하면 지어야 합니다. 그로 인해 집값이 떨어지든 오르든 이 동네에서 사는 데는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어요. 근처로 이사를 가도 어차피 비슷한 가격일 텐데요, 뭐. 
 
‘광명시는 서울에서 무척 가까운 동네인데 왜 시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할까’ 제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의아하게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서울 서남권 수요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고 교통에서도 요지에 속합니다. 생산기반이 부족한 것과 서울로 오가는 교통이 취약점인데, 그 부분은 정부와 경기도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그 문제만 어느 정도 해결되면 주민들도 찬성으로 돌아서지 않을까요?
 
하기는, 하안동 뿐만은 아니죠. 신도시 후보로도 광명시가 거론되고 있으니까요. MB정부 시절 광명시와 시흥시의 접경지역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일이 있는데, 그 자리에 20만? 30만? 세대 규모 신도시를 짓겠다는 얘기가 나왔죠. 신도시까지 들어온다면 그에 맞는 자체 생산기반과 교통인프라는 그야말로 필수인데. 경기도가 계획했던 광명IT밸리가 신도시 예정후보지 근처이긴 한데 규모를 키우면 좋겠군요. (그런데 IT밸리를 만들면 입주할 기업이 충분한지 그건 또 모르겠네요.) 
 
끝으로,
 
제게 아파트를 판 매도자는 청주에 사는 분이었습니다. 여기 아파트 분양할 때 샀다는군요. 원래 서울로 올라올 계획이 있었는데 틀어져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답니다. 
 
저는 이 아파트를 좋은 가격에 계약하고도 잔금을 치르고 넘겨받기 전까지 두 달 동안 노심초사했습니다. 가격이 급등했는데, 집주인이 변심해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할까봐서요. 실제로 계약금보다 시세 상승분이 더 커진 뒤로는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말이 없더군요. 청주 사람이라 이 동네 사정을 잘 몰라 그럴 수 있겠지 싶겠지만, 제가 보기엔 아니었어요. 바로 옆 구름산지구 재개발 계획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고, 중개업소 대표와 그에 관한 투자를 논의하는 것도 들었거든요. 그래서 ‘혹시 이거 사기계약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습니다. 중간중간 계속 등기부등본을 체크했죠. 
 
이렇게 노심초사하는 사람이 저뿐만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시세 급등으로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졌으니까요. 그래서 이런 기사를 쓸 생각도 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의심한 것이 죄송할 정도로 멀쩡한 분이었고 정상적인 계약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떠난 지 7년만에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이제 이곳에서 뿌리박고 평생 살게 될까요. 제 앞날이지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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