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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연

정부 규제에 찬바람 부는 분양시장

2018-10-2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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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손희연 기자] 부동산에 크게 관심이 없는 주변 사람들조차 요즘 분양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거 같다고 말한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주요 분양단지들이 문을 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철 분양 성수기가 비수기로 진화한 꼴이다. 분양업계에선 비수기 때 보다 더 비수기인 거 같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분양단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다수의 건설사는 분양 채비를 하며 공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더구나 정부가 청약 개편 제도를 통해 유주택자들이 11월 말 청약 규제 강화 전 '청약 개편 전 막차'를 타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서울과 수도권 주요 분양단지들이 일정을 연기해 울상을 짓고 있다.  정부는 9.13대책의 후속 조치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지난 12일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빠르면 11월 말 시행된다. ‘무주택자 내 집 마련 기회 확대’를 주요 골자로 하는 이번 개정안은 분양권·입주권 소유자의 유주택 여부, 추첨제 물량 배정 비율 변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검단신도시 호반베르디움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 사진/호반산업
정부는 이번 개정안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위례·판교·과천의 분양보증 일정까지 조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최근 위례, 판교, 과천 등 인기 지역에선 분양 예정 단지들이 분양을 앞두고 있었지만, HUG의 분양 제동으로 분양단지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지난 9.13대책 후속 조치로 추첨제 물량의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기로 하는 등 주택공급규칙 개정을 준비하고 있어 시행 이후 시점으로 분양을 연기시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의 주요 분양단지는 올 상반기부터 분양이 미뤄지면서 물량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HUG의 분양가 규제로 인한 조합과 HUG 간의 분양가 협의 때문이다. 정부의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와 상반된 행보다. 
 
HUG는 분양보증을 내주는 곳이다. 건설사들은 선분양을 받는데, 선분양을 위해서는 분양보증이 필요하다. HUG가 분양보증심사를 통해 분양가도 책정된다. 실질적으로 분양을 할 수 있느냐, 마느냐가 HUG의 손에 달린 것이다.  여기서 HUG가 분양가 규제로 시장 왜곡 등 혼란만 야기됐다는 우려도 있다. 로또 아파트와 청약 양극화 현상 등이다. 로또 아파트라는 명칭은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해 시세차익이 많게는 수억원대에 달하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로또 아파트로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금수저 로또 청약, 자금력이 있는 현금 부자들에게만 실제 적용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분양시장에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는 이유다.   
 
정부의 규제로 분양 일정이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무엇보다도 청약 개정안은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1주택 실수요자의 분양 기회를 봉쇄한 점, 한 번이라도 주택을 소유한 이력이 있는 신혼부부의 특별공급 혜택을 박탈한 항목은 반발이 거세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으로 더욱 신중한 청약통장 사용이 예상되는바, 되는 곳만 몰리는 분양시장 양극화는 극명해질 전망이다. 

 
손희연 기자 gh704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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