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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고양이 밥 주는데, 왜 사람에게 사과해야 할까

2018-11-02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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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810291181391549?did=na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5~20년 수준이다. 물론 집고양이다. 휴식을 취할 때 위협할 천적없이 충분한 영양 및 위생관리가 동반됐을 때 비로소 가능한 수치다. 그에 반해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3년에 불과하다. 태어나 채 1년을 넘기는 못하는 녀석들이 부지기수다. 

'도심엔 고양이 천적이 없는데 왜?'라는 질문,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없지 않다. '인간'. 도심 속 길고양이들의 가장 큰 천적이 됐다. 일반 야생동물 간의 천적관계라면 공격의 이유라도 있을텐데, 인간들은 유희를 위해 혹은 제 분풀이에 고양이를 공격하려 든다. 그리고 짐승이라는 이유로 처벌은 솜방망이다. 함무라비 법전이라도 들이밀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고양이를 대하는 한국인들의 정서 역시 낯섬 보다는 친근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이다. 캣맘·캣대디들의 바라는 것 없는 활동과 미디어의 관심에 개만큼은 아니지만 그저 길거리 더러운 짐승이 아닌 반려동물의 한 축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캣맘·캣대디를 바라보는 보수적인 시선은 곱지 않다. '밥을 주면 자꾸 몰려드니, 밥을 주니 수가 늘어나니'라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오갈 곳 없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다보면 화내는 이들에게 사과하기 일쑤다. 과장이 아니다 세번 중 두번은 화를 낸다. 일단 사과하고 사정이라도 해야 길거리 녀석들에게 뭐라고 먹일 수 있는 황송한 기회가 주어진다. 비싼 돈들여 장만한 자신의 영역 근처에 무전취식하는 짐승이 고깝다는 심보다. 

산천을 깎아 빌딩숲을 세웠고, 나 역시 그 문명발전의 혜택을 입고있다. 사람 자리를 짐승들에게 내주란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살던 땅에 우리 살곳을 세웠다면, 그리고 그 도심을 떠날 수 없다면 도심 속 생태계를 유지·관리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성숙한 인간의 기본덕목은 누군가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라고 학교에서 가르친다. 학교에서 그 덕목을 '인간'에게만 적용하라고 배운적은 적은 없다.
하물며 그것이 다름 아닌 그들의 생명과 관련된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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