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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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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위기와 소비위축의 함수관계 그리고 소득주도성장의 역설

2018-11-07 18:20

조회수 : 4,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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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현대카드가 결국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인력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경영진단을 받은 결과 400명가량의 인력을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카드사로서는 규모가 큰 인력 감축입니다.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수준까지 가고 있다고 우려를 합니다.
 
수익성 악화를 버티지 못하는 카드사들의 연쇄 인력 감축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내년에는 당국 압박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입니다. 당국이 1조원대의 가맹점 수수료 압박을 하면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1조원대는 연간 카드사들이 사용하는 일회성 마케팅 비용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계절적 소비증진을 시켜왔던 부분입니다. 스키장 할인이나 물놀이 테마파크, 놀이공원 할인, 이벤트성 무이자할부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내년에는 이같은 마케팅 비용을 대폭 축소 또는 없애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거 같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브랜드 인지도나 자금력이 탄탄한 곳만 생존하고 일부 카드사는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계 카드사는 다시 은행으로 흡수 통폐합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물론 엄살이 더 많아 보이기는 합니다. 매번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수익 악화 이유를 들어 저항하던 카드사 입장에서 말이죠. 일부 카드사들은 적자가 난다고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반대했지만 결국은 매년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카드사를 양치기 소년과 비교를 하기도 하는 걸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에 따라 안정적으로 수익을 낸 카드사 입장에서 국민들의 소득향상을 위해 역할을 해야할 부분도 있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카드사 CEO들과 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케팅비 대한 압박은 수익악화 더 나아가 적자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카드사들은 경쟁을 통해 소비를 촉진시켜 수익을 내왔는데 마케팅이라는 경쟁을 못하게 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 잘 봐야 할 부분이 정부가 이야기 하는 소득주도성장이 금융권에서는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 서민 등의 소득 높여 경제를 성장시키는 분배의 경제정책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주요 골격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금융권에서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금융권에서 소득주도성장은 당국의 압박으로 카드사들의 수익은 축소하고 가맹점의 수익을 확대하는, 분배의 모습입니다. 쉽게 보면 "가맹점이 수익을 얻어 잘 사니 소득주도성장 맞잖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살 깎아먹기 꼴이 될 것으로 보여지는 상황입니다.
 
기업의 소득은 소비자, 국민들의 소비에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카드사의 압박은 소비를 위축 시키는 정책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으로 보입니다.
 
카드사의 일회성 마케팅을 줄이면 소비도 그만큼 위축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다가올 겨울시즌 스키장만 해도 리프트권이 정상가가 5만~6만원하는데 카드 이벤트를 이용하면 2만~3만원에 구입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같은 이벤트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 여름 물놀이 테마파크 이용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카드사 이벤트 덕에 1~3만원에 이용하던 3만~4만원 하는 이용료를 내야하기 때문입니다.
 
백화점이나 온라인 쇼핑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즌별 할인 이벤트에 반드시 카드사가 20~30% 할인 및 무이자할부가 함께 했지만 이마저도 사라질 전망입니다.
 
결국 소비자들, 국민들이 싼 가격에 소비할 기회가 점차 사라지고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제성장의 주요 요소 중 하나가 민간소비입니다. 소비자들이 돈을 쓰지 않고 소비가 위축되는데 기업들이 돈을 벌어 성장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 기업들도 어려워지게 되고 어려워지면 현대카드 처럼 가장 쉬운 수익개선 방법인 고용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되죠. 그러면 일자리를 잃은 소비자는 더욱 허리띠를 졸라 메고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됩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했던 국민의 정부때 높은 경제성장률을 나타낸 주요 수단 중 하나가 신용카드 활성화를 통한 소비진작이었습니다.
 
1999년 2월 총 여신액의 40%이상으로 정해놨던 카드사 신용판매 취급비중을 폐지한 데 이어 ▲같은 해 5월 월 70만원이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이용한도를 폐지하고 ▲8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 도입(이후 2001년 8월 공제폭 10%에서 20%로 확대) 등을 추진했습니다.
 
1998년 외환위기로 경제성장률은 -5.5%로 추락했지만 이같은 소비진작 정책 등으로 이듬해인 1999년 경제성장률은 11.3%를 기록했습니다. 군사독재 정권 이후 최고의 경제성장률입니다.
 
민간소비증가율도 1998년 -11.9%에서 1999년 11.7%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경제성장에 민간소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이같은 경제성장이 쉽지 않습니다. 소비도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마냥 소비를 부추기는 정책을 펼치기는 더더욱 쉽지 않습니다. 과도한 소비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 우려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현재 금리인상이 예고 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취약계층의 부실이 우려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돈이 있는 사람이 돈을 풀고 중소기업·서민 등 국민 모두가 그 수혜를 볼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합니다.
 
단순히 카드사의 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 고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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