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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국회의 주요 권한 '예산안 심사'

2018-11-09 09:03

조회수 : 3,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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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을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라고들 합니다. 지난달 국감이 끝나고 이달 1일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면서 국회는 본격적인 예산안 심사 국면에 들어섰는데요. 매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각 상임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9년도 예산안과 정책방향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런 중에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가 8일 희망하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예산안 특강’을 개최했습니다. 장 원내대표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기획예산처에서 요직을 거쳐 차관과 장관까지 지낸 데다, 국회에 들어와서도 3선에 이르는 동안 예산결산위원장을 맡는 등 자칭 타칭 국회 ‘예산통’이라고 하는데요. ‘예알못’(예산을 알지 못하는 人)인 저도 이 간담회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잘 모르고 올렸던 ‘발제’(어떤 기사를 쓸 건지 설명한 미니 기획안)를 철회했습니다...아동수당 증액은 법 개정하면 예결위에서 처리하는 것.. 오늘 열리는 복지위 예결소위에선 다룰 리가 없는 것...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기다려야 하는 것....;;;)
 
강의는 훌륭했으나 제가 이해한 내용 이상의 것은 정리하기 어려우니, ‘예알못’이 이해한 단계에 한해서만 간략히 강의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1. 예산이란 무엇인가.
 
예산은 세입과 세출로 구성됩니다. 예산안 역시 세입예산안과 세출예산안입니다. 세입예산안은 내년 세수 추계이기 때문에 얼마든 변할 수 있겠죠. 세금은 기획재정위원회 내 세법조세소위원회에서 정하는 ‘세법’으로 결정하지만, 경제성장전망 등 변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국회가 연말 심사하는 예산안은 세출예산안을 말합니다. 세출예산안이란, ‘국회가 행정부에게 부여한 예산 지출 권한’이라고 장 원내대표는 정의합니다.
 
문제는, 세출에 대해서는 국제적 협의체나 기준 같은 게 없다는 겁니다. 즉,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맘대로’ 짤 수 있는 거죠. 다만,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의해 예산 편성 시 적자 규모가 GDP의 3%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국제적 관행은 있습니다. 이 범위 내에서 행정부는 오롯이 ‘행정부 맘대로’ 지출 계획을 짭니다. (그리고 국회에서 ‘누더기’가 되는 것...)
 
2. 예산 편성 과정
 
예산을 짤 때는 크게 ▲보건복지노동 ▲교육(+지방교육재정교부금) ▲문화체육관광 ▲환경 ▲R&D ▲산업중소기업에너지 ▲SOC ▲농림수산식품 ▲국방 ▲외교통일 ▲공공질서안전 ▲일반지방행정(+지방교부세) 등 12개 분야별로 각 부처별 예산을 책정합니다. 보건복지노동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은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이 되겠죠. 각 부처별 예산 요청이 4~5월경 마감하면 기재부가 종합해서 9월2일까지 국회에 제출합니다. 확정된 세법에 따라 세입을 추계하고, 이보다 세출이 많게 되는 부분은 국채를 발행해서 맞춥니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려는 데 대해 야당이 제지하는 부분이 바로 이 ‘국채 발행’에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세금 많이 걷혔으니 정부가 많이 써서 그 세금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설명하지만, 사실 세출이 온전히 세입으로 충당되는 게 아니라 여전히 국채를 추가 발행해서 나랏빚을 내고 있는 거죠. 야당은 ‘세금 많이 걷혔으면 국채 발행을 줄이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장 원내대표에 따르면, 올해 세출을 위해 발행한 국채 규모는 27조원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부가 내년도 세출을 위해 발행하려는 국채 규모는 30조원이고요. 특히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보수야당에서는 날을 세울만한 지점입니다.
 
3. 국회의 예산 심의
 
국회의 예산 심의는 두 단계를 거칩니다. 상임위 예비심사와 예결특위의 본 심의인데요.
 
지난 5월17일 국회에서 진행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예산결산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 사진/뉴시스

본래 국회가 예산안에 대해 갖는 고유의 권한은 ‘삭감’입니다. ‘증액’의 경우 행정부의 동의를 받도록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는 국회법상 ‘상임위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개별 상임위에서 개별 부처가 요청한 예산을 ‘삭감’ 심사합니다. 정부에서 예산안을 짤 때 개별 부처에서 요청한 걸 기재부가 종합한 것과 마찬가지로, 국회에서도 개별 상임위가 심사한 걸 예결위가 종합하는 게 정석일 겁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국회는 상임위와 예결위가 동시에 열리는 관행을 거듭하고 있다고 합니다. 상임위가 제대로 삭감 심사도 하기 전에 예결위에서 확정해버리면 상임위의 삭감 권한이 무력화되는 것이죠. 장 원내대표는 이 대목이 ‘국회법 위반’이라며 국회의장은 상임위 심사 회부 이후에나 예결위 심사 기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심사 기일 이후라도 상임위가 심사한 내용은 예결위 소위 시작 전날까지만 제출하면 반드시 상임위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조항을 명시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4. 2019예산안 통과 관련 최대 쟁점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만큼 정부 예산안을 ‘퍼주기’라고 공격하며 대폭 삭감을 벼르고 있습니다. 한국당은 17조 삭감, 바른당은 12조 삭감을 주장하고 있죠. 또 ‘일자리 예산’은 최대 쟁점입니다. 올해 예산안 12개 분야 중 보건복지노동 영역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예산입니다. 정부여당의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이자 보수야당과 가장 의견이 엇갈리는 지점이기도 하죠.
 
이런 정치적 변수 외에도 최근 KDI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어둡습니다.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할 당시만 해도 2.9~3%에 육박했던 올해 경제성장률이 2.7%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내년엔 2.6%로 더 낮게 보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환율전쟁->국채발행 부담)까지 심화하면서 결국 정부 안은 원안 통과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이런 쟁점과 이견에도 불구하고 예산안은 확정해야 하는 법!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여야가 합의를 하든 못하든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12월1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됩니다. 당연히 통과될 리 없는 예산안이 상정되는 만큼 국회가 수정한 예산안도 같이 상정되겠죠. 장 원내대표는 올해 여야 대립이 어느 때보다도 큰 만큼 국회의 수정안이 2개 정도 제출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국당과 바른당의 수정안, 그리고 정부여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과의 수정안이 정리될 것으로 본 거죠. 세 개의 안이 상정되지만 결국 두 개 안건에 대한 표결이 이뤄질 것이고, 이중 국회 과반인 151표 이상을 확보하는 안이 내년도 예산안이 되겠습니다.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2018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석 178인, 찬성 160인, 반대 15인, 기권 3인으로 통과된 모습. 사진/뉴시스

3월 말 정치부에 배치 받아 4월 남북정상회담, 5~6월 지방선거, 7~8월 원 구성, 9월 정기국회 시작과 평양정상회담, 10월 국정감사, 11월 예산안까지 달려온 저의 ‘국회 적응기’도 어느덧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를 움직이는 큰 흐름을, 개별 정치인의 면면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지만, 사실은 매일 나오는 ‘새로운 말’들에 정신이 없던 시간이었습니다. 때로는 너무 앞선 말을 견제하고, 말 속에 담긴 가시와 행간의 의미를 해석해 전달하는 ‘정치부 기자’를 꿈꾸며, 이만 ‘워딩’(새로운 말 줍기)하러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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