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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sabiduria@etomato.com

산업1부. 정유·화학, 중공업, 해운·철강업계를 취재합니다.
"옛 지하탄광보다 열악한 작업장에서 아들이 죽었습니다"

2018-12-14 19:16

조회수 : 1,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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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마음 아픈 글이라 원문 그대로 올려 봅니다.
 

"서부발전, 김용균씨 사망 과실증거 인멸 시도…조사 엉터리"(연합뉴스 보도)

 
지난 11일 새벽 충남 태안에 위치한 한국서부발전 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소속 노동자 고 김용균(24) 씨 어머니의 14일 기자회견 말씀 전문입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 숨진 故 김용균씨의 빈소가 마련된 태안의료원 장례식장.

 
우리 아들은 어려서부터 속 썩인 적이 없습니다. 너무 착하고, 너무 이쁘기만 해서 아까운, 보기만 해도 아까운 아들입니다. 저희 부부는 아들만 보고 삽니다. 아이가 하나뿐입니다. 아이가 죽었다는 소리에 저희도 같이 죽었습니다. 아이가 죽었는데, 저희가 무슨. 아무 희망도 없고. 이 자리에 나온 건, 우리 아들 억울하게 죽은 거 진상규명하고 싶어서입니다.
 
어제, 아이 일하던 곳을 갔었습니다. 갔는데, 너무 많은 작업량과 너무 열악한 환경이, 얼마나 저를 힘들게… 말문이 막혔습니다. 내가 이런 곳에 우리 아들을 맡기다니. 아무리 일자리 없어도, 놀고먹는 한이 있어도, 이런 데 안 보낼 거라 생각했습니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을 살인병기에 내몰겠습니까. 저는 아이가 일하는 데 처음부터 끝까지 가보고 싶었습니다. 다니는 것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어제는 기계가 서있어서 그나마 앞이 보였습니다. 동료들 말로는 먼지가 너무 많이 날려서 잘 안 보이고 어둡다고 했습니다. 아들 일하던 곳은 밀폐된 곳이었습니다. 먼지가 너무 날려서 후레시(손전등) 켜도 뿌옇게 보였습니다. 그 안에 머리를 넣어 옆면을 보고 석탄을 꺼내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컨베이어벨트가 중간에 있었습니다. 아들 사고 난 장소에 동그랗게 말려있었습니다. 그게 위력도 세고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고 들었어요. 그 위험한 곳에 머리를 집어넣었다니, 저는 기가 막혔습니다.
 
동료들 말이 또 있었습니다. 아들 현장에서 봤을 때 현장에서 모습이 어땠냐고. 머리는 이 쪽에, 몸체는 저 쪽에, 등은 갈라져서 타버리고, 타버린 채 벨트에 끼어있다고 합니다. 어느 부모가 이런 꼴을 어떻게 받아들입니까. 평생을 이런 데를 보내고 싶은 생각도 없고… 우리 아이가 그 일을 했다 생각하니, 당했다 생각하니, 사진도 보고 동료들의 말도 듣고.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 있을 수 있는지. 옛날에 우리 지하탄광보다 열악한 게 지금 시대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억울하게 당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걸 알리고 싶어 나왔습니다.
 
가는 곳마다 문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일일이 탄을 꺼내 위로 올려야 했습니다. 그 양이 열 명이 해도 모자랄 것 같았습니다. 아이 두 동강 난 걸 사진도 보고, 이야기도 듣고, 이건 한국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일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빨리 나오라 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대체한다 해도 같은 상황일겁니다. 아들이 일하던 곳, 정부가 운영했잖아요. 정부가 이런 곳을 운영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일하는 아이들에게 빨리 나가라고, 더 죽는 거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아들 하나면 됐지, 아들 같은 아이들이 죽는 걸 더 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를 바꾸고 싶습니다. 아니, 우리나라를 저주합니다. 내 아들이 죽었는데, 저에게는 아무것도 소용없습니다. 명예회복, 그거 하나 찾고자 합니다. 아들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다면요. 도와주십시오.
 
아이가 취업한다고 수십 군데 이력서 넣었는데, 마지막에 구한 곳이 여기였습니다. 대통령이 일자리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 당선되고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말로만입니다. 저는 못 믿습니다. 실천하고 보여주는 대통령이었으면 합니다. 행동하는 대통령이 되기 바랍니다. 두서없는 말 마치겠습니다.
 
  • 최서윤

산업1부. 정유·화학, 중공업, 해운·철강업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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