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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식

(여기는 경기)도로 이름을 통해 보는 사관(史觀)

2019-01-0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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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란 특정 대상에 정체성(identity)을 부여하는 행위입니다. 이름은 각자가 가치를 이해하는 원천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이름이나 자(字) 외에 호(號)를 지어 붙이기도 합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하나의 ‘브랜드(brand)’가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행위는 사람에게만 해당될까요? 도로명주소가 본격 도입되면서 위인의 이름을 딴 도로 등이 나오고 있습니다. 세종대왕이나 충무공 이순신은 물론, 정약용의 호인 다산이나 율곡 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 등과 연관된 명칭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전의 경우 지난달 열린 ‘2019년 주소정책 워크숍’에서 2018년 도로명주소 활성화 유공기관으로 선정돼 행정안전부 장관의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상을 받았다는 부분이 꼭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다양한 도로명주소가 나와 있지만, 그 의미를 아는 경우는 드문 상황에서 귀감이 된다고 생각해 적어봅니다.
 
그렇다면 ‘도로명주소’는 무엇일까요? 이는 도로명과 기초번호, 건물번호, 상세주소 등에 의해 건물의 주소를 표기하는 방식입니다. 건물에는 도로에 따라 규칙적으로 건물번호를 부여, 도로명과 건물번호 및 상세주소를 나타냅니다.
 
다음으로 도로명을 아무나 마음대로 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로명은 지명이나 지역적 특성, 역사성, 위치 예측성, 연속성에 ‘지역주민의 의견수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세부적으로 각 시·군·구청의 ‘도로명주소위원회’에서 심의를 하고, 시·군·구청장이 부여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경기도의 사례를 볼까요? 파주시 문산읍 선유리와 법원읍 법원리를 연결하는 도로의 이름은 ‘사임당로’입니다. 도로 인근인 파주시 법원읍 동문리에 신사임당묘가 있기 때문입니다. 고양시 덕양구 행주내동과 덕양구 신원동을 잇는 도로는 ‘권율대로’입니다. 행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권율장군의 이름을 딴 것으로, 1741년부터 권율대로 인근 행주산성에서는 행주대첩 제례와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도로에 이름을 붙여 ‘길’이 갖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앞서 적은 ‘정체성’과도 맞물린 정책입니다.
 
현재 기자들이 입고 있는 각자의 얇은 갑옷이 정치·사회적 변화 등에 따라 언제까지 지탱할지는 장담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내용도 하나씩 적어 역사를 보는 관점인 사관(史觀)의 이정표로 삼아봅니다.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우리나라 구성원들이 역사에 대한 고찰을 중시하고, 강조하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사회로 나아가길 기대해봅니다. 여러분이 생활하는 지역에 있는 도로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새해 새 옷(디자인)을 입은 <뉴스토마토> 지면 모습. 2019년 1월2일자. 사진/조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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