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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배 이야기)항로 맞춰 최고 성능 선박 발주계획 수립

(6) 조선영업 (라)

2019-01-2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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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는 취항할 항로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진 선박의 종류, 척수를 결정하고 건조를 위한 자금 계획을 수립한다.
 
경쟁력을 가진 선박은 해당 항로에서 운항하는 우수 실적선보다 운항 경제성이 우수한 것으로, 이는 항상 선주가 최고의 성능을 가진 선박을 추구하는 이유가 된다. 그와 병행해 기존 우수 실적선의 성능을 능가하는 새로운 선박을 설계해 건조할 수 있는 적당한 조선소에서 선박을 공급받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 선주는 끊임없이 해운 시황의 변동과 신조 및 중고선 선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을 거쳐 시황에 적용할 수 있는 성능을 발휘할 선박을 적정한 가격으로 신조할 계획을 세운다. 또한 선주의 요구 조건이 정해지면 조선소와 제반 요구조건을 협상해서 원만하게 타결해야 하므로 기술 요소의 공신력 있는 판단을 얻기 위해 적정한 중개인이나 선급협회 등에 위임하여 요구 조건에 대한 조정과정도 거친다.
 
선주의 선박 신조 계획은 선박의 크기를 결정하면서 시작된다. 선박의 크기는 운송하고자 하는 화물의 종류와 특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석유나 광물과 같이 선적지에서 다량의 화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화물을 대상으로 하는 선박은 수요자의 입장이 선박의 규모를 결정하는 주요 인자가 된다.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물동량이 확정 지어진 경우에는 해운업자가 장기간에 걸쳐 가장 높은 운항 경제성을 가지고 운송할 수 있는 선박의 적재량과 운항속도를 화물의 선적항구와 하역항구의 조건, 항로의 특성에 적합하도록 결정한다. 선적항과 하역항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양쪽 항구의 특성이 선박의 치수를 결정하는 주요 인자가 되며 운항 항로 또한 선박의 크기와 운항속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2018년 9월5일 현대미포조선 울산 조선소에서 열린 3만1000톤급 카페리선 ‘뉴 골든 브릿지 7호’ 명명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미포조선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운송은 파나마 운하의 통과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 화물선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해 운항하면 남아메리카 남단의 케이프 혼을 경유하여 운항할 때보다 20일 정도 운항을 단축시킬 수 있다. 따라서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은 그 운하가 수용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인 파나막스(Panamax)급 정도로 제한을 받는다. 통상 210~290m, 전폭 32.3m, 흘수 12m, 5만~8만DWT(재화중량톤수) 규모의 선박을 말한다. 2016년 6월에 제2 파나마 운하, 즉 ‘뉴 파나마 운하’가 개통하면서 운하 통과를 위한 선박의 크기 제한이 대폭 완화됐다. 뉴 파나마 운하는 길이 427m, 너비 55m, 깊이 18.3m로 건설되어 기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없었던 포스트 파나맥스(Post-Panamax)도 통항할 수 있게 되었다. 뉴 파나막스급 선박의 규모는 전장 366m, 전폭 49m, 흘수 15.2m로 제한되며, 최대 높이는 파나맥스와 동일하다. 톤수 규모로는 12만DWT이며, 컨테이너 적재 용량으로는 1만3000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에 달한다.
 
한편, 브라질에서 중국으로 철광석이나 석탄을 실어 나를 때는 케이프 혼을 경유하는 것이 유리하므로 파나막스급에 제한을 받지 않고 케이프 사이즈(Cape size), 즉 17만DWT까지 키울 수가 있다. 2010년대 들어 브라질 광산 업체 발레(Vale)는 중국으로의 항로에 한국의 STX조선해양과 중국 조선소 등에서 건조한 40DWT급 초대형광탄석운반선(VLOC, Very Large Ore Carrier)을 취항·운용하고 있다.
 
수에즈 운하도 같은 경우다. 지중해와 인도양을 홍해지역에서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경우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Cape of Good Hope)을 지나는 때보다 약 15일 정도 운항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으나 크기는 수에즈막스(Suezmax)급, 즉 15DWT급으로 제한 받는다. 그러나 수에즈 운하가 폐쇄되거나 혹은 좀 더 많은 화물을 수송할 필요가 있을 때 선박의 크기를 키울 수 있다. 25만DWT에서 50만DWT까지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Very Large Crude Carrier) 혹은 극초대형원유운반선(ULCC·Ultra Large Crude Carrier)과 같은 초대형 유조선을 계획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로나 하역항구의 조건에 따라 11만DWT급의 아프라막스(Aframax)급 유조선이나 아프리카 서안 캄사르 항에 접안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인 8만DWT급의 캄사르막스(Kamsarmax) 벌크선도 탄생했다.
 
따라서 선주는 주어진 항로에 투입할 선박의 척수와 속도 등을 경제성 검토를 거쳐 결정한다.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일정량의 화물이 발생되는 것으로 예상되는 공산품이나 농수산물을 운반하는 선박인 경우에는 그에 적합한 규모의 선박 건조 계획을 수립할 수도 있다. 특히, 발전된 컨테이너선의 운송체계에서 어느 단계에 투입할 선박인가에 따라서 컨테이너선의 규모와 속도가 다르게 정할 수 있다.
(자료: ‘조선기술’, 대한조선학회,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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