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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나경원 발언에 발끈한 민주당...일을 왜 키웠을까

알면서 넘어갔을지, 모르고 넘어갔을지가 궁금

2019-03-1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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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12일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소속의원 전원 명의로 문 대통령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나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이에 맞서 한국당도 소속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징계안을 제출했다.
 
한국당의 도발에 민주당이 넘어간 모양새다. 다만 문제는 어쩌다 넘어간건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넘어갔는지가 문제다.
 
나 원내대표의 '문 대통령=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은 사실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외신인 블룸버그 통신의 ‘이유경’ 기자가 지난 9월 작성한 보도에서 나왔던 이야기로, 정치권에선 어느 정도 알려졌고, 이미 지나간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번에 민주당이 정색하고 받으면서 오히려 국민들의 뇌리에 더 강하게 각인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이 있다. 일종의 프레임 세팅에 관한 책으로, 상대방의 언어로 받아치는 순간 상대방의 의도에 넘어간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당시 후보가 "내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발언한 순간, 국민들의 무의식속에 '안철수=MB아바타'라는 공식이 그려지게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연 민주당이 이 이치를 몰랐을까.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면 반발할수록 더 이슈화가 된다는 간단한 이치를 몰랐을까. 몰랐다면 민주당의 정무적 판단능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만약 알고도 넘어갔다면?

당장 4월3일 재보선이 있다. 경남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으로, 현재 분위기는 한국당에 나쁘지 않다. 14일자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여론이 50%를 돌파했다. 또 정권 중반 재보선은 정권심판적 성향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 반 문재인 구도를 부각시켜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이번 일을 계기로 국회내 '한국당 패싱'을 강화시키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현재 한국당을 제외하고 남은 여야4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일부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이 한국당과 더 각을 세워 다른 야3당과의 결집을 강화시키려는 것 아니었는지 하는 상상이 약간은 든다.
 
그리고 사족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문 대통령=김정은 수석대변인’ 도식은 블룸버그 통신의 이유경 기자로부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온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유경 기자는 원래 연합뉴스, AP통신에서 테크/비즈니스 전문 기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해 9월부터 블룸버그 한국 상주기자로 북한, 외교문제 관련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고, 현 정부 대북정책에 부정적인 기조의 기사들을 많이 작성했다. ‘수석대변인’ 기사도 그중 하나다.
 
기자가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권력이 제대로 가도록 견제하고 조언하는 것이 기자의 본분일 것이다. 또 언론사 구조상 기자가 기사를 작성해도 데스크가 승인해주지 않으면 나가지 못한다. 그러니 최종책임은 일선기자보다는 해당 언론사와 데스크에 있을 것이다.
 
다만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면 보수진영의 프레임 만들기가 보다 세련되게 바뀐 것은 아닌지하는 우려도 있다.

과거에는 한국당이 논평을 하면 소위 보수언론들이 받아쓰고 한국당이 재논평하고, 이를 다시 언론이 보도하는 과정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이슈화가 됐다. 그런데 이제는 외신이 프레임의 시작이 되는 듯하다. 외신이 보도하면 그걸 인용한 국내언론이 보도하고, 한국당이 재논평하는 과정을 통해서다. 
 
한국인들에게 외신은 ‘외경’의 대상이다. 국내 언론에 대한 불신도 있겠지만, 제3자의 눈이 좀 더 객관적이라는 나름의 편견(?) 혹은 신뢰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 외신이 대한민국의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어떤 정치적 의도는 없는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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