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전 국민에게 가장 가슴 아픈 사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트라우마가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사실 이보다 더 끔찍하고 참담한 사건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대한민국 국민들을 아직도 슬픔에 빠트리고 일부는 대면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이유는 사회 시스템이 철저히 외면하고 나아가 그것을 은폐하려 했단 점에서일 것입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입니다. 304명의 목숨이 어이없게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구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영화 ‘생일’은 이 참사 이후 남겨진 사람들, 다시 말해 그 유가족들의 삶을 들여다 봅니다. 영화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한 학생의 엄마로 나온 배우 전도연, 그리고 이 영화를 연출한 이종언 감독은 아직도 가슴이 떨리고 눈물을 흘립니다.
영화 '생일' 스틸. 사진/NEW
“혹시, 기성 세대로서 이 참사에 대한 죄의식 때문이냐 아니면 참사 자체의 고통 때문인가”란 질문에 두 사람은 똑같이 대답했습니다.
“아마도 두 가지 모두 아닐까요. 5년이나 지났지만 그날의 진실은 아직도 진도 앞바다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어른으로서 우린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요.”
죄의식, 그리고 어른으로서의 잘못에 대한 부채의식은 우리 모두가 지고 나가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잠시 잊혀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종언 감독은 이 영화를 자신의 데뷔작으로 선택했는지도 모릅니다.
“5년이나 지난 게 아니라 겨우 5년 밖에 안 지난 것 아닐까요. 그렇다고 그 시간이 짧고 길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에서 우리가 계속 아파해야 만 할까요. 그런 참사를 겪었으니 우린 아파해야만 하는 것 일까요. 최소한 남아계신 분들에게 손이라도 한 번 내밀어 드려야 하는 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예의가 아닐까요.”
배우 전도연은 당초 이 영화의 출연을 거절했었다고 합니다. 영화 ‘밀양’ 이후 다시는 자식 잃은 부모는 연기하고 싶지 않았단 혼자만의 약속이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 내용 때문입니다.
몇 년 전 온라인 동영상 뉴스 클립에서 한 시민이 “노란 리본 좀 안달 수 없을까요? 이젠 지겹다”라고 말한 내용이 담긴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오늘 전도연과의 만남 그리고 이종언 감독과의 만남을 통해 나 역시 그 한 시민과 똑 같은 부류는 아니었나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최소한 그분들에게 마음의 손이라도 내밀었던 적이 있었나. 생각해 봅니다. 그저 살아가는 것이 아닌 살아가야 할 용기를 전달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응원이라도 지금 이 자리를 빌어 조심스럽게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