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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kjb517@etomato.com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정우성의 대상, 저의 딴지는 이렇습니다

2019-05-03 10:54

조회수 : 6,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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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열린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영화 부문 대상을 받은 정우성에 대해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 입니다. 영화 증인에서 그는 자페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소녀를 통해 비로서 편견의 시선에서 벗어나게 되는 한 어른의 모습을 성장의 개념으로 그려냈습니다. 정우성은 그동안 강인하고 멋들어지고 마초적인 이미지의 대명사로 스크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켜 왔습니다. 그의 이런 연기는 언제나 인기를 얻어왔고 지금의 정우성이란 스타를 만들어 낸 원동력입니다. 물론 그의 잘생긴 외모도 한몫 했습니다. 그는 가장 잘나가는 40대 미중년 미혼 남성 스타입니다. 그런 그가 힘을 빼고 세상을 바라보는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연기로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면 누구라도 반문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지금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사심을 담아서 그의 대상 수상에 반대표를 던져 볼까 합니다. 그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견 피력에 적극적인 스타로 유명합니다. 유니세프 홍보대사로서 난민 발언에도 적극적입니다. 이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사회의 시선이 약자들에게도 이어지길 바라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 왔습니다.
 
 
 
증인개봉 전 저와 인터뷰를 나누며 했던 발언 중에 하나를 소개합니다. 사실 이건 오역혹은 잘못된 정보 처리정도의 문제일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정말 오묘한 존재다. 어느 한 쪽이 문제가 생기면 다른 감각이 비정상적으로 발달을 한다. 발달 장애가 그런 것 아닌가. 따지고 보면 엑스맨도 모두가 발달 장애인들이다.”
 
이게 문제가 되냐고요? 네. 문제가 됩니다. 우선 영화 증인속 김향기가 연기한 자펙스펙트럼 장애인의 경우처럼 초감각적으로 예민함이 발달한 경우는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완벽한 일반화의 오류입니다. 이걸 정우성은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더군요. 사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우성의 이런 인터뷰 발언은 저 외에도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공개가 됐고 기사화가 됐습니다. 이후 저의 지인들은 저에게 너희 아들도 다시 한 번 서번트증후군 검사를 해봐라등의 권유를 했습니다. 발달장애 아들을 키우는 저 같은 부모들에겐 꽤 비수 같은 말입니다. 자식의 장애를 인정하기까지 상당히 오래 걸렸고, 장애란 굴레의 정신적 압박에서 벗어나 온전히 세상과 맞서게 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부모들이 꽤 많습니다.
 
정우성의 발언이 그래서 문제냐고요? 아뇨. 그리 큰 문제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발언의 신중함과 발언의 진정성 두 가지 측면에서 전 의심이 들었습니다. 우선 신중함은 전혀 없습니다. 이건 달리 설명을 안해도 정우성이 깊게 생각하지 않고 내뱉은 말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정성 측면에선? 전 사실 이 지점에 관심이 갑니다. 우선 답부터 내드릴까요? 그는 증인을 통해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인 발달 장애인들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됐을까요? 글쎄요. 그냥 본인에겐 거액의 출연료가 입금되는 수 많은 출연작 중 한 편이었을 뿐이었다는 것에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이 영화를 계기로 실제 발달 장애인과 친구가 될 여지가 본인에게도 생겼나"라는 저의 질문에 정우성은 그건 사실 잘 모르겠다라고 했습니다. 극 중에선 발달장애인과 친구가 됐지만 현실에선 달랐던 것입니다.
 
그는 1일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뒤 선입견은 편견을, 편견은 차별을 만든다라며 멋들어진 말을 던졌습니다. ‘증인으로 수상을 하고 무대에 올랐으니, 발달 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에 대한 얘기라고 저 스스로 해석을 하겠습니다.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정우성은 난민 문제에 정말 적극적이었습니다. 전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제가 인종차별 주의자도 아니고 난민들의 딱한 사정을 외면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난민 문제 관심 호소 10분의 1만이라도 발달 장애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주신다면 감사하겠다고저는 실제로 그에게 이런 부탁을 했습니다. 순전히 제 느낌이지만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듯 보이더군요. 상관없습니다. 정우성, 본인에게 부담스러워할 권리조차 없진 않으니까요.
 
정우성에게 제 와이프가 쓴 발달장애 관련 책 두 권을 선물했습니다. 읽고 공감이 된다면 주변에 발달 장애에 대해 널리 알려 달라고. 그저 제 아들이 살아갈 세상은 조금 더 달라진 세상이길 꿈꾸며 사회적 발언에 저보다 조금 더 힘 있는 분들의 입을 빌려보고자 했습니다물론 책을 받아 들었지만 정우성 본인이 정말 읽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오해는 마시길 바랍니다. 책을 선물했는데 그걸 소개 안해서 삐쳐서 이런 글을 쓴다고. 오해를 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 전적으로 그와 개인적으로 나눈 대화 그리고 소속사 관계자들이 보여 준 발달장애 관심 부탁에 대한 일종의 '거부감'을 근거로 말씀을 드립니다. 정우성에겐 증인이란 작품이 사회적 선입견과 편견에 대한 일종의 환기를 제공할 단초가 아니었단 점. 그저 억대의 출연료를 받고(사실 해당 영화의 출연료가 억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우성은 기본적으로 출연료가 억대이긴 합니다) 자신의 필모그래피 하나를 더하는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점만 느끼게 됐으니까요.
 
그래서 정우성의 대상이 부당하다고요? 그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은 정우성이란 배우가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갖고 또 공인으로서 사회에 어떤 식으로든 환원을 하는 그런 의 이미지를 쌓아가는 배우로서의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단 점에서 실망감이 들 뿐입니다. 잘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비단 정우성뿐만이 아닙니다. 연예인들 중 사회적 발언을 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그러는 분들조차 대중들이 느끼는 무게감이 큰 쪽, 그러니까 크게 이슈가 되는 부분에만 관심을 집중한다는 것을 본인들이 자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우성이 증인을 통해 진정성 있는 연기로 대상을 수상했다? 이 지점에서 저는 반대를 하는 것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그의 연기는 그저 연기였을 뿐이니까요. 너무도 1차원적인 연기의 틀 그 이상도 이하도 벗어나지 못한 연기였으니까요. TV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혜자 선생님의 연기가 세월과 삶의 관조 속에서 빚어진 시간의 무게까지 더해진 것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분야가 다르지만 김혜자 선생님의 대상과 정우성의 대상이 같은 선상에서 놓여진다고 하니 더욱 거북스러웠습니다. 더욱이 그와 나눈 사적인 대화 속에서 제가 느낀 감정의 굴곡과 실타래의 끝이라면 더.
 
그 감정의 굴곡과 실타래의 끝이 정답이냐고요? 그래도 17년의 연예 기자생활 동안 1000명이 넘는 배우들을 만나왔습니다. 그들의 연기적 허울 정도는 구분해 내는 눈썰미는 있습니다.
 
이 모든 게 저의 응석이고 지질함이고 삐침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정우성은 출연료를 받고 연기를 하는 단지 배우일 뿐입니다. 진정성? 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의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분 대상을 반대합니다.
 
  • 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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