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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노무현 10주기)노무현과 긴장관계 유지했던 부시 "견해차 있었지만 공동가치 우선"

한미 FTA·이라크 파병 등 언급…"기본권 보장되는 통일한국 지지"

2019-05-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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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의 주인공은 단연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었다. 두 사람의 재임 시절 긴장관계를 무색케 할만큼 부시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진심어린 애도와 존경을 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3일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에서 진행된 노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삶을 여러분과 함께 추모할 수 있게 되어서 크나큰 영광"이라며 "(유족과) 환담자리에서 저는 가족과 국가를 진심으로 사랑하신 분께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이라크 파병 등 노 전 대통령 생전 업적을 기리며 "저희는 의견의 차이는 갖고 있었지만,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우선하는 차이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 재임기간은 각각 2003~2008년, 2001~2009년이다. 노 전 대통령은 1946년생 동갑내기라는 점을 빼고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었던 부시 전 대통령을 임기 내내 상대해야 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던 부시 전 대통령은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국정목표 중 하나로 내걸었던 노 전 대통령에게는 버거운 상대였다.
 
부시 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요청이 대표적인 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를 '고약하지만 수령을 거절하기 어려운 취임 축하선물'이라고 표현했다. 논의 끝에 비전투병력인 공병부대(서희부대)와 의료부대(제마부대)를 파견키로 했지만 2003년 6월16일 당시 미 국방부 차관보를 통해 사단규모 전투병력 파병 요청이 추가로 들어왔다. 노 전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의 관계를 잘 관리하지 못할 경우 북한 핵문제와 남북관계에 큰 악영향을 초래할 위험이 있었다. 결국 파병안을 국회에 내기로 했다"며 "지지층의 소망과 주장을 거역한데 따른 정치적 손실과 배신자라는 비난을 각오했다"고 술회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5월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대화를 통한 해결' 표현을 받아냈다. 다만 부시 행정부는 이후 수시로 북한과 김정일 위원장을 비난하고, 강력한 대북제재 주장을 되풀이했다.
 
다만 이날 추도식에서는 당시 긴장된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는 덕담이 이어졌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려 유족에게 전달한 부시 대통령은 "저는 자신의 목소리를 용기있게 내는 강력한 지도자의 모습을 그렸다. 목소리를 내는 대상은 미국의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재임 기간 내내 노 전 대통령과 북한문제를 놓고 의견차이를 보였던 그는 "미국은 모든 한국인이 평화롭게 거주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며,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모두를 위한 기본권이 보장되는 통일한국의 꿈을 지지한다"고도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10년에 펴낸 회고록 '결정의 순간들'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2009년 그의 갑작스런 죽음을 접하고 깊은 슬픔에 빠졌음을 밝히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 후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해=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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