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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yong@etomato.com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서민금융진흥원장이 조선실록 뒤지는 이유

2019-06-11 16:17

조회수 : 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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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가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과도한 가계부채로 원리금 상환액이 늘면 가계 소득을 빚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나 소비위축으로 이어지고,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됩니다.
 
문재인정부에서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같은 서민금융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은행권을 이용할 수 없는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으로 쏠리고 있는 이때, 대부업법상의 최고금리를 연 20% 이하로 묶어두고, 이들을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민금융을 지원해 채무조정해주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결국 예산이 문제입니다. 정부가 서민금융 지원 확대를 위해 정부 예산을 늘리려고 했지만, 작년말 국회를 거치면서 전액 감액됐습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금융사로부터 서민금융 출연금을 상시적으로 받겠다는 궁여지책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금융사의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 재정은 투입하지 않으면서 금융사의 허리끈을 옥죄고 있다는 겁니다. 올 하반기부터 금융권 상시출연제도가 시행되는데, 시작부터 삐걱대는 분위기 입니다.
 
그리고 서민금융을 확대하는 정책이 나올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지적이 '모럴 해저드(도덕적해이)'입니다. 빚 갚으려고 노력을 하는 사람이 대다수인데, 빚을 못 갚아 신용불량에 빠진 사람을 매번 구해주면 누가 빚을 갚겠냐는 겁니다.
 
우리나라 서민금융 지원을 책임지는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이 조선왕조실록을 뒤지는 이유도 이때문입니다. 서민금융 재원 출연에 대한 금융사의 반발과 도덕적 해이라는 부정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데, 조선실록까지 들여다봐야하는지 의아했습니다.
 
그의 스마트폰 메모장에서는 조선왕조별로 어떤 정책이 있는지 메모가 빼곡했습니다. 조선의 역사만 훑어보더라도, 백성들이 등골을 휘게 하는 고리대금을 잡기 위한 정책이 있다는 겁니다. (참고로 원장이 기재부 문화방송예산과에 있을때 조선실록의 온라인 검색시스템 구축 사업의 예산편성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세종실록을 보면 이자총액이 연 10%를 넘지 못하게 했고, 영조때에는 환곡이자를 10%로 제한하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영조때에는 사채얘기도 나오는데 월 이자가 연 2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망국으로 끝난 조선시대에도 서민금융 정책이 있는데, 21세기의 대한민국은 서민금융 정책에 대해 인색하다는 게 이계문 원장의 시각입니다.
 
이계문 원장은 금융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일갈했습니다.
 
"은행에 라이선스를 줬다는 것은 독점적인 이득권을 준 것으로,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도움을 주라는 뜻이다. 채무를 갚지 못한 사람들이 은행과 같은 1금융권에 접근을 못하게 하는 것은 잘못됐으니, 사회공헌(서민금융 출연)이라도 해야 한다. 금융사가 서민금융에 출연을 하면서 본인들의 업무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정부 개입 없이 채무조정을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
 
기재부 관료 출신의 이계문 원장이 서민금융진흥원 수장으로 온 것도, 관료 특유의 추진력으로 서민금융 정책을 추진하라는 특명을 받은 게 아닌가 합니다. 서민금융 재정은 아낌없이 써버리겠다고 하는 다소 직설적인 그의 발언에서 전과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사진/서민금융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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